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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Jan 10. 2017

전통주, 3가지를 더하다;향, 맛, 탄산

술의 미래 (2)


술의 미래 (1) https://brunch.co.kr/@ssoojeenlee/14




제품의 내용면에서 도수, 용량, 포장 단위의 측면에서 점점 적고 작고 낮은 쪽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면 겉보기 측면에서는 좀 더 화려하고 첨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할 수 있겠다. 더하다 못해 아예 이종간 협력, 브랜드+브랜드, 제품X유통,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대세다.


혹시 모디슈머란 말을 들어 보셨는지? 아니라면, 짜파구리는?


기존에 존재하던 브랜드나 제품 간 콜라보레이션을 넘어 고객(Consumer)이 직접 수정(Modify)하고 변형할 수 있도록 개성을 재창조하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 컨셉은 최근 식품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 마케팅 트렌드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단순 마케팅을 넘어서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 혁명 전반에 걸친 사회의 변화라고 본다. 업종, 직무, 분류의 경계 보다는 융복합, 하이브리드, 협력 현상이 여러 분야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래 짜파구리는 블로그, 오유나 클리앙 같은 커뮤니티, SNS 등에 소비자들이 재미로 올리던 메뉴였으나 몇몇 TV 프로그램에 레시피가 등장하고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조사인 농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소비자에게 미디어 광고 등을 이미지를 주입하던 시대에서 SNS와 소비자 트렌드가 역으로 기업 마케팅에 적극 반영된 사례이기도 하다. (이렇게 대기업에서도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데 전통주 업계에서도 전통만 고수하지 말고 소비자 요구를 적극 반영할 때가 되지 않았나...이런 자괴감이 듭니다...) 


캔참치로 유명한 동원은 팔도와 손잡고 참치 컵라면을 출시했다. 다양한 라면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짬뽕, 우동, 국수까지 넘 본 라면에게 아무리 재창조라지만 자체적인 변형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기존 제품 자체의 변형이나 업그레이드에 한계를 느끼면서 대기업들은 이종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주류 업계에도 이러한 트렌드는 여지없이 반영되었다. 




잭콕이라는 칵테일은 바에서 누구나 한번쯤 흔하게 들어보았으리라. 잭다니엘 위스키에 콜라를 섞어 달고 청량하게 만든 칵테일이다. 클럽이나 바에서 만만하게 주문하던 잭콕을 아예 제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콜라 뿐만 아니라 레모네이드, 아이스티 등을 혼합한 다양한 베리에이션 제품을 골라 마실 수 있다. 上편에서 잠깐 소개했던 호가든 로제는 장미...가 아니라 라즈베리가 첨가된 호가든 오리지날 제품의 첨가 버전이다. 맛 뿐 아니라 빛깔에서 포장까지 핑크를 컨셉으로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요즘은 생수 대신 탄산수를 마신다. 단맛 뺀 사이다 정도를 상상하면 되려나? 처음 생수를 수퍼에서 팔기 시작할 때 본인 역시 "미쳤나? 물을 사 먹게..."했던 사람인데 전기주전자를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정수기는 관리하기 귀찮고 아예 생수를 사 마신다. 아마 우리 부모들 세대라면 탄산수 사 마시는 걸 보곤 "사이다 먹지 저걸 왜 먹어?" 할 것이다. 설탕에 대한 반감, 다이어트 열풍, 건강식에 대한 열망 등으로 탄산음료 대신 탄산수를 마신는 인구가 생각 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늘었다. 주류 뿐 아니라 음료 제품에 있어서도 무겁고 바디감 있는 질감 보다 가볍고 청량한 텍스처에 선호를 보인다. 탄산 첨가는 저도수 선호와 함께 대다수의 미디어에서 제작년 말에서 작년 상반기까지 최근 주류 트렌드로 대대적인 기사가 나기도 했었다. 


관련해서 읽어볼 만한 기사 꼭지 소개하니 한번 훑어 보시라. 

