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함존중 Jan 30. 2020

전통주 신제품 출시 후 초기 마케팅

내 술 잘 파는 3가지 노하우

대규모 식품 회사, 아니 중소기업 정도만 되어도 신제품 출시 초기에는 초도 물량 및 매출 목표에 따라 평균 마케팅 지출 예산의 3배 이상을 몰아 씁니다. 그만큼 이미 잘 나가고 있는 제품의 매출을 증가 시키는 것 보다 처음 유통 채널을 뚫거나 잘 나가는 온라인 마켓 MD에게 영업하거나 브랜드 인지도를 최초 인식 시키는 게 시장에 론칭한 이후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 보다 훨씬 힘들고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전통주는 매우 희소한 아이템이고 대부분의 양조장에서 소량만 생산하므로 지속적으로 적당량의 제품을 판매하는 건 조금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타성에 젖어 기존의 유통채널을 답습하면서 매출이 점점 감소한다고 한탄하는 건 너무 게으른 소리가 아닐까 싶고, 창업한 나도 마찬가지고 이럴 거면 그냥 사업을 접어야 가족이건 직원이건 여러 사람에게 민폐 안 끼치는 길 아닐까 마 그리 생각합니더.



검색 포털이 아닌 콘텐츠 회사인 네이버 그만 쓰고 구글에서 식품 출시 초기 마케팅 비용을 검색해 봅니다. 보시다 시피 제품 개발 및 출시 초기 마케팅 비용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건 식품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양조장이 제일 잘 하는 게 모다? 네.  (팔리지도 않을) 신제품 만드는 겁니다. 지인 몇 병 주려고 만드는 거 아니잖습니까?


나름 영세한 이 바닥에서도 잘 나가는 양조장들을 볼까요? 복ㅅ도가, 문ㅂ술 전부 제품 하나 만들어서 팝니다. 제품 1종만 가지고 시장에서 10억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원래 제조업의 맛이란 이런 겁니다. 요 맛에 제조업 하는 건데 스스로를 영세 양조장에 못 박고 허송세월 하며 남탓만 하는 사장님들 보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습니다. 근데 대부분의 양조장들은 제품 만들어서 제대로 팔아보지도 않고 매출 안 나온다 싶으면 다른 제품을 개발한다. 대기업 좀 벤치마킹 해 보세요. 신제품은 출시할수록 손해라고요!


그럼 어쩌라고?


지금 제가 정답을 알려드립니다. 정말 좋은 제품 - 100명 먹어보면 97명은 취향에 상관없이 "괜찮다", 그 중 30명 이상은 "오 이거 내 취향에 괜찮은데?", 그 중에서도 5명 이상은 SNS에 시키지 않아도 바이럴 해 줄 수 있는 - 부터 일단 만드세요. 그리고 그거 하나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년 이상 눈 딱 감고 팔아보는 겁니다. 그 정도 자신없으면 시장에 출시하면 안 돼요. 그리고 그 100명 테스터 안에 지인은 10% 이상 포함되면 안 됩니다. 세상에 내 지인이고 공짜로 시음시켜 줬는데 안 좋은 소리 할 사람 없어요. 혹은 어떤 성향의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나 취향도 없이 무조건 비판만 합니다. 캐릭터 특성이 그래요. 그러니까 내 제품을 객관화 하는 노력을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소규모 양조장 술 신상 판촉 노하우를 알려드릴테니 눈 딱 감고 1년만 딱 이대로 해 보시고 그래도 안 되면, 혹은 너무 잘 되면 술펀으로 연락주세요. 제가 책임지고 잘 된 이유, 안 된 이유를 분석해 드립니다. 사실 제가 3년 전부터 술펀에 노크하신 분들께 무료로 알려드린 노하웁니다. 심지어 돈들고 와서 같이 사업하시자는 분들께도 이 돈 우리 주지 마시고 영업비로 써 보시라고, 고사하며 안 받고 돌려드린 분들, 지금 다들 좋은 타이틀 달고 성공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창업 5년 겪어 보니 실제로 실행하시는 분들이 있고 아닌 분들이 있고, 또 잘 되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시고 입 싹 닫고 모른 척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효과가 없는 곳은 없었습니다.


