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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Nov 06. 2017

창업자가 직접 써 본 면접 뒷담화 1

면접에 불합격 할 수밖에 없는 유형 (上)

일반적으로 '면접 후기'라 함은 어떤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난 후 구직자 입장에서 쓰는 글을 말한다. 내가 오늘 쓰려는 글은 반대로 면접관의 입장에서, 비록 규모가 작긴 하지만 면접 후 합격/불합격을 결정하는 최종 의사결정자의 입장에서 느낀 바와 하고 싶은 말이다. 제목을 굳이 후기라 하지 않고 '뒷담화'라 붙인 이유는 공식적으로만 할 수 있는 딱딱한 공적 언어가 아닌 정말 솔직하게 친구에게 뒷담화 털듯 사적 언어로 쓰기 위함이다. 위키백과와 나무위키의 간극이라고나 할까? HR담당자의 인터뷰나 평가 후기는 있어도 대표가 직접 쓰는 글은 많지 않고 특히 나는 현재 술펀을 창업하기 전 5년 이상 HR과 관련된 다양한 일(강의, 컨설팅, 써치펌=헤드헌터 등)을 했었기 때문에 이 글이 스타트업 구직 중인 사람들 뿐 아니라 언제나 인재에 목말라하는 소규모 조직의 책임자에게 일말의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내가 쓰는 글이 모든 조직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을 수는 있다. 굳이 범위를 좁혀 보자면 29인 이하의 소규모 조직, 스타트업과 같이 변화가 빠르고 유연한 조직, 시장에서 보기 힘든 희귀 아이템을 다루는 조직(벤치마킹할 대상이 별로 없어 능동적 학습 및 업무 태도 필요), 의사결정자 구조가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조직, 수익이나 매출보다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돈이면 다 되는 게 아니라서 의사결정구조가 다소 깐깐하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에 면접을 보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러한 조직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이 시스템이 관료적으로 짜인 거대 조직에 비해 훨씬 중요하고 수익 대비 사람에 투입하는 비용의 비율이 높으며(비록 절대 연봉 자체는 적을지 몰라도) 조직 문화라는 것이 조직원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즉, 신입이나 2~3년 차 주니어급처럼 아무리 경력이 낮더라도 좋은 인재의 채용으로 바뀔 수 있는, 혹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크기 때문에 면접을 보려는 사람들은 면접 보려는 조직에 채용될 경우 상대적으로 증가할 본인의 중요성과 '내가 시스템 안에서 편한 사람인가?' 혹은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인가?'를 골백번 더 고민해 보고 면접에 임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조직의 책임자 거나 의사결정자라면 아무리 사람이 급하더라도 아무나 뽑지 말고 정말 우리 조직에 적합한 '바로 그 사람(Right Person)'이 나타날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아래 나오는 이니셜과 장소, 상표명, 대사는 실제와 전혀 무관하며 여러 상황을 가상현실에 입각하여 각색한 내용입니다. 참고로만 봐주세요.




면접에 불합격하는 유형



이미지의 타입 설명은 본 글과 아무 상관 없음.




1. 태도불량형


가장 기본적인 요소.

태도가 건전하다고 모두 합격하는 건 아니지만 이조차 충족되지 못한다면 불합격할 수밖에 없다. 이건 구직자 입장에서 회사를 판단할 때도 유심히 살펴볼 부분인데 기본적으로 면접자를 맞이하는 최소한의 절차와 형식에서부터 회사를 절반 이상 평가할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하고 이는 곧 조직 문화이며 홈페이지마다 번드르르하게 나열된 대표의 경영철학 및 기업 이미지를 실제로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도 다 잘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면접 보러 오는 이 곳이 초행길일 테고 회사보다는 구직자 입장이 그래도 어렵고 불편한 자리일 테니 최소한 일정과 장소 정도는 메일, 문자, 전화로 2회 이상 안내와 컨펌을 해야 한다. 면접자가 면접 보러 왔을 때는 차라도 한잔 내어주고 면접에 합격하건 불합격하건 회사에 대해 궁금할 때 볼 수 있는 자료를 주면 더 좋고. 면접 보고 갈 때는 1층까진 아니더라도 회사 복도 앞이나 엘리베이터까진 배웅을 해야 한다. 이건 매우 기본적인 거다. 면접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1순위 '잠재 고객'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1순위 고객은 내부인(직원)이라고 생각한다.


구직자도 마찬가지다.

면접 안내 전화나 메일, 문자를 보낼 때 이미 이 친구에 대해 15%는 파악 가능하다. 55%는 서류에서 판가름 나거든. 나머지 30%만을 면접에서 확인사살할 뿐이다. 이 수치를 잘 분석해 보면 그렇다. 이미 매우 괜찮은 인재는 서류에서 티가 난단 말이다. 서류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면접 역시 대부분 긍정적으로 결론 난다.


