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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Feb 21. 2020

앞서 가는 전통주 제품 기획 노하우

지금 뜬 제품을 카피해선 안 되는 이유

2019년 초에 발간된 '2018 주류소비 트렌드 조사' 보고서를 살펴 보자. 이 정도 간격이라면 2019년 트렌드 분석결과가 지금쯤 발간되었어야 하는데 아직인 것 같다. 필자가 2014년 부터 AT 뿐만 아니라 다양한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결과 1년 사이 극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  만약 있다면 이미 필자가 직접 예측한 것들이라 그다지 극적으로 보이지 않기도 하다. 초기엔 이런 보고서 조차도 거의 없어도 통계청 Raw Data를 직접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고 했는데 지금은 이 시장이 전망 있어 지고 있다는 증거인지 다양한 보고서를 인터넷 검색으로 만나볼 수 있다.


2018년 주류소비 트렌드 조사 보고서는 아래의 링크에서 전문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2019년 보고서 역시 본사이트에 올라올 예정이니 참고하도록 하자.

https://www.atfis.or.kr/fip/article/M000010300/view.do?articleId=3663 


상기 링크에 문제가 있다면 아래 첨부파일을 직접 다운받으셔도 된다.


보시다시피 주류소비 트렌드 조사 보고서는 현상에 대한 분석, 즉 과거 일어난 일에 대한 원인찾기 및 추척이 근간이다. 이러한 보고서가 미래 신제품 개발에 대한 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왜냐하면 이 보고서에 나타난 현상은 이미 발생한 일이자 원인이라 미래 다가올 트렌드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제조사에서 해야 할 일은 이러한 보고서를 근간으로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여 될 것 같은 상품, 앞으로 뜰 것 같은 제품을 지금부터 개발하여 그 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출시하거나 한발 앞서 개발하고 반발 앞서 출시하여 물 들어올 때 힘차게 노를 젓는 일이다.


1. 제품 개발 시기


2018년 보고서를 2019년 초에 봤으면 2020년에 판매할 제품 개발을 아무리 늦어도 2019년에는 시작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2018년에 주품과 주질을 잡아놓고 2019년에는 시장 출시를 위한 브랜드, 마케팅, 디자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018년 제품 기획 단계에서 이미 타겟 고객과 초기 생산량 및 일정 등이 계획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2019년 보고서를 보고 2020년 제품 기획을 하면 이미 시장 선점은 불가능하다. 시장을 일구는 사이 제품 트렌드는 2021년, 2022년으로 옮겨 간다.


나주배약주 역시 실제 출시가 1년 반 이상 미뤄지며 매우 아쉬운 프로젝트가 되었다. 물론 지금도 잘 팔릴만큼 좋은 술임은 틀림없으나 출시 시기에 맞추어 진행된 비플러스 P2P 펀딩 프로젝트 등에 차질을 주었고 온라인 판매 전략 등에 있어서도 여러모로 계획된 대로 진행되지 않아 매출 급상승으로 연결되지 못 했다.

 

2017년 개발을 시작해 2018년 말에야 제품이 개발된 나주배약주 이야기는 아래에서 미완결된 상태로 엿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ssoojeenlee/68


제품 개발 시기는 진로 선택이랑도 맥을 같이 하는데 99년 IMF가 터지자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공무원이나 교사, 의사 등 전문직이나 철밥통 분야로 진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때 선택해서 공부나 시험을 준비하면 이미 늦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시험 준비 기간은 길어질 수 밖에 없으며 늘어나는 응시자로 인해 제도는 어떻게든 변경되어 예측이 어려워진다. 이미 그 길에 있었던 자들이 미리, 그리고 오래 영광을 누리는 법이다.



2. 트렌드 예측 기법


솔직히 이건 전적으로 전문가의 감에 1차적으로 의존한 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게 그 다음이다. 필자가 3년 전, 2017년 1월에 쓴 술의 미래라는 글을 기억하는지?


