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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Oct 24. 2021

전통주, 술BTI로 먼저 다가가다

술의 미래 (4)

술의 미래 (1) https://brunch.co.kr/@ssoojeenlee/14


술의 미래 (2) https://brunch.co.kr/@ssoojeenlee/15


술의 미래 (3) https://brunch.co.kr/@ssoojeenlee/19



ESG의 시대, 지금이 후발 주자들에게는 적기


개인의 기호가 세분화되면서 소비자는 끝없이 '다른 것'을 찾기 시작할 것이고 인공 감미료 없는, 국내산 원료 제품을 따지기 시작할 것이다. 내 손으로 술을 빚어 마시기 시작하면 '수공'의 힘에 대해 공감하고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를 준비를 하게 된다. 요즘 동네마다 보이는 가구 공방, 목재 공방처럼 마을 커뮤니티와 지역 사회에 술 만들어 마시는 모임, 취미방이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사실 우리네 생활이 술과 동떨어진 적이 있던가? 그 어느 나라보다 술에 익숙한 민족이고 풍류를 즐겨오지 않았던가?  WHO에 따르면 전 세계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은 2010년 기준 6.2L로 한국은 그 두 배에 달하는 12.3L를 소비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4년 '식품 및 식품첨가물 생산실적'에 따르면 주류가 5조 7,898억원을 기록 2년 연속 1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주류 시장 전체는 성장을 멈추고 둔화되고 있으나 우리술은 오히려 성장할 수 있다. 커진 파이를 쪼갤 수 있는 단계에 왔고 메인 스트림의 틈새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양조업체, 혹은 술을 제품으로 개발하고 싶은 사업체에 필자가 남기고 싶은 말은 "협업"하고 "연대"하라는 것이다. 우리 옆집에서 생산하는 쌀을 사다 쓰고 마을의 과일로 술을 빚어라. 농촌 6차 산업을 하고 있는 체험장과 손을 잡고 도시의 청년, 실버, 단체들과 손을 잡고 방문객을 끌어 모으고 지지층을 만들어라. 귀촌한 사람들 텃새하지 말고 함께 패키지 디자인하고 SNS 마케팅을 하라. 내 제품을 광적으로 좋아할 만한 소수의 집단을 만들어라. 10명의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다면 100명, 1000명에게도 어렵다. 매스 미디어로 스타 광고해서 성공이 보장되던 시장은 끝났다. 당신의 제품을 체험하게 하고 그들을 팬으로 만들어라. 그 동력은 협업과 연대에서 온다. '네트워크 개인주의' 시대, 온라인으로 탄탄하고 오프라인으로 느슨한 관계는 오히려 당신에게 기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92670#home


ESG 차원에서 전통주계의 아이돌 한강주조 곰표 막걸리의 선전은 주목 할 만 하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월 수만 개 단위의 막걸리가 B2C 배송으로 나간다고 하니 매출과 친환경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M사의 은박 내지가 아닌 냉장 코팅으로 냉기의 외부 유출을 막고 있으며 100% 물로 된 아이스팩을 사용한다. 생수업계의 투명 패키징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 후에도 여전히 불투명 플라스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막걸리 업계에서 젊은 창업가들의 이러한 시도를 응원한다. 



제품&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의 시대 



특히 오랫동안 특정 지역에서 양조장을 운영해 왔다면 더더욱 분발하고 새로운 옷을 입어 보자. 만약 전통주 시장에 기회가 온다면 바로 이 곳일 테니까. 현재 한국 시장은 전통에 열광하고 있다. 한복, 한식, 한옥 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 시장들은 하나같이 기존의 전통만을 고수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과 기술, 현대적인 디자인을 차용하고 있다. 우리술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점 중에 하나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양조장을 해 온 분들 보다 새로운 트렌드를 꿰고 신규 후발주자로 진입한 분들이 훨씬 빨리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 시장의 싸구려 이미지와 가격을 쉽게 벗겨내지 못하고 새로운 시장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틈새 시장 마저 자본가들에게 잠식당하게 될 것이다.


벌써 롯데에서 21%, 출고가 1,600원의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출시하였다. 값비싼 화요 고객의 일부와 기존 희석식 소주 고객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3년 전에 증류식 소주 시장을 예측할 때 이미 개발했으면 지금쯤 경쟁 제품을 내 놓았겠지만 이미 시장에 진출하기는 늦은 상황, 2~3년 지나면 트렌드는 또 바뀔 것이다. 필자는 앞서 약/청주 컴필레이션에 대해 피력한 바 있다. 지금 준비해야 다음 틈새 시장을 노릴 수 있다. 시장은 예측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촉과 감이 아니다. 철새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란 말이 아니다. 정말 시장에서 먹어주는 제품 출시를 위해 필요한 건 철학이다. 내 제품과 사업에 대한 확고한 철학, 이 바탕에서 전문성과 트렌디함이 더해져 좋은 제품이 나온다.