여기서 잠깐!

대기업은 아닐 수 있다. 워낙 지원자가 많아 피벗을 돌리거나 엑셀로 조건 추출하는 경우들도 많고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는다. 인사담당자들이 읽어 본다고 개구라를 치는데 기업 이미지 때문에 개구라가 아니라고 변명을 하지만 진짜 개구라인 경우가 97% 이상이다. 물론 시간이 팽팽 남아도는 어느 대기업 인사담당자가 들어온 지원서를 랜덤으로 클릭하다가 진짜 좋은 포트폴리오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은 미안하지만 당신에겐 벌어지지 않는다 -_- ;;;


대부분의 작은 조직에서 면접은 보통 서류에서 보이는 구직자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인 경우가 많은데 서류가 별로였던 사람이 면접에서 보고 매우 좋아졌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실 이걸 확인했던 게 2016년도였던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그리고 우리는 서류평가 35% 이하로 별로인 사람은 아예 면접을 보지 않으며 지원동기를 반드시 기재하게 하고 쓰지 않은 사람은 불합격시킨다. 혹시 이 글을 보는 작은 조직의 대표님들이 계시다면 자유형식 이력서를 제출하라 하더라도 해당 조직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항목 한 가지 정도는 자기소개서나 경력기술서, 혹은 지원 시 이메일에라도 기재하게 해 본다면 반드시 도움될 거라고 생각한다.


태도란 이미 서류에서부터 드러나니 일단 서류부터 신경 써서 작성해 보자.

특히 작은 조직에서는 대표나 인사담당자, 채용 직무 포지션의 실무자가 이력서를 직접 검토한다. 참고로 우리 회사 서류 합격률은 내가 검토할 때 보다 실무자가 검토할 때 더 낮다. 나는 조금 부족해도 '일단 면접부터 보자, 혹시 모른다' 스타일이고 실무팀들은 '서류부터 별로면 면접은 볼 필요도 없다'가 더 우세하며 경력일 때 더더욱 그렇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전화로 일단 일정을 확인하고 서로 통화 후 일정이 확정되면 메일 보내고 메일 확인 문자를 발송하는데 가끔 문자 확인을 빼먹을 때는 있어도 전화+이메일은 필수적으로 한다. 이때 답장을 보내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데 이때 벌써 위의 15%가 결정 나는 것이다. 일단 보낸다는 자체가 12%, 나머지 3% 가산점은 답장 내용으로 결정된다고 보면 되겠지.


그리고 면접에 늦는다는 건 최악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 보면 오다가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전철이 멈추기도 하고 시위로 길이 막혀 버스가 돌아가기도 하고 멀쩡하던 친척이 사고 나서 병원 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일주일 전까지 극강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차여 멘봉이 올지도 모르고. 아무튼 앞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약속했던 면접에 못 갈 수도, 늦을 수도 혹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다른 회사에서 합격 통보가 와서 부득이하게 취소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 건 사건 발생 후 면접 시간 전, 회사에 연락을 주도록 하자. 이건 회사뿐 아니라 가족, 친지, 친구 등 모든 관계에서 지극히 기본 아니던가? 특히 면접 보러 가던 도중 늦을 것 같다면 최소한 15~20분 전에는 연락을 줘야 당신의 이미지에 금이 가지 않는다. 어차피 금이 갈 거라면 티 안 나는 실금이 낫잖은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다소 늦더라도 미리 연락 오는 사람은 이걸로 불합격시키진 않는다.


기타 몇 가지를 마지막으로 나열해 보면 면접 볼 때 다리 떠는 사람, 손톱 물어뜯는 사람, 눈을 심하게 깜빡거리는 사람, 턱 괴는 사람, 조금만 관찰력 있는 면접관이라면 찰나의 순간도, 아니 나가고 난 후 면접자의 자리에 놓인 종이컵의 상태까지 다 포착할 것이다. 이빨 자국 오만상 나 있는 종이컵을 보고 불합격시킨 내 마음속 결정에 다시 한번 안도했던 적 분명 있다.


나의 경우 2차 면접 보고 가는 면접자를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남녀불문 악수를 청하는데 이때 손의 악력이나 태도를 보고서도 이 사람의 심리 상태나 성격 등을 파악하는 편이다. 나도 인간이다 보니 아주 가끔 이상하게 악수가 내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합격했어도 결국 적응 못 하고 시용 기간 안에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사소한 습관일수록 바꾸기 어렵고 겉으로 가장하거나 과장할 수 있는 면접자의 의식 상태보다 무의식의 여러 불안 요소를 반영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사람이 흠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는 법, 과연 우리 조직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인간의 불안 심리와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평소 구성원을 중심으로 세심하게 살펴보자.