https://brunch.co.kr/@ssoojeenlee/14


'전문가가 무슨 감이냐? 전부 데이타 아니냐?' 하겠지만 아직은 휴먼지능 만한 게 없다. 특히 전통주처럼 시장이 협소하고 성장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장은 추적할 데이타량이나 종류가 많지 않다. 시장이 도입기에 들어서 발전하는 단계에서는 N수나 케이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이 예측을 적은 데이타로 뒷받침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컨설팅을 시작하면 가격부터 브랜드 전략까지 다양하게 조언을 하는 편인데 생각 보다 그대로 진행되는 케이스는 없다. 무엇보다 제조사 오너의 자의식이 매우 강하고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 보다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케이스가 허다하다. 이게 바로 전통주 제품의 전반적인 문제점이다. 특히 주품에 있어 명확하게 가져야 할 스탠스는 취향 이전에 수준(내 언어로 풀면 Taste beyond Standard)이다. 작품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제품 역시 일정 수준을 넘어간 후에야 "취향"이란 것이 가능해진다. 미술 작품으로 따지자면 그림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을 넘겨야지만 인상파냐 후기 인상파냐, 세잔이냐 고흐냐, 고흐 할배냐가 나눠지는 거지 일정 수준이 안 되는 그림은 그냥 폐기처분이다. 가끔 매우 독특한 명망가 하나가 폐기 처분 직전의 그림을 한점 정도 후원할 수 있겠으나 우리가 그 한 사람만을 위해 그릴 수는 없잖은가? 자의식을 표출하고 싶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그 자의식에 공감할 수 있어야 작품 가격이 올라간다. 작품 아닌 제품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예측은 분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예측이다.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 '될' 적중률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 실제 제품 개발 프로세스


주품을 선정하는 게 먼저고 주질이 그 다음이다. 브랜드 개발은 동시에 진행한다. 최근 모전통주 사장님의 게장이 이슈가 되는 와중, 필자 역시 컨설팅하는 클라이언트에 비슷한 케이스를 겪고 있는데 음식 장사로 돈 좀 벌어 봤다고 해서 제조가공에 쉽게 뛰어드는 건 역시 다른 얘기다. 이 글을 한번만 더 읽어 보자.


https://brunch.co.kr/@ssoojeenlee/110


주품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질을 논하고 브랜드와 디자인을 얘기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필자 역시 어떤 양조장을 컨설팅하면서 디자인이 다 끝났는데도 제품 완성본(물론 중간 단계랑 완성 직전의 제품은 이미 맛본 상태였음)이 오지 않아 의아해 하며 몇주를 기다린 적이 있다. 자신만만했던 사장님의 큰소리와는 다르게 도저히 돈을 받고 판매를 해서는 안 될 정도의 퀄리티였다. 하지만 이미 출시의 꿈에 부푼 사장님께 감히 을(乙)인 필자가 차마 솔직히 말씀드릴 수는 없어 판매 대신 소비자 테스트를 진행하며 관능 평가를 좀 더 해보면 어떻겠냐고 돌리고 돌려 권해 보았다. 지인들이 괜찮다고 했다며 밀어붙이시는데 여러번 다른 글에도 쓴 적 있지만 공짜로 술 얻어마시고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인들이 절대 솔직한 얘기를 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공짜가 아니라 돈 주고 사 가라고 해 보자. 과연 몇 명이나 사 갈 것인지. 막 개업한 식당에 오픈빨, 개업발이란 게 있듯 제품도 출시 초기엔 지인들이 의리상 한두병은 구입해 준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재구매를 할지 6개월만 살펴 보자. 그리고 지인 아닌 사람들이 얼마나 첫구매를 하는지, 재구매를 하는지 6개월만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그런데 대부분의 양조장 사장님들은 제품이 맛없다는 생각은 안 하고 새로운 제품을 다시 개발한다. 하지만 신제품을 개발하는 건 기존 제품을 리뉴얼 하거나 업그레이드 하는 것 보다 5배 이상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신제품이 개발하고 싶을 땐 이 글을 한번만 더 읽어 보자.

https://brunch.co.kr/@ssoojeenlee/106 

 


앞서 가는 제품 기획 노하우? 


이런 건 사실 없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을 진리가 있다면 지불용이가 있는 사람을 찾아 내어 그들이 살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앞서 찾아 낼까? 지불용이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내어 그들이 살만 한 제품을 계속 고민해서 만들어 팔아보고 또 개선하고 팔아보고, 좀 싸게도 팔아보고, 비싸게도 팔아보고 시행착오를 줄여가며 끝없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만이 성공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면? 트렌드를 스스로 예측하여 지불용이가 있는 사람에게 팔릴 것 같은 제품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 필자만 해도 2년 전부터 시장에서 팔릴 것 같은 제품을 브런치를 비롯한 SNS에 공개적으로 쓴다. 아니면 내가 만드는 술이 타게팅하는 소비자가 겹치는 분야(패션이 될 수도 있고 화장품이 될 수도 있다. 잡화나 담배가 될 수도 있지)의 다른 예측, 트렌드들을 미리 살펴보자. 몇년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들어맞게 된다. 시장에서 이미 유행한 제품들을 따라해 봐야 그 제품이 시장에 출시될 즈음엔 이미 한물 간 제품이 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건 술 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다. 


아니 그럼 언제 성공하냐고? 


필자가 되묻고 싶다. 그럼 얼마나 바라보고 양조장 하시려는 거냐고. 다음 대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10년을 바라보지 않으면 양조장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식품보다 술이 어려운 건 "시간"의 마법이 필수적으로 선행되기 때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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