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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r 02. 2020

양조장 가격 설정의 비밀 (1)

유통 구조부터 파헤쳐 보자

얼마 전 자본도, 인력도, 여력도 모자란 양조장 초기 마케팅 방법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죠. 


https://brunch.co.kr/@ssoojeenlee/106


그러나 B2B로 직접 영업하기 전,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다. 그건 바로 


4P 마케팅의 꽃
P.R,I.C.E
가격 설정


이라 할 수 있죠. 


편의점이나 마트에 아무렇지 않게 붙어있는 숫자, 그 안에 과학이 있고, 수학이 있고, 철학이 있는 법, 어떤 제품을 요래조래 만들어 어떻게 팔았다는 방안이 나왔을 때는 이 제품을 누구에게 얼마에 팔아야 할지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가격 정책에 대해 살펴보기에 앞서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전통주 가격 정책이 왜때문에 중요하고 또 이걸 제대로 세우지 못한 곳들이 망하게 되었는지 유통 구조에서 부터 파고들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주 시장이 여러 해에 걸쳐 서서히 망해 간 원인중 하나가 바로 일반주류에 활성화 된 도매유통업자들이 무너졌기 때문인데 전통주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결국 유통시장을 망가뜨리고 소매업체들을 소멸시킨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죠. 전체 숲을 보지 못하고 맡은 바 임무에서만 열심히 일하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법입니다.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질 말지.



일반주류(시중에 파는 소주, 맥주 등)의 유통경로


특정주류(탁약주 및 전통주)의 유통경로



대학가나 번화가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용모단정(?)한 20대 언니오빠들이 처음처럼이나 참이슬 의상을 입고 묵찌빠 라던지 가위바위보 하고 기념품을 주거나 하는 이벤트를 많이 겪어 보셨을 겁니다. 규모가 큰 주류업체(이 바닥은 이미 외국자본에 다 넘어갔습니다만)들이 마케팅 에이전시를 끼고 하는 프로모션들 중에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식당 사장들 입장에서도 자기 가게에서 술 마시고 있는 손님들에게 이쁜 언니들이 와서 기념품 준다는데 말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가게 오픈 전, 여러분들이 모르는 사이 업주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진행합니다.  


일반주류 도매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나 오X맥주 등 브랜드 제조사의 경우 대체로 술집이나 수퍼마켓 대상으로 직접적인 프로모션을 많이 합니다. 업장 오픈 시 쇼케이스 냉장고나 진열대 등 필요물품을 지원하는 경우가 가장 허다합니다. 제조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팔고 유통사들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에게 현물 지원을 많이 합니다.


작고 작은 술다방에도 제주맥주 영업 직원들이 직접 병따개나 전용잔을 놓고 갑니다. 저희는 일반주류를 거의 취급하지 않으므로 처음 오픈할 때부터 거래하는 일반주류 도매상으로부터 냉장고를 비롯해 별도의 현물지원을 받지 못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전통주 제조사에서는 영세한 규모와 예산의 부족, 혹은 이러한 방식 자체를 잘 알지도 못하기에 병따개는 커녕 포스터 하나 제대로 만들어서 뿌릴 생각을 못 합니다. 


몰라서가 가장 크고, 돈이 없어서가 두번째입니다. 그래서 일반주류를 취급하지 않는 술다방이라는 일반음식점이 잘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 곳을 사랑하는 고객들의 지원이 중요했고 저희 역시 철저하게 고객에게 집중해야 했습니다.전통주만 취급하는 업장들, 그 중에서도 음식에 비중을 두지 않고 술에 의존하는 술다방이 타업체들에 비해 훨씬 실험적이고 위태했던 것 역시 그런 이유들이 포함됩니다. 여담한 김에 한 마디만 덧붙이면 물론 지금은 잘 자리잡아서 고객님들께 넘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일반주류의 유통경로(좌)와 주세법 상 전통주에 속하는 술의 유통경로(우) 도식화