돌이켜 보면 나는 자신의 태도를 스스로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그 결과에 대해 셀프 피드백을 오랜 기간 했던 타입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이쯤에서 떠오르는데 아직 백전백승이라 자만할 순 없으니 지피지기면 5개의 실패 중 반절은 피해갈 수 있다 정도로 위안해 본다.


음 근데 생각해 보면 내가 백전백승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똥을 잘 피해서 인 것 같기도...(특히 고객)




2.  조건 선호형


면접 보는 회사의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솔직하게 말하진 말자! X10000000000


아니 세상 쿨한 척하면서 왜 호박씨야?


라고 한다면 이런 예를 들어주고 싶다. 이런 일은 없겠지만 당신이 외적으로 완벽하게 당신의 이상형인 사람을 연인으로 삼고 있다 치자. 상대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당신의 외모는 진정 나의 이상형이오


당신은 정말 멋지고 아름답소.
게다가 취향적으로나 가치관적으로나 내게 정말 찰떡궁합이오.

라고 하는 게 좋겠나? 전자가 좋은 사람은 그냥 백버튼(←)을 눌러 나가자. 비록 내가 도라이긴 하지만 지금 쓰는 이 글은 지극히 보통의 인간을 위해 쓰는 것이지 정상분포범위 외의 인간을 위해 쓰는 글은 아니니까.


"아니, 우리나라 왤케 고리타분해? 역시 헬조선이야~"


한들 소용없다. 누가 한국태어나랬음? -_-//~

그리고 실제로는 서양인들하고 얘기해 봐도 이런 사람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연봉 협상 시 조건 제시하기는 우리나라보다 편할 수 있지만 "니네 회사 조건이 다른 회사 보다 더 좋다"는 말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 구직자는 그들도 선호하지 않는다. 최소 "너희 조직의 가치와 비전이 마음에 들고 내가 추구하는 ~~~와 일치한다. 함께 일하고 싶다. 시간이나 급여도 나의 기대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정도로 얘기하지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싶어서 여기 왔다"고 하면 그 균형 집에 가서 찾으라고 속으로 생각할 게 뻔하다.


우리 회사의 좋은 조건, 마치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추어질 것 같은 근무 시간은 조직에 헌신하는 사람에게 보상처럼 주어지는 것이지 이걸 선호해서 입사하려는 사람에게는 그 기회조차 박탈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까지 일하며 쌓아온 신뢰와 효율성의 결과로 만들고 합의해 온 과정에 무임승차는 안 될 말. 대기업이나 관공서보다 오래 일하고 더 열심히 해도 살아남기 힘든 판국에 평균 근무 시간 보다 짧게,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각자 자신의 일을 충실하게 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팀웤이 있었기 때문이지, 자기 능력은 형편없으면서 겉으로만 보이는 조건에 편승하려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복지가 아닌 것이다. 


이건 다른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조직의 입장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란 말 그대로 작장에서의 치열한 일과와 퇴근 후의 일상이 휴식이 되어 다시 조직에 헌신하라는 무언의 압력과도 같다. 특히 나 같은 경우 적절한 휴식이 없으면 매우 날카로워져서 나도 모르게 동료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굳이 잔소리 안 할 것도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은 자체 성찰을 많이 하게 되어 더더욱 정신 상태를 리프레시한 후 다음 날 업무에 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니 노력으론 부족하다. 안간힘을 쓴다. 직원들이 늘어나고 내가 한 번 언성 높이면 사무실 분위기가 싸해지는 걸 깨닫고 스트레스 수치를 견딜 수 있는 역치 이하로 떨어뜨린 후 직원들을 대하려고 운동부터 먹는 음식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나만큼 타인들에게도 휴식은 필수적인 요소라 여긴다.


연봉을 협상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 자체가 회사 입장에서 이미 당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일단 믿어 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조건만 맞으면 나도 입사하여 열심히 한 번 뛰어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을 것이다. 협상이 잘 끝나면 악수하며 해피엔딩, 조건이 도저히 맞춰질 것 같지 않으면 '꽝' 다음 기회를... 하면 되는 것이다. 아직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혹은 앞으로 더 잘 알아가야 할 사람들 앞에서 굳이 조건만을 앞세워 자신의 능력이나 업무 태도보다 이 부분을 어필할 필요는 없다. 이게 아직은 동양의 정서다.