1. 출시 초기에는 B2B 중심으로 오프라인 판촉 할 것


여기서 말하는 B2B는 매우 간단합니다. "내 술=전통주 제품을 팔아줄 수 있는 업장"을 의미합니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음식점, 주점, 식당 등 내 제품을 팔 수 있는 소매점을 말합니다. 양조장 사장님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지인 마케팅만 한다는 겁니다. 사실 마케팅이라 붙이기도 남부끄러운 일이죠. 가족/친지/지인들에게 돌리는 제품은 가장 쉽고 간단하면서 비용 대비 효과는 떨어지는 지름길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쉬운 길은 누구에게나 쉽습니다.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는 자에게만 노하우가 남을지니.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보시죠. “나 아는 XX이가 양조장 만들어서 술 만든 거야”가 얼마만큼의 구매파워를 지니게 될지를. 물론 친구가 100여 개 점포를 직영하는 프랜차이즈 대표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죠.


제품 출시 초기 소비자에게 마케팅 하기에는 노하우도 예산도 너무 많이 듭니다. 자금력과 전문인력이 태부족한 양조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출고가나 도매가로 나가니 마진이 적어 보여도 업장에서 꾸준히 깔아주면 현금흐름이 생깁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종잣돈을 모아 인터넷 판매와 같은 직접 판매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야 합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홍보 하는 데도 당장 효과는 없이 꾸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심지어 팔리고 난 후에도 최종 소비자 반응은 매우 즉각적이고 판매량 대비 리스크나 클레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러한 CS 비용을 생각하면 적어보이는 도매 가격이 결코 적은 게 아닙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2. 내 제품을 팔아주는 곳에다가 돈을 쓸 것


술펀의 마케팅 원칙은 고객에게 가치를 돌려주는 것입니다.


저 말고도 많은 마케팅 컨설턴트들이 여럿 떠들고 다닌 얘기이기도 하지만 저희 술펀이 항상 고민하는 마케팅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원리를 알고 나면 방법은 간단해집니다. B2B로 열심히 제품을 깔고 다니다가 입점이 성사되면 거기 가서 내 술을 마셔주는 겁니다.  


사실 전통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장 대부분은 나름 1)트렌드를 선도하거나 2)나만의 색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내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판촉할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데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오너쉐프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은 나름의 고민과 연구를 통해 페어링(술과 음식 궁합) 한 안주를 내놓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마리아주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현재 서울 여러 곳에 생기는 전통주와 새로운 음식, 혹은 먹는 방법을 선보이는 업장들은 반드시 손님으로 방문해서 서버나 오너들이 술을 서비스하는 방법을 관찰해 보시고 마케팅에 적용해 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아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는 어떻구나.
어떤 메뉴가 잘 나가는 구나.
내 술은 어떤 고객층들이 주로 찾는구나.
어떤 구역에선 어떻게 팔리는 구나.
나의 경쟁사는 어떤 곳이 되겠구나.


제품을 만들면서 시장 조사를 직접 하지 않는다는 건 몇 년 안에 양조장 문 닫겠다는 소리 아니냔 말이죠. 근데 이렇게 게으른 양조장들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바쁘다, 힘들다, 멀다 핑계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떤 핑계도 본인이 "양조장을 만들고 술을 제품으로 시장에 출시했다"는 팩트를 이기긴 어렵습니다.


특히 대개 친하지도 않은 지인이 연락해서 신제품 맛 좀 보자고 하면 그 지인이 가장 가기 편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업장을 알려주세요.


XX가면 우리 제품 있으니까 한번 마셔 봐


신제품 나왔다니 사주긴 커녕 공짜로 시음하게 달라는 지인도 퇴치하고, 내 제품 팔아주는 업장도 잘 되고, 내 제품도 팔리는 1석 3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3. 내 술을 힙하게 먹는 새로운 방법


각설탕에 녹여 마시는 압생트 (출처: https://whitelake.tistory.com/155)



어렵지 않습니다. 정 안 되면 술펀의 콘텐츠를 베껴 봅시다. 아, 오죽 답답하면 대표가 공개적으로 자기 서비스를 베끼란 소리를 할까요!? 사실 이미 많은 아이디어를 베낌 당하기도 했고 어차피 우린 끝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생각이기에 저희가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검증해 본 콘텐트를 한번 따라해 봅시다. 물론 출처를 밝혀주면 매우 감사할 것이고 안 밝혀 준다면 뭐 인연 끊기기 밖에 더 하겠습니까만.


