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게 왔다. 유치원 가기 싫어 하는 아이의 말이. 그동안 맞벌이를 하며 아이는 집 근처 어린이집에 계속 가고 육아휴직 후에도 집에서만 있는 것보다 유치원에서 놀면서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하여 계속 갔었다. 유치원을 옮기고 나서도 유치원은 놀기만 한다며 좋아했고 1년여를 다니는 동안 큰 문제 없이 잘 다녀줬다. 어제는 유치원에서 책을 40권 읽었다고 젤리메달도 받아 신나게 왔는데 왜때문일까.
아침에 유치원 가기 싫다는 아이와 잠깐 앉아보라고 하고 어떤게 어려운지 물어봤다. 그제서야 울면서 속얘기를 했다. 쌓기 놀이를 할 때 외부에서 선생님이 오실 때엔 한 개만 갖고 놀아야 해서 그게 좀 싫다고 한다. 아마 정리를 빨리 해야 하니 그렇겠지만 규칙은 규칙이니 따라야 한다고 말해 줬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동일한 규칙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종이접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실 종이접기는 나도 어렵다. 그림 그리는 게 더 쉽지 설명서 보면서 하는 건 어휴. 하지만 학교에 가서도 종이접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미술 시간 이라던가 언젠가 닥칠 일이다. 싫어도 연습해야 될 것들이 있다고 얘기는 해줬는데 봇물 터지듯 아이 울음이 계속 된다.
이번에는 태권도다. 줄넘기가 좀 어렵다고 일주일에 수요일만 줄넘기를 하는데 가기 싫다고 운다. 그동안 스트레스가 누적되었던 거 같다. 이사 후 이런적이 없었는데 1년의 스트레스가 쭉쭉 울음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오늘만 쉬겠다고 유치원과 태권도 내일부터는 다시 잘 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쉬기로 했다.
집에서 엄마랑 놀고싶다는 아이의 말에 집안일 할 때 등은 같이 놀지 못한다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그래. 휴가가 필요할 때가 있다. 나도 그런데 너도 그렇겠지.오늘은 아이의 휴가 날이다. 어린이집 4년 6개월에 유치원 1년이면 총 5년 6개월인데 휴가로 따지면 연 17일은 있어야지. 황금같은 휴가에 미술은 가고 싶다는 아이. 왔다 갔다 시간을 빼면 그래도 오늘 30분은 오롯이 쉴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