근처 체육센터에서 생활요가를 배우고 있는데, 배운다기 보다는 일상운동으로 이거라도 해야지 하며 빠지지 않고 가고 있다. June의 유치원까지 걸어서 15분, 거기서부터 체육센터까지 걸어서 30분을 꼬박 가야 되는데 버스를 타자니 왠지 아깝기도 해서 걸어다니고 있다.가는 길엔 공원도 있고 나무도 꽃도 많아서 산책 삼아 다니기 좋다.
다만 날씨가 더워지고 있고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힘들어서 버스를 타는데, 버스를 타면 4개 정류장을 슝슝 5분만에 집 근처로 도착한다. 45분 걸리는 거리를 집 안에 들어오기까지 10분이면 되니까 운동을 한 뒤로는 버스를 주로 탄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마치고 버스를 탔는데, 텅텅 빈 자리를 두고 어르신이 서 계셨다. 나는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하며 왔는데 그 분 옆에는 폴딩 카트 캐리어가 있었다. 시장이라도 다녀 오셨는지 카트에는 파가 몇 단 있었는데 짐때문에 앉기가 불편하셨나보다 생각하곤 5분 후 집 근처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 분도 내리시더니 갑자기 나에게 토로를 하신다. 아니 저 아저씨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내가 카트를 갖고 타자마자 버스가 화물찬지 아냐고 했다니까요? 내가 파가 많이 필요해서 열단씩 사오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정말!
아파트 입구까지 1~2분여 동안 본인의 이야기를 하시며 엄청난 속도로 불평을 말씀하셔서 버스에 전화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안그래도 버스 기사 사진도 보고 전화도 알아놨다고 하신다. 아저씨 뒤에를 노려보고 있으니 선글라스를 끼고 조용히 있더라며 계속 얘기를 하실 거 같아 갈림길에서 들어가세요 하고 집으로 왔다.
카트 하나 갖고 타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싶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불만이셨을까 싶고, 그로 인해 나의 조용한 귀갓길이 오디오 넘치는 귀갓길이 되어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어르신도 불평을 엄청 늘어놓으시며 파를 사게 된 이유와 버스를 타게 된 이유 등등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외로우신가 싶기도 하고.
기빨린 느낌을 지우기 위해 집에 있던 알배추를 싹싹 썰어서 새우와 이것 저것 넣고 마라탕을 해먹었다. 역시 스트레스엔 마라탕이다! 이로써 오늘의 운동도 말짱 도루묵이 되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