각설하고 내 술을 마시는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가까이는 음식이 있고 좀 더 술 자체의 묘미를 살리자면 칵테일이 있겠습니다. 혹은 위스키나 브랜디, 사케처럼 이미 검증된 외국술을 모방해서 새로운 재료에 녹여보세요. 설탕을 녹여 먹는 까뮈의 술 압생트, 커피와 함께 마시는 아이리쉬 스타일, 얼그레이나 홍차를 침출시켜 먹는 방법 등 이미 여러모로 시도된 좋은 레시피들이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줄줄줄 나옵니다.

 

https://masism.kr/3739


2015년에 술꾼도시처녀들 다음뉴스펀딩을 진행하며 문배술 이승용 전수자와 지평막걸리 김기환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해지고 서울 시내에 전부 깔려 있는 곳들이라 더 이상의 설명은 무의미하지 싶습니다. 두 업체의 술은 워낙 다른 제품 포지셔닝을 하고 있지만 분석해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한 곳들입니다. 특히 문배술이 양고기와 페어링 되며 한국술 주점 뿐만 아니라 중식, 이자까야 등 경계를 넘나들며 입점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때 당시 이승용 전수자가 발에 땀띠나도록 입점시킨 점포를 찾아다니며 술 마신 일화는 다들 잘 모를 겁니다. 내 술을 팔아주는 곳이 있으면 딱 10%만 가서 팔아주세요. 기본입니다. 판촉물 만들 돈 없고 서울 잘 올 일 없어도 괜찮아요. 1년에 100만 원 어치 팔아주는 업장 있으면 가서 10만 원 상당의 매출만 올려주세요. 그 업체에서 팔아주는 매출 뿐 아니라 입점시켜주는 업체도 늘어납니다. 양조장이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 때 외식업체 사장들도 동종업계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습니다.


http://sulfun.kr/220391727392


제가 술다방을 하면서 들쑥날쑥 100여가지 이상의 제품을 입점시켜 팔아보고 있습니다. 누가 이걸 하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럼 이 양조장 매출은 얼마만큼 성장하겠다, 다음 제품은 어떻게 나오겠다가 보입니다. 지금 당장 포션이 적어도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곳을 발굴하기 쉽습니다. 사업은 대표의 태도가 성패를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내 제품을 대하는 태도, 내 제품을 팔아주는 곳에 대한 태도, 자기 양조장을 찾아주는 사람에 대한 태도, 제품을 마케팅하는 방법을 살펴 보면 장기적인 플랜과 양조장의 성장 규모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저희의 백년주대계는 포부만 커 보이는 단순하게 허공에 발길질하는 미션이 아닙니다.


제주맥주나 서양 스피릿들이 영업하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롯데나 진로 등 대기업 주류를 입점시키면 쇼케이스나 냉장고를 주죠. 저희도 리큐르들 때문에 약간의 일반주류를 납품받고 있지만 부담스런 판촉물은 받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공짜는 없고 이런 방식의 마케팅 방식을 썩 좋아하지도 않으니까요. 규모가 커져 많은 업장을 직접 카바하지 못하고 대리점이나 영업사원을 쓰는 회사라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소규모 양조장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대부분이 가족 한 두명 데리고 사업체를 영위합니다. 직접 못 가면 서울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자식들, 혹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 숨통 틔워줄 겸 자금 좀 지원해 주시고 서울가서 좀 놀다오라 시켜요. 굳이 사장님이 돈 안 주셔도 친구들 만나서 다들 핫플찾아 술 마시고 어울려 다닙니다. 이왕 그럴 거면 내 술 파는 곳 가서 돈 써보라 시키고 관찰해 보고 오라 하세요. 다양한 관찰기법(Observing)은 마케팅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리서치 방법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처음엔 상기 2번 큰 따옴표 안의 5가지만 관찰해 보라 시키고 이것도 여러 번 하다 보면 늡니다. 잘 모르면 가서 점주들과 직접 얘기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업장에 내 술을 팔아주다가 주문이 끊겼다면 해당 업장주을 미워하지 마시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내 제품을 나는 어떻게 팔고 있나?


내 제품을 만들었으면 내가 파는 겁니다. 정부에서, 남들이 알아서 팔아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남들이 팔아주는 제품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기대지 마세요. 자립할 수 있는 제품이 오래갑니다. 소비자들이 찾아주는 제품이 살아 남습니다. 내 제품에 가장 적합한 마케팅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어려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하지만 전문가는 방향 제시와 적합한 솔루션을 줄 뿐, 결국 실행은 내 몫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