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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Jul 16. 2022

안티에이징의 끝판왕은 뇌의 주름

안티에이징 대신 해피에이징


올해 상반기 동안 안경 5개를 부러뜨리거나 잃어버렸다. 


2009년에 라쎅을 했는데 화이자에서 안과를 담당하던 선배가 꼭 여기서 하라고 추천해 준 병원. 정확히 11살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짝눈에 난시에 근시가 심했던 내 시력은 -5.25, -2,25 정도 됐었다. 수술 후에는 양쪽 눈 각각 1.2 정도로 개선됐다. 목표시력을 일부러 1.5까지 높이지 않은 건 안구건조증이 있던 눈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추천할 만한 병원이었는지 남들 다 있는 부작용도 없이 오히려 안구건조가 개선되어 수술 이후 인공눈물을 더 이상 넣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때 원장님이 수술이 잘 됐다면서, 하지만 노안으로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셨는데 슬슬 시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다. 운전면허 갱신하러 적성검사받으러 갔는데 요식행위로 대충 하는 그 검사에서 오른쪽 눈 기준 시력이 너무 낮아 빨리 통과시키고 싶던 의사가 같은 줄 숫자를 맞출 때까지 계속 짚고 물었다. 다행히 통과는 했지만 더 놀란 건 나 자신이었다. 뭐야, 0.6도 흐릿하다고? 왼쪽 눈은 0.9 정도 나와 다시 짝눈이 되었다.


사업하면서는 라섹을 하고도 안경을 끼고 다녔는데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늙어 보이게 하고 다닌다.-염색 안 함
2. 여성성을 최대한 배제한다.-화장 안 함 치마 노노
3. 이미지로 매력 대신 신뢰를 차용한다.-안경 등


2015년 당시에 술펀 인턴들하고 ‘어둠 속의 대화’에 워크숍을 간 적이 있다. 시각장애 외 시리즈로 노화 버전, '시간과의 대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아직 한국판은 없음). 임팩트는 어둠 속의 대화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영국에서 하고 온 분들이 꽤 해 볼만 하다고 했다. 둘 다 경험한 분들이 장님은 남의 일 같지만 노화는 내게도 닥쳐올 일이라 프로그램 자체의 충격은 덜 한 반면 더 겁나긴 한다고. 그러면서 노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생각이 문득 났다.


언니 오빠들이 노안 얘기를 할 때 그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는데 수술을 해도 복구하지 못하는 상태, 더 이상 깎아낼 각막도 없는 상태가 노화가 아닐까? 오랜 시간 닳고 닳아 나빠지는 몸에 대해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을 때 우리는 그것을 노화라고 부른다. 


몇 달 전에 전혀 접점이 없을 법한 막 30이 된 여자애들을 지인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만나게 됐는데 대기업 다니며 탱탱한 피부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가진 멀쩡하게 생긴 애들이 요즘 최대 관심사가 안티에이징이라 해서 대충격을 먹고 며칠 내내 지인에게 ‘충격이다, 나 다시는 이런 자리 부르지 마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도 몇 번을 되물었더니 20대와의 차이는 


20대에는 그냥 안티에이징 얘기만 했다면
이제는 재테크로 돈 벌면서 안티에이징 방법을 고민하는 게 차이


라고 했다. 안티에이징에는 시간과 돈이 필수기 때문이다. 그날 마침 그 친구들은 보톡스랑 필러를 맞고 왔는데 한번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내게는 주름이라곤 없는 애들이 주기적으로 시술을 한다는 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나 타자화 같은 개념들을 따졌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색조 화장하는 남자들도 싫어하는 나는 그냥 꼴보수인 거겠지. 


2018년 여름에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치고 만 3년이 꼬박 지나 작년 가을에서야 본격 치료를 하러 다니며 몸의 불균형이 많이 뒤틀린 걸 알게 됐다. 짐작은 했는데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던 거지. 몇 가지 대체의학과 재활치료로 지금은 통증이 5-8% 정도 남아있는데 이때 망가진 덕분에 똑같은 운동을 해도 오른쪽 무릎과 허리가 언제나 더 아프다. 