4편에 걸친 술의 미래 시리즈에서 말하고 싶은 건 결국 희망이다. 5%의 열악한 시장이라는 팩트 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잠재력과 가능성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에 대한 아주 작은 실마리들의 공유이다. 혼술이든 집술이든 술은 사람과 함께 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법,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지역 사회, 우리 마을이 협업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마케팅 단계에서는 훨씬 품이 적게 든다. 실제로 이렇게 시작하는 곳들을 보았고 하려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어차피 인생 하루 살고 말 것 아니잖은가? 길고 가늘게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함께가는 것이다.


양조장의 상황, 지역의 사정에 따라 제품 개발과 스토리텔링의 포인트는 각각 달라진다. 내가 가진 자원, 활용할 수 있는 역량, 외부에서 충당해야 할 부분에 대해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외부자원에 대한 막연한 기대, 정부에만 기대려는 의존적인 태도는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 내게 부족한 다른 자원을 어디에서, 누구에게 충당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 보아야 한다. 그 답은 지역사회에 있고 지역에서 뭉치기 시작하면 입소문을 탄다. 지자체마다 속속 생겨나는 유기농 직판장 부터 입점하자. 그 다음에는 도 단위, 그리고 옆 마을 체험장 진열대에 하나둘씩 비치해 보자. 소규모 지역 양조장일수록 지역과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지역 먹거리, 역사, 문화, 전설 등과 함께 떠들거리를 만들어 보자. 제품 개발과 브랜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술비티아이(SULBTI), 전통주 커스터마이징 시대의 시작


전통주는 이미 1000여 가지가 훌쩍 넘어가고 도수 및 용량 중복 제품군까지 따지면 아마 3~5천 여 종이 넘을지도 모른다. 특히 유일하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집앞까지 편하게 배달시켜 골라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코로나 수혜를 입은 술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 하다. 최초의 노출에 있어 복순도가, 한강주조, 이강주, 안동소주 등 원래부터 유명한 술들을 제외하고는 현저히 낮은 기회와 빈도를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2021년 부터 술펀에서는 고려대학교 데이터마이닝 연구실과 함께 라이프 스타일 기반의 전통주 추천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본 연구에는 해당 연구실의 박동현 박사님과 오랜 인연인 경기대학교 직업학과 안윤정 교수님의 감수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받고 있다. 무엇보다 20대 후반 부터 MBTI 전문 강사 과정을 마스터하고 꾸준히 강사와 검사자로 활동했던 필자의 인사이트이 역시 상당 부분 녹아있다. 



일단 검사부터 하고 오자! 꿀잼이다!


https://sulfun.typeform.com/sulbti2110 


전통주는 와인이나 맥주와 달리 단일 주종이 아니다. 그것이 전통주 산업군에 있어서는 어쩌면 축복일 수 있지만 연구자, 개발자, 혹은 맛을 기반으로 한 추천 서비스 개발에 있어 가장 큰 취약점이기도 하다. 어떠한 향과 맛 성분으로 기존의 소비자 술 취향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한 다음 다시 카테고리별 비슷한 술을 추천해 주기에 탁주-약주-증류주 스펙트럼에서 세부적으로는 각 주종별 2-3종씩이 더 나누어지는 전통주 분류 특성 상 너무도 많은 경우의 수가 생겨 버린다. 


더욱 큰 어려움은 전통주 제품별 성분 분석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거니와 공개되지도 않았으며 설사 되어 있다 해도 데이터를 취합하기에 아직은 전통주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아 유의미한 소비자 데이터를 모으기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술을 읽다 서비스의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하여 음주 스타일과 선호하는 주종, 미식과 선택 취향에 기반한 전통주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고 여러번의 테스트를 걸쳐 10월 부터 공개 중이다. 



지금은 전통주만 추천 결과에 출력되지만 일정 규모의 데이터가 수집되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료, 음식, 굿즈 등 술과 관련된 다양한 즐길 거리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현재 비어있는 제품군은 무엇인지,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지를 앞서 개발하고 선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미 술 문화는 변화했고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네이버 쇼핑의 발굴되지 못한 구역과 키워드 검색 광고의 헛점들이 이 분야에는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취향 기반의 취함을 존중하기 위한 이 바닥의 개척자, 술펀의 다양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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