위의 도표가 복잡해 보여 직접 간략하게 그려 보았습니다. 점선이 특정주류 및 전통주 제조사에만 허용된 특별한 유통경로입니다. 검정색 직선은 전통주도 기본적으로 유통이 가능하며 점선은 전통주에만 허락된 특이하고 추가적인 유통경로입니다. 쉬운 설명을 위해 다소 생략한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면 관계자들 포함해 일반일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흔히들 마시는 갈색 맥주, 녹색 소주는 전부 제조사->도매->소매->최종 소비자의 일직선 상 경로(수직 구조)로 유통됩니다. 주류는 미성년자 판매 금지, 통신 판매 불가한 담배와 같은 취급주의 품목으로써 유통 구조 상에서도 일반 식품과 달리 도소매를 겸업 및 동시 판매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제조사는 도매에게만, 도매는 소매에게만 납품해야 하며 심지어 같은 소매라인 내에서도 마트나 수퍼에 납품되어 소비자가 구입할 주류와 식당이나 주점에서 직접 마셔야 하는 업소용 주류는 철저히 구분되어 판매됩니다. 그래서 마트용 주류 뒷면(상세표기면)을 보면 가정용이라고 큼지막하게 표기되어 있고 설사 일반음식점이나 술집을 경영하는 사람이 마트에서 싼 값에 술을 사도 업장에서 판매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주의 경우 제조사에서 도매+소매+최종소비자 모두에게 납품 및 판매가 가능(복잡 구조)한 구조입니다. 초기 이러한 정책의 목적은 영세한 전통주 제조사들에게 판로를 확대시켜 주기 위함이었지요. 그러나 결과는 참담합니다. 본디 제조는 만들기에 집중하고 유통이 판매에 집중해도 시장이 활성화되기에 모자랄 판에 안 그래도 영세한 제조사가 판매까지 하다 보니 이도저도 성공하지 못한 애매한 상황에 내몰렸지요. 그 뿐입니까? 탁약주 및 전통주를 도매하던 특정주류 업체들이 대다수 무너지고 지역 대리점으로 전락하거나 수없이 폐업을 하는 둥 씨가 마르기에 이릅니다. 2014년 제가 창업하던 당시의 상황이 딱 이랬습니다.


인간사가 항상 그렇듯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호이가 계속 되면 둘리인 줄 안다는 은어가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겁니다.


주세는 국고의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1966년에는 내국세의 약 10%, 1980년 대만 하더라도 약 8%를 차지했습니다. 경제 성장으로 산업군이 다양해지고 국세의 규모 자체가 커져 2016년에는 2% 미만으로 낮아졌지만 특정 산업군에서 1%대면 결코 적은 건 아닙니다.


아래는 주류 원가 계산을 할때 엑셀에서 실제로 사용가능한 약식 도표입니다.


일반주류(좌)와 전통주(우) 원가 계산 방법의 차이 (표에 적힌 숫자랑 항목은 몇 군데 삭제되고 변형되었음)


왼쪽은 실제 희석식 소주 원가 계산을 할 때 10번 주세만 50% 감세하지 않으면 그대로 써도 되는 약식 도표이고 오른쪽은 실제 전통주 중 약주 원가 계산을 할 때 계산하는 항목들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의 큰 차니는 "포장재료비"에 있어 주세 계산 전 계상하느냐 후에 계상하느냐가 가장 큰 차이인데 현재 전통주 기준으로 포장비는 주세 계산시 제외해 줍니다. 하지만 복잡한 유통구조의 문제로 실제 주세는 출고가와는 전혀 상관없이 세금계산서 금액 기준으로 청구됩니다. 이 문제를 별도의 다른 챕터에서 살펴볼지 이어지는 글에서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법적 원칙과 실제 시행과정에서의 여러 문제로 현재 시장은 진흙탕이 되어 있습니다.


2편에서는 위의 표와 함께 가격 매트릭스를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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