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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r 15. 2020

양조장 가격 설정의 비밀 (2)

엉망진창 가격으로 똥망진창 된 전통주 유통 시장


1편 보러가기 https://brunch.co.kr/@ssoojeenlee/114


1편에서는 전통주 시장의 유통구조에 대해 살펴보았죠. 유통구조를 모르면 가격 정책을 세울수도 없거니와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의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기에 유통구조의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 보았습니다.



우리술은 왜 이렇게 찾기가 힘든가요? 
전통주 종류가 이렇게 많았나요? 
마트에는 문배주랑 이강주 정도 밖에 없던데


우리가 흔히 보는 처음처럼이나 참이슬 같은 희석식 소주의 예를 들어 가격 구조를 조금 더 쉽게 살펴 보겠습니다.



처음처럼 등 희석식 소주 출고가(2019년 12월) 기준 시장 가격 도식화


출고가란 쉽게 말해 공장에서 최초 생산하는 제품의 원가에 판관비와 세금, 이윤을 더한 최종 공장도가로 공장에서 출고되어 각 일반주류 도매상으로 나갈 때의 가격입니다. 일반주류 도매업체들은 출고가로 제품을 매입한 후 도매상 영업비용에 마진을 붙여 소매로 넘기게 되죠. 이때 소매는 지난 번 보여드린 바와 같이 크게 사서 음식과 함께 마시는 식당과 병째 사서 나가는 마트나 수퍼 등 잡화점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물론 유흥주점(술 파는 노래방, 룸살롱 등) 등과 같이 다양한 범주가 있지만 여기서 취급하는 가격은 천차만별이기에(아시다시피 이런 곳들은 바가지 씌워 부르는 게 값인 곳이라 흠좀무) 일단 우리가 흔히 볼 수 있고 자주가는 곳들로 축약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전통주는?



전통주 유통 및 가격 구조



이해하기 쉽게 지난 번 유통구조 도식을 그대로 가져 왔습니다. 파란색은 제조업체=양조장에서 유통가능한 가격, 빨간색은 유통채널을 거칠 경우 마진을 일반주류 비율과 비슷하게 가정해 본 것입니다. 일반주류(희석식 소주 및 카스, 하이트, 장수 막걸리 뿐만 아니라 수입주류 포함 전통주의 여집합군)와는 달리 전통주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 정책으로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멍청한 소비자가 1000원에 살 수 있는 술을 2배 가격인 2000원에 사 마신단 말입니까?


제가 2014년에 처음 창업을 준비하여 2015년에 본격적으로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고 실험할 당시, 실제로 이름모를 특정주류 도매업체들이 많이 폐업했고 이후 2016~2018년까지도 전통주 트렌드에 편승하여 하나씩 시작했던 여러 유통사들이 여럿 문을 닫았습니다. 그 중에서는 전통주만 유통하려던 특정주류 도매업체들도 꽤나 많았고 나름 이 바닥에서는 젊고 알려진 회사였기에 술펀을,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상당했었죠. 세월이 지나 간간이 들려오던 소식이 없어 훗날 건너건너 들어보면 아니나 다를까, 사업 접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여기서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개념인 전통주, 특정주류, 일반주류를 잠깐 설명드리고 지나가야 혼선이 없을 듯 합니다. 셋 중 가장 범주가 넓은 것은 일반주류입니다. 일반주류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술을 포함합니다. 수입주류도 일체 포함이지요. 


그 중 특정주류는 탁약청주 및 조미용 주류에 주세법 상 3조 1의 2에 포함되는 전통주를 포함합니다. 전통주는 주종에 제한을 받기 보다 무형문화재, 농민주, 지역특산주 등을 말합니다. 전통주는 전부 특정주류에 포함되나 특정주류가 전부 전통주인 것은 아닌 거죠. 좀 더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장수막걸리'의 경우 탁주이므로 특정주류에는 속하지만 전통주는 아닙니다. 포함관계를 나타내면 아래와 같죠. 아 오늘 수학 개념 계속 넘나


제가 종종 언급하는 '주세법 상 전통주'란 아래와 같습니다. 1의 2에 보시면 가,나,다 항목이 있습니다. 가는 무형문화재, 나는 식품명인, 다는 지역특산주를 말합니다. 





아,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그래서 전통주 시장이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고 끝끝내 이겨내질 못 하고 사업 기회를 수익성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떨어져 나간 업체들이 많습니다. 특히 2015~2017년까지는 이러한 문제를 제조사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판매 가능한 유일한 술이 전통주였기에 이러한 스탠스에만 매몰되어 시장 전체가 죽는지 모르고 유통 시장은 똥망진창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조업체와 같이 주류 유통업체는 면허를 받아야 합니다. 일반주류 유통업체는 모든 술을 다 취급할 수 있기에 지역마다 정해진 수의 업체만이 존재할 수 있고 관리하는 영역이 불문율로 정해져 있기에 사업체를 사고 파는 일이 비일비재 하고 수도권인 경우 가격도 억대를 넘어갑니다. 그에 비해 특정주류는 면허를 내기 쉬운 반면, 취급할 수 있는 술이 한정적입니다. 일반주류 유통업체는 전통주를 취급할 수 있지만 특정주류 업체들은 탁약청주 외에 희석식 소주나 일반 맥주들을 취급할 수 없습니다. 즉 지역 술 활성화를 위해 특정주류 정책이 생겨났지만 이걸로는 해결되지 않는 전통주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 판매를 제조사에 허락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특정주류 업체들이 전부 몰락하는 결과를 가져왔죠. 


초기 전통주 인터넷 판매가 허가되었을 때 양조장 입장에서는 1000원에 팔 수 있는 술을 굳이 도매업체를 생각해서 소비자에게 2천원에 판매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이러한 한치 앞도 못 보는 양조장의 선택이 시장 전체의 퇴행을 가져오게 됩니다. 소비자들이 인터넷만 검색하면 1000원에 사먹을 수 있는 술을 굳이 마진 붙여 사 먹을 필요가 없었고 도매상들은 최소한의 운영비도 남길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거죠. 


전통주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정부 정책은 결국 시장 전체의 몰락을 가져옵니다.


정부가 민간에 어떻게 침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려면 전통주 시장을 보면 된다.


네, 물론 절대 따라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관료적인 정부가 뭐, 잘 듣지는 않더라고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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