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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r 27. 2020

양조장 가격 설정의 비밀 (3)

전통주 유통구조에 따른 가격 책정

https://brunch.co.kr/@ssoojeenlee/115


위와 같이 쓴 2편이 링크와 함께 12회 넘게 SNS에 공유된 것 같습니다. 몇몇은 공개 범위가 다르고 저와 페친이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중 본문을 열람할 수 있었던 분의 타임라인에 코멘트와 함께 공유되어 있더군요. 저와 페친은 아니었지만 함아친이 많고 전체 공개라 그 분의 코멘트를 읽은 후 양해를 구하고 캡처해 왔습니다. 

 

2편 공유에 달린 코멘트

이 분의 프로필을 보니 바텐더를 한 적이 있고 지금도 위스키 관련 샵&바에서 일하는 듯 합니다. 최근 서양술을 취급하던 업장에서 전통주에 많이들 관심가지시는데 코멘트한 바와 같이 어지러진 유통 구조와 가격 정책으로 다소간의 불만이 있으신 듯 합니다. 지난 번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통에서 취급하려면 도매, 소매가에 대한 이해와 이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에 대한 마진이 발생해야 각 채널에서 제품을 취급할 수 있습니다. 도매업체에서는 각 지역 술집과 식당, 수퍼마켓에 영업을 다닐테고 소매업을 영위하는 곳에서는 장소를 임대하고 사람들이 관리해야 합니다. 종종 프로모션이나 세일을 진행하기도 하지요. 예전에 원두 가격이 200원인데 커피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무식한 글을 쓴 기레기가 있었는데 처음에 같이 흥분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카페를 운영하는데 다양한 부대비용이 든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판례를 하나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https://txsi.hometax.go.kr/docs/customer/case/inspect_new_view.jsp?log_main_kind=%EC%B5%9C%EC%8B%A0%EC%8B%AC%EC%82%AC.%EC%8B%AC%ED%8C%90&body=3&gubun=53&docu_no=203978&docu_kind=%EC%8B%AC%EC%82%AC       


이 판례의 핵심쟁점은 "4병 전체 출고가 5,926원에 신고한 술을 선물세트에 포장하여 14,500원에 팔았을 경우 주세를 어느 쪽에 맞추어 청구하는 게 맞는가?"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14,500원에 따라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낫고 현재 홈택스에서는 양조장에서 출고가를 1,000원에 신고해도 실제 판매시 도매든 소매든 10,000원에 출고하면 후자에 맞추어 주세가 계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세트인 더덕술 선물용 5호세트(더덕술 500㎖ 20% 세무서신고  출고가 2,563원×2병 =5,126원, 더덕술 100㎖ 20% 세무서신출고가 400원×2병=800원)에대하여 보면, 세무서신고출고가 합계 5,926원에 선물용세트박스비 3,009원,선물용세트 조립비 200원, 선물용세트박스 포장가방 900원, 선물용세트박스2개 묶음  박스 비용 600원 중 1세트당 비용 300원에 업체이윤 4,165원을붙여 합계 14,500원에 판매하고 있고, 위 출고가 5,926원에는 총제조원가 3,859원, 주세 1,389원, 교육세 139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세무조사결과에 따르면 출고가가 14,500원이 되고 총제조원가는 9,442원(=14,500원÷1.5356), 주세 3,399원(=9,442원×36%), 교육세 340원(=주세3,399원×10%), 부가세 1,318원(14,500원÷1.1)이 되며, 이 경우 세무서가 인정한 총제조원가 9,442원에서 청구법인이 신고한 세트 제조원가가 3,859원, 세트비 4,409원,세트조립비 200원을 빼면 결국 이윤은 974원이라는 결과가 되는데,대략 한해 세트매출이 16,000세트 정도이므로 이윤이 2,000만원도 안 된다는 것이 되며, 청구법인이 계산한 원가에는 실제 원가가 모두 반영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은 가중된다.


'출고가'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나아갈 출(出)에 창고 고(庫)를 써서 공장에서 만들어져 창고에 쌓여있다 외부로, 본격적으로 시장으로 출시되는 순간에 책정되는 가격을 말합니다. 일반주류로 따지면 공장에서 만들어진 처음처럼이 도매상에 납품될 때의 가격인 1081.2원을 말하죠.  그런데 양조장을 설립하여 술을 판매하는 사람들 조차 출고가의 개념을 모르고 도매가와 소매가 조차 모르고 원가 계산도 제대로 할 줄 모릅니다. 물론 모르면 공부하면 되고 발품팔아 찾아 나서면 됩니다. 그런데 모르는 걸 너무도 당당하게, 공부하고 배울 생각조차도 없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무지가 시장을 조금씩 망쳐가고 있고 노력하고, 잘 하려는 사람들에 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팔 생각이 있는 걸까?
"판다"라는 개념을 아는 걸까?


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제품이든 공장에서 만들어 창고에 쌓는다고 누가 거저 가져가 주지 않습니다. 만들었으면 팔아야 합니다. 내가 직접 팔 자신이 없으면 유통을 껴야 합니다. 만약 직접 판다면 내 스스로 유통 구조와 가격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제가 이 바닥에 5년을 있으면서 술 만들어 놓으면 절로 팔리는 줄 아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소비자들은 주머니에서 힘들여 번 돈, 쉽게 꺼내지 않습니다. 이제는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 10000원 짜리 제품을 만들었다 칩시다.
그럼 전통주의 경우 다음의 방법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1. 도매상에 출고한다.