(RTD 등 굳이 쓸 필요없는 영어 용어들이 막 섞여 있어 배운 사람(?) 티도 좀 낼 수도 있음 -_-ㅋ)


http://www.liquorjournal.com/post/2922


http://www.womaneconomy.kr/news/articleView.html?idxno=43326


작년 말 술펀은 X 대형 마트에 직접 방문하여 150여 종의 주류 제품을 조사하였다. 목록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2/3, 수입산이 1/3 가량으로 희석식 소주, 대기업 맥주, 와인 코너의 수입 와인, 맥주 등을 제외하고 탁주, 청주, 과실주 등 전통주를 포함한 마이너 제품군이 포함 되었다. 제품 조사 목적이 본 글에서 도출하려는 결과와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정확한 데이타는 아니지만 그저 참고용으로 살펴보기에는 부족하지 않으리라. 


또한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전년 대비 제품 분포도를 함께 비교해야겠으나 죄송하게도 없다.


                                                                                               내년에는 한번 시도해 보겠슴당~ (__ )( -- )( __)



주종별 분포도(국내 생산 제품군)                                                            주종별 분포도(수입 주류 포함)




생탁주 집계에도 장수 막걸리는 제외하였으나 국순당이나 배상면주가 제품들은 포함되어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집단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N수는 생략하고 %만 기입하였으니 3~10종 제외되었다고 하더라도 많다, 적다 정도만 판단할 수 있도록 참고만 하자.


과실주와 기타주류가 절반 정도, 수입 제품군을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주세법상 약재, 향, 색소 등을 첨가하면 대부분 기타주류 제품군에 포함되므로 첨가된 술의 대다수가 과실주나 약주 보다는 기타주류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탁주는 살균이든 아니든 국내에서만 생산될 것이므로 왼쪽, 오른쪽에서 동수를 차지하나 비율로는 수입 주류 포함 그래프에서 현격히 낮아진다.  


약주 제품이 1% 정도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배주, 안동소주, 화요 등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식 소주들이 시장점유율을 넓혀가면서 경쟁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3년 전 부터 허구헌날 얘기했던 대로 증류식 소주 시장은 이제 자기 자리를 공고히 하는 중이다. 남은 블루오션은 약주다.




자, 2017년 약을 팝니다. 약주를 개발하시오!

다시 한번 말합니다 2018년 시장에서는 약주, 약주의 명백을 잇는 기타 주류의 시장이 부상할 것입니다.

아쉽게도 2014년에는 제가 브런치를 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그리고 가끔 페북에서 증류식 소주로 약을 팔았지만 올해부터는 약/청주를 팔 겁니다. 제품은 시장 본격 도래하기 2년 전, 최소 1년 전에는 준비하고 출시해야 합니다. 


아, 물론 증류식 소주 시장 역시 당분간 계속 성장은 할 겁니다.




과실주와 기타주류가 대세라는 말은 소비자들이 술 같지 않은 술맛을 찾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침에 수입맥주 선물세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신문 기자의 전화를 받았는데, 조금만 신경쓰면 전통주 하시는 분들이 차지할 수 있었던 시장을 수입맥주가 선점해 버렸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상 답례품 최고 상한선이 5만원이라지만 4만9천원짜리 선물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명절 선물이라는 게 주는 쪽에서도 적잖이 부담되는 경우도 많아 '옳다구나' 하고 신생법 핑계를 대며 3만원 안팎에서 세트를 찾을 것이다. 올 명절이 특히 법 시행 후 공식적은 첫번째 명절이라 다들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걸 생각하면  받는 쪽 역시 한사코 거절하기 일쑤. 최대한 금액이든 내용이든 가볍고 부담없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주류 선물 코너에서도 이제 소비자들에게 와인은 다소 익숙해진 제품군이고 수입 맥주는 상대적으로 신선한 콘텐츠다. 게다가 저도수라 남녀 누구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고 병당 4~7천원 선에서 선택할 수 있으니 가격적으로도 무리가 없다. 개성적이고 특이한 라벨 디자인 덕택에 보는 즐거움도 한몫한다. 와인은 시장 성숙기에 들어서며 소비자 경험이 거의 포화상태에 달했다. 즉, 술을 안 마셔본 사람은 있어도 와인을 안 마셔본 음주인은 없다는 얘기다. 고급스럽고 좋은 이미지 중심이었던 와인에 '과실주 안 맞다, 술취로 골 깨지겠다'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 반면 맥주는 술을 최소한만 마시는 사람에게도 마지노선일 정도로 부담이 없다. 게다가 와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대중적인 와인들은 가격대가 널리 알려져 버렸다. 선물 상자 가격표를 떼는 게 미덕인 나라에서 뻔한 선물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 유통사들은 저렴한 가격에 럭셔리한 패키지들은 시즌마다 내놓고 있어 성장폭은 둔화될 지언정 볼륨 자체는 크게 축소되지 않을 것이다. 시장 성숙기에 도달한 제품은 결국 파이 쪼개기를 하게 되므로 최근 마트나 백화점에서 와인 할인, 프로모션 등이 대대적으로 확대되는 걸 보면 애주가들은 더욱 므흣 >< 하게 된다. 와인도 최근 저용량, 소포장 단위로 축소되고 있는 걸 와인 코너 들르시거든 유심히 보시라.

