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에서 나오는 아이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미술을 하러 갔다. 미술하는 날이라고 태권도에서부터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왔다. 하고 싶은 걸 말하라고 했더니 계속 얘기하지 않다가 지난 달부터 미술 얘기를 하길래 물어물어 집에서 하는 미술이 있길래 4명 그룹에 한 자리가 있어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이 두 번째라 늦으면 안된다며 서두르는 모습이 귀여웠다.
집에 와서 잠깐 쉬는데 내부 문제로 인해 물에 대한 오염문제가 있어 외부 유입을 막고 저수조에 있는 걸 활용하니 아껴쓰라는 방송이 나온다. 오늘은 좀 물을 절약해야지 하는데 저수조에도 오염물질이 섞였다고 한다. 단수로 생수를 구비하라는 방송이 이어졌다. 오마이갓. 이렇게 더운 여름날 단수라니.
미술이 끝나자마자 생수를 사러 아이와 함께 차를 탔다. 아이는 왜 흙탕물이 수도에서 나오지? 물이 말랐나? 하며 물사기 원정대에 동참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방송이 계속 나와서 미술에서도 들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마트를 간다는 말에 장난감 구경할 생각으로 신난 아이를 보며 웃픈 생각이 들었다. 역시 마트를 가서는 신난 모습으로 장난감 구경 삼매경에 빠졌다.
원래 이사 전에는 생수를 계속 시켜 먹었다. 공간이 애매해서 정수기를 놓지 않았었는데 이사 후엔 정수기를 놓고 난 뒤 생수를 살 일이 없었다. 어디 놀러갈 때에나 조금씩 사고 필요하면 인터넷으로 시키곤 했는데 갑자기 필요한 생수에 멘붕이 왔다.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 다행이다.
생수를 낑낑대며 카트에 담다가 아랫집 것도 조금 구매했다. 내가 들 수 있는 만큼만 사야 되니 엄청 많이는 못했지만 마음 한 켠에 항상 죄송함이 있기에 6개들이 한 팩을 놓고 올라왔다. 아이도 아래층 엘리베이터를 누르며 뿌듯해 하는 것 같았다.
자기 전에 오늘 생수로 세수하고 치카하고 손씻고 발씻고 샤워도 잘 못하고 수건으로 조금 닦고 했던 걸 아이와 같이 말하며 물의 소중함에 대해 얘기 해 봤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안나와 아쉽다고 얘기하는 아이에게 물이 부족해서 마실 물도 없는 나라들도 있다고 말해줬다. 갑작스런 단수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 날이었지만 마무리는 아이와 지구를 생각하며 끝나 의미가 있었다. 새벽에는 정상화가 된다고 하던데 다신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과연 될지~ 더 덥기 전에 이런 일이 있어 보완할 수 있으니 럭키비키라 해야 할지~ 여하간 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