나한테 무서운 노화란 이런 것들이다. 오랜 기간 하나의 학문을 연구한 박사나 교수들, 몇몇 연기자들 얼굴을 관찰해 보면 얼굴이 심각하게 비대칭인 사람들이 많다. 한쪽 뇌만 쓰고 일정 생각에만 몰두하면 그렇게 변한다. 아니 굳는다. 그래서 나는 거울을 볼 때 이런저런 표정을 지으면서 얼마나 얼굴이 삐뚤어졌나 관찰해 본다. 얼굴이 삐뚤어지면 몸도 삐뚤어져 있을 가능성 싱크로율 99.999%, 그 역도 마찬가진데 오른쪽 발목을 치료하지 못하고 버티며 늙어가는 사이 몸과 마음과 얼굴이 동시에 많이 망가졌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만 하는 생각 속에 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별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 생각을 “옳음”이라는 디폴트 값으로 상정한다. 6월에는 희한하게도 무례한 사람들을 몰아서 만나게 됐는데 하나같이 웃는 내 얼굴에 침을 뱉고 마치 나에게는 자아가 없는 것처럼 대했다. Ego를 버리고 Self를 찾기 위한 여정을 살아가는 사람이라 해서 내가 아직 부처는 아니다. 그래서 더 현명하게 대처하진 못 하고 매번 아묻따 사과를 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반응마저 하나같이 똑같은 게 왜 사과를 하냐는 것이다. 혹은 그 사과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자기 맘에 들게 해야 한다고.


그런데 그 순간에 같이 화내지 않고 내가 감정을 다스린 방법은 수련할 때처럼 아주 길고 긴 호흡과 참는 숨으로 신체와 사고를 컨트롤하고 그들의 말이 담은 내용 대신 태도와 의도를 먼저 보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정말 내가 싫었다면 나와 이렇게 마주하여 불편한 이야기를 할 이유도 없을 테니 다 알겠다고 이해한다고 했다. 말없이 우는 척도 했다. 말을 받아쳐 주면 이어질 이 상황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다만 그렇게 늙어갈까 봐, 혹은 이미 그렇게 늙어서 누군가에게 나도 그렇게 비치지 않았을까 조금 무서웠다. 돌이켜보면 나야말로 타인을 판단하고 제멋대로 생각하는데 거의 신급인 인간이어서 이번 일들을 겪으며 반성을 정말 많이 했다. 과거의 나여, 용서받아라. 



지난 일요일 밤에 명상클래스에서 처음으로 실시간으로 40분이 넘는 명상 리딩을 했는데 효과가 놀라웠다. 켈리최가 맨날 얘기하는 블랙홀 시각화 중에서도 죽음을 주제로 매우 길게, 어릴 때부터의 잠재의식을 박박 지우는 고난도 명상이다. 참여자들 피드백을 받아봤는데 거의 다 울었거나 울음을 참거나 둘 중 하나였다. 참지 말라고 답해 주었다. 잠재의식 박박 닦아내려고 하는 명상인데 의식으로 제어하면 오히려 억압되니까. 내게도 현재까지 하면서 펑펑 울어본 유일한 명상이었거든.


캘리최도 자긴 이걸 2-3년 수련했다고 하던데 이게 한번 해 보면 효과가 정말 놀라워서 나도 지속적으로 해 보려고 이번에 만들게 되었다. 이런 종류의 명상 리딩이 너무 간절해서  영어로까지 찾았지만 결국 못 찾고 이번에 내가 좀 각색해서 스크립트를 썼다. 난 왜 이걸 유튜브에 안 올리고 있는 거지? 다 내가 게을러서다.


나와 내게 무례했던 사람들을 포함해 대다수 인간들의 판단은 전부 무의식과 잠재의식에 내재된 매우 오래된 자기만의 습관이다. 이것이 습이고 삼스카라이며 반복되는 카르마를 형성해 낸다. 뇌가 굳어가며 끝없이 내 생각에 갇혀 남들을 판단하기 십상이고 얼굴과 몸과 마음이 좌우 비대칭이 되고 어떤 것에도 도전하지 못한 채 성장하지 않음이 내게는 노화라서 안 늙기 위한 3가지 필수요소는 “운동 명상 공부”라고 생각한다.


알 없는 안경이나 도수 없는 거 폼으로 쓰고 다녔는데 이번에 안경을 맞출 때는 도수를 넣어야 하나? 아직은 그냥 다닐 만 하지만 운전할 때가 가장 걱정이라. 


미리미리 마음의 준비 좀 하게 노안 대처법 좀 알려주세요, 선배님들.


https://blog.daum.net/simjy/11991887

제목 배너에 넣은 사진이 있는 기사를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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