 




현재 우리술 시장은 국순당, 배상면주가 정도에서 출시되는 약주나 청주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익히 알고 계시는 예술, 천비향, 자희향 등 소위 '프리미엄' (물론 우리는 프리미엄으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지만 제가 잘 빠지는 삼천포로 가지 않기 위헤 여기선 일단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약주들은 소비자가 부터 2만원 이상이라 이미 백세주 4병 값인데다 술집에서 마시게 되면 보통 3배 마진, 최저로 2배 정도 가정했을 때 3~4만원을 훌쩍 넘는다. 현재 소규모 양조장들이 지금의 프리미엄 제품들을 조금만 더 변형하면 청하나 대포를 대체할 순 없어도 백세주나 산사춘 정도는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세컨 라인이 출시가능하다. 여기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활용하여 프리미엄 제품이나 증류주 R&D에 쏟아 붓는 테크트리가 필요하다. 물론 유통망이나 영업망을 백세주만큼 구축할 순 없겠지만 타겟을 처음부터 넓히지 말고 우리술을 사랑해 마지 않는 전문점들부터 공략해 나가면 2년 안에 문배술 만큼의 점유율은 넘볼 수 있지 않을까? - 물론 우리는 여기서 제품의 퀄리티(맛, 향, 주질 안정화 등)를 보장한다고 전제한다 -  사실 누군가가 가야 할 길을 문배주나 복순도가에서 선방하여 수도권 점포들을 개척해 놓았으니 쉐프 중심 음식점이나 전문점에서 예전 보다는 우리술 신상품에 훨씬 호의적이다.


또한 100% 과일로 빚는 과실주는 와인 제조 방식과 같으므로  본격적인 전통 방식, '곡주'의 느낌은 덜 한데 약주는 전통누룩과, 입국, 특산물을 잘 혼합하면 최적의 맛을 뽑아낼 수 있다. 나는 이 시장이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격이나 주질 등 개선해야 할 문제 역시 산적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내 술만이 오로지 전통이오.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술 업계에 좀 더 용기 있는 시도가 나타났으면 한다.

저용량+미니멀한 패키지+파격적인 마케팅...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마케팅의 중심인 시장 분석, 산업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대두되고 있다. 도저히 과거 데이타 만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소비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그룹 중의 하나가 오타쿠에서 유래된 덕후, 십덕, 오덕 같은 단어들이다. 이들은 기존 마케팅이 분석하는 가격, 모양, 맛 등 어떤 개별 특성에 반응하는 것 같지 않다. 어떤 전체에 반응하면서 개별화된 덩어리를 가지고 있으며 덕후라 해서 그루핑하여 분류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건담 덕후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나이, 성별, 직업 등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한 특성으로 나눌 수 없는 얘기다. 그래서 등장한 분석법 중 하나라 라이프 스타일 기반의 소비자 분석인데 아무리 논문을 봐도 이건 너무 결과지향적인 방법론 같다. 빅데이타 분석도 패턴을 파악하기 까지 말 그대로 "빅" 노력과 비용, 시간이 소요된다.


소규모 소상공인, 제조업자들이 여기까지 접근할 수 있을리도 만무하다. 예측하고 실험하고 실패냐 성공이냐 빨리 판단하여 개선하고, 스타트업에서 한창 유행했던, 물론 지금도 유행 중인 애자일, 린 등의 용어들이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도 적용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미리 예고하자면 마지막이 될 下편은 공동체, 커뮤니티, 사회적경제에 관한 이야기다. 술과 무슨 상관있겠냐고? 그건 다음 주에 두고 보도록 하자.


술의 미래 (3) https://brunch.co.kr/@ssoojeenlee/19


술의 미래 (4) https://brunch.co.kr/@ssoojeenlee/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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