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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Aug 29. 2020

제조업에 투자하기 힘든 3가지 이유

제조업으로서의 양조장 vs 6차산업으로서의 양조장

최근에 투자하시는 분들과 얘기해 보면 공통적으로 제조업은 투자받기 힘들다고들 하는데 양조장도 크게 보면 식품 제조의 일부라 그 안에서 이것저것 경험해 본 내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벤처 투자자들은 대부분 전략 투자(SI)보다 재무 투자(FI)에 가까운데 빨리, 그리고 많이 수익을 내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그래서 제조는 그들에게 여러 악조건을 야기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최초 설비 투자에 큰 돈이 든다.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사람을 갈아넣는 일이라면 제조는 시설 투자에 거금을 쏟아야 한다.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 경우 사람이야 1인당 월별 300-500만 잡아도 10명으로 3개월간 1억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든다는 전략이 나온다. 근데 제조의 경우 SKU, MoQ를 얼마나 잡느냐에 따라, SCM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초기비용의 최소 단위는 억이 된다. 초도 물량을 적게 잡느라 시설 최소화를 하면 추후 생산량 증대시 돈을 두세배로 써야 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새로 세팅해야 하는 시설/설비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



2. 피보팅(Pivoting)이 어렵다.


1번과 같은 이유로 빠른 시간 안에 지표를 설정하여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서비스와 달리 제조업은 설사 OEM ODM을 한다 해도 제품 기획 부터 시제품 출시, 제품 수정 후 시장 랜딩까지 투입률이 서비스의 2-3배 정도 투여된다. 특히 시장 출시 후에는 마케팅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위탁 생산으로 진행할 경우 마진이 자사 생산 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마케팅에는 서비스 회사 세팅시 필요한 금액이 또한 고스란히 투입된다. 



3. 결국 회수가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고초를 겪고도 자사 생산 시설을 세팅해서 직접 생산을 하기까지는 몇배의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후속 투자가 이루어져야 버틸 힘이 생기는데 1,2,3번의 이유로 제조업에 손대려는 FI는 거의 없다. FI는 치고 빠지는데 선수들인데 잽을 날렸는데 주먹을 빼낼 수 없다면 그들은 애초에 잽을 날릴 생각조차 않는 것이다. 그럼 SI를 찾아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건 적과의 동침이나 마찬가지라 창업자가 밀당의 천재라야 한다.



그에 반해 창업 정부 지원 사업은 제조업을 환영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조는 기반 산업이고 설립해서 유지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공무원 입장에서 창업자 사정은 알 바 없다. 반면 서비스는 망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의 유행을 탄다. 앱이 유행하는 해에는 다 앱 사업계획서만 사져오고 플랫폼이 유행하는 해에는 전부 이것만 들고 온다. 정부 지원 사업은 공무원들이 진행하기에 사업기간동안 수치적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시제품 제출이 가능한 제조와 달리 서비스는 먹튀하기가 너무 쉬워 보인다. 이는 소셜 벤처나 일반 중진공이나 마찬가지다.


2015년인가, 16년도에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해서 1차 합격 하고 이후 과정까지 진행하는데 심사위원들이 자꾸 제조를 권했다. '대표님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잘 하실 것 같은데 플랫폼 사업 말고 양조장을 한다고 하면 좋겠다(합격할 수 있다)고 심사위원들이 권유했는데 위의 1-3번 이유와 더불어 지금도 전국에 널린 게 양조장인데 내가 굳이 그걸 할 필요도 없고 우리의 미션에도 맞지 않았다. 오히려 스마트창작터 같은 IT지원사업에는 다 합격했었다.