도매상이 받아서 소매점, 의제면허(수퍼마켓, 마트 등) 판매점 등으로 납품해서 남길 마진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얼마나 남길지는 도매와 소매의 몫이겠지만 나는 열심히 만들어서 10000원짜리 제품 1000개를 어디다 납품할지를 고민하고 내 제품 1000개 중 100개 팔아주는 회사랑 900개 팔아주는 회사에 차등하여 프로모션 이벤트나 정책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주류는 그 시장이 조 단위가 넘고 엄청난 세제 수입원이기에 출고가 0.1원까지도 까다롭게 관리당하지만 몇 백 개 양조장, 전통주 시장을 다 합쳐도 주정회사 하나가 되지 않으므로 아직은 다양한 판매 전략과 가격 정책을 실험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현재 이러한 출고가를 제대로 핸들링하는 곳들은 10억 이상 매출합니다. (어딘지는 생략~ 업계 사람들은 다 알 듯)



2. 소비자에게 인터넷으로 판다.

먼저 포장 및 배송비가 추가로 듭니다. 우체국 택배는 최소 수량 100개가 안 되면 계약 택배를 안 해주죠. 물론 대리점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만 서울권은 그렇습니다. 로젠, CJ대한통운 등 동네 사설 대리점을 알아봅니다. 여기도 월 100개는 돼야 4000원 정도 적용해 주고 술 1박스 처럼 부피가 크고(이래서 막걸리는 물값이란 말이) 심지어 유리제품이면 파손 위험이 있어 대체로 5000원 이하는 잘 해주지 않습니다. 특시 도서산간에서 양조장을 할 경우 택배 가격을 낮추기는 더욱 힘이 듭니다. 


이건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술은 택배회사들이 담합하여 파손에 대한 피해보상을 잘 해주지 않습니다. 전통주 외의 술은 배송 판매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다 파손될 경우 액체인 관계로 다른 제품들까지 손상될 수 있어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즉 택배 중 파손될 경우 양조장에서 고스란히 새 제품을 보내줘야 하는 경우가 많죠. 양조장 입장에서는 새 제품 보내는 것도 억울한데 택배를 기다리던 소비자로부터는 안 좋은 소릴 들어야 할 테고 또 몇 차례에 걸쳐 사과해야 할 테고요.


게다가 아무리 스마트스토어가 편하다지만 인터넷 커머스 페이지 구축과 관리에 드는 비용은 어쩌고요?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 필요한 사진과 영상은? 네이버 광고 검색이나 브랜드 검색은요? 


참고로 오픈마켓은 수수료가 거래액 대비 기본  20% 선입니다. 


소비자에게 술을 팔 때는 판관비에 해당하는 이러한 비용들이 판매가에 전부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전혀 측정되지 않은 바람에 2017년 7월 전통주 오픈마켓 입점이 풀릴 때 양조장들이 집단 멘붕이 왔죠. 


여담이지만 술펀이 그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것도 여러 이유가 있지만 양조장 사정들 뻔히 아는 입장에서 "누구를 위한 오픈마켓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어딘가의 글에 "좋은 기획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쓴 적 있고 제가 관여하는 기획의 모토가 이러한데 모두가 윈윈하는 시장이 아니라 뭔가 진흙탕이 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물론 그러한 진흙탕 속에서 옥석이 가려지는 묘미는 볼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 이 얘기도 향후에 할 날이 있을 것 같네요.



3. 술집/식당/소매업소에 납품한다.

이건 전통주 외 다른 주류는 반드시 도매를 껴야 하기에 사실 하기 힘든데 현재 대부분의 전통주를 취급하는 업장은 특정주류 도매업체와 함께 양조장 직접 배송을 이용합니다. 특정주류 도매업체에서도 유통기간이 짧고 냉장 배송 및 보관을 요하는 생주는 취급하기 어려운데다 도매에 납품하는 양조장은 한정적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도소매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가격 정책을 설계해야 하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전통주 전문주점들은 양조장에 직접 발주하고 택배로 술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양조장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인터넷 판매 하는 방식에 비해 병 개수가 많아지고 포장방식이 달라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업장에 납품할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인터넷 보다 훨씬 빠르고 넓게, 많은 사람들에게 내 술을 알리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양조장 입장에서는 소비자 10명에게 1병씩 10병 파느니 1군데 가게에 1번에 10병 파는 쪽이 수월할 수 있습니다. 대신 내가 다이렉트로 소비자에게 1000원에 판다면 소매점에는 그 보다 낮은 가격을 납품해야겠지요. 


그럼 그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우리는 다시 처음의 논란과 문제로 회귀해야 합니다. 이 비율을, 적절한 마진을 책정하려면 마케팅판매 전략부터 다시 짚어봐야 하거든요. 




To be continued...

[다음편 예고: 전통주는 왜 일반음식점에 외면받을 수 밖에 없었나?]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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