이후 년도 진행한 다른 대표님들 얘길 들어보니 창업사관학교를 비롯한 여러 창업 지원 정부 사업들은 확실히 기재부나 행자부에서 관여하는 산업 기조가 있고 최후의 결과물이 어찌되었건 이러한 방향에 맞는 계획서를 제출하면 아무래도 합격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다. 벤처 캐피탈(VC)이야 자기가 직접 회수해야 하므로 사람을 본다, 팀을 본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어차피 세금쓰는 거고 심사위원들 역시 VC처럼 오래 팀을 만나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서류와 발표로만 평가해야 하다 보니 자신만의 주관보다는 해당 지원 사업 전체, 정부 예산이 투입될 거대 방향, 최종 승인시 타심사위원들과의 논의에 의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심사를 해 보니 더더욱 잘 알겠다. 가끔 울분을 토하며 페북에 쓰는 글들이 객관적으로 절대 안 될 것 같은 계획서인데 해당 기관 장, 혹은 사업부장의 의지대로 관철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






제조업으로써의 양조장은 6차산업으로써의 양조장과 처음부터 다른 방향으로 세팅되고 마케팅이나 SCM 설계를 완전 달리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정체성이 뭔지 탐구조차 없이 


양조장 = 술 빚는 곳


이라 생각하고 무턱대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술을 빚고 싶으면 우리집 거실에서 해도 되고 교육기관에 모여서 해도 되고 공방에서 체험식으로 해도 나와 내 가족, 지인들끼리 나누고픈 만큼은 충분히 생산가능하다. 


당신의 양조장이 체험관광형 서비스를 원한다면 위 1번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람과 콘텐츠에 투자해야 한다. "아니 무슨 소리야? 난 술을 기깔나게 만들어서 내 술 못 먹어본 사람 없게 하겠어!"라면 시설을 제대로 설계하고 SCM 플랜을 처음부터 확실하게 짜야 한다.


초기 투자 비용은 서비스 쪽이 적게 들겠지만 BEP를 대략 3-5년 정도에 맞춘다고 가정할 때 매출 대비 영업이익, 손익, 전체 투자 비용은 별반 차이없다. 그런데 양조장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매우 영세하고 1억도 안 되는 소액 은퇴자금을 쏟아넣은 경우가 많아 1-2년 갈팡질팡하다 철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당신의 양조장은 제조업 베이스인가? 6차 산업 베이스인가?


"둘다 성공할게요!"라고 하려면 자금도 2배로 든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렵다. 설사 그렇게 사고 싶다면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만 알려줄 수 있는 꿀팁인데 양조 제조로 성공한 사람들은 절대 6차산업, 서비스 모델로 후퇴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케팅에 젬병인 업체들이 6차 산업으로 대성하긴 어렵다. 복순도가나 해창막걸리 같은 곳을 말하지만 여기 생산량과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얼만가?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영세소상공인 수준이고 힘들게 버틴 세월이 얼만가? 증류주로 자리잡은 화요도 그렇고 최소 10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바닥에서는 대성한 곳이다. 그러니 부디 정신차리고 양조'업'에 무턱대고 뛰어들지 않길 바란다.






 




2015년인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해서 1차합격 하고 이후 과정까지 진행하는데 자꾸 제조를 권했다. ‘대표님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잘 하실 것 같은데 플랫폼 사업 말고 양조장을 한다고 하면 좋겠다(합격할 수 있다)’고 심사위원들이 권유했는데 위의 1-3번 이유와 더불어 지금도 전국에 널린 게 양조장인데 내가 굳이 그걸 할 필요도 없고 우리의(당시에는 나의) 미션에도 맞지 않았다.

2015년인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해서 1차합격 하고 이후 과정까지 진행하는데 자꾸 제조를 권했다. ‘대표님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잘 하실 것 같은데 플랫폼 사업 말고 양조장을 한다고 하면 좋겠다(합격할 수 있다)’고 심사위원들이 권유했는데 위의 1-3번 이유와 더불어 지금도 전국에 널린 게 양조장인데 내가 굳이 그걸 할 필요도 없고 우리의(당시에는 나의) 미션에도 맞지 않았다.

2015년인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해서 1차합격 하고 이후 과정까지 진행하는데 자꾸 제조를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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