채용되고 나서 친분이 좀 쌓이고 사석에서라면 할 수 있는 말일지 모른다. 그런데 면접이란 첫 만남이지 않은가?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구직자 입장에서도 회사 측에서 "XX 씨는 능력도 좋고 태도도 참 예의 발라서 면접 때 바로 느낌이 오더군요. 저희랑 잘 해 봐요~"라고 말하는 게 낫지, "XX 씨 키도 크고 늘씬해서 맘에 들더군요~"하면 듣기 좋겠나?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든 외적 조건보다 내적 소양을 먼저 알아봐 주고 칭찬해 주는 걸 더 선호한다.


회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연봉과 조건은 1순위로 꼽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조건'' 선호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 관계라는 건 지극히 상호적이고 상대적인 거다. 상하, 강약을 떠나 상식 선에서 '관계'라는 걸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






3. 뒷담화형


차암, 나는 오지랖이 넓다.

말없이 그냥 보내도 되는 걸 굳이X1000000000 다음과 같이 말하고야 마는 것이다.


"J 씨, 혹시 다음에 다른 회사 면접 보게 되면 절대 지금처럼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를 꼰대라 생각해도 좋고 재수 없다고 집에 가도 욕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말하면 그 어떤 회사도, 아니 제대로 된 회사라면 절대 J 씨를 뽑지 않을 거예요. 이전 팀장이 권위적이다, 대표가 일을 던지듯이 시킨다, 바뀐 팀장과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 - 고 이직 이유를 말씀하셨는데 이건 전부 J 씨의 주관적인 의견 아닌가요? J 씨가 그전에 다니던 직장 K사에 대해 저는 전혀 아는 게 없고 배경지식뿐만 아니라 퇴직자, 현직자 통틀어 지인도 없는데 과연 J 씨가 표현한 단어에 대해 수긍할 수 있을까요?

자, 객관적으로 한번 생각해 봅시다.

팀장이 권위적이다 - 그럼 팀장이 권위적이지, 팀원이 권위적일 순 없지 않나요? 만약 권위적인 것이 흠이 되어 업무 성과나 팀워크에 손실이 있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저한테 말씀해 주셔야지, 단순히 J 씨의 주관적인 감정, 혹은 감각에 의해 누군가를 비판한다면 그건 험담 밖에 안 되지 않을까요?

대표가 일을 던지듯이 시킨다 -  그럼 어떻게 일을 시켜야 하나요? 그리고 던지듯이 시키는 건 어떻게 일을 시키는 방식인가요? 이 부분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당신만의 언어입니다. 만약 이러한 부당함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면 던지듯 일을 시키는 것과 당신이 원하는 일의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을 하고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하다거나 효율이 높아진다는 걸 부연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런 부분에서 J 씨가 커뮤니케이션 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뀐 팀장과 업무 성과가 맞지 않는다 - 아까 말씀하실 때 채용 시 면접을 본 전임 팀장은 J 씨가 입사했을 때 이미 나갔다고 하셨죠? 그런데 한 번도 실제로 일해보지 않은 분과 '(합이) 잘 맞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단지 J 씨를 뽑았다는 사실에서 호감을 느껴서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 팀장보다 더 안 맞을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럼 J 씨는 누구랑 일했을 때 잘 맞았나요? 잘 맞고 안 맞고가 업무에서 중요한가요? 서로 맞춰가는 것 아닐까요? 저는 저랑 정 반대 스타일의 팀원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균형이 잘 맞춰진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답변은 일부에 불과하다.

본 면접자는 나의 첫 질문 세 가지를 전부 이런 식으로 표현해서 면접 막바지에 결국 나에게 불합격 통보와 함께 위와 같은 오지라핑을 당하고야 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얘기를 들은 J 씨는 원래도 내 브런치와 페북을 보며 정말 술펀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더 함께 일해보고 싶다며 절절하게 매달렸다. 아, 정말 내가 계속 안 된다고 하면 집에 갈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다행히도 '긍정적으로'란 부사어는 쓰지 않았다)고 말하고 배웅해 드렸다.


3주를 팀원들과 검토했지만 역시 채용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난 사실 조금 맘이 약해져서 '어차피 곧 퇴사를 한다고 하니 1달 정도 아르바이트라도 시켜 볼까?' 했는데 '대표님 지금까지 뒤통수 많이 맞아 놓고 왜 이럼? 그냥 안 좋게 끝날 가능성이 큼'이라고 정신 바짝 들게 충언하는 팀원들 덕에 마음 아프지만 합류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짓고 예정보다 조금 늦은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경력자들이 퇴사 이유를 말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 중에 하나다. 전 직장에 대한 온당한 비판이 아닌 순전히 자기 자신의 주관적 평가에 의한 부정적인 의견, 전직장 사수나 상사 험담 두가지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혹여 한샘 강간 사건이나 공금 횡령처럼 누가 봐도 잘못된 범죄일 경우라면 모를까, 단순히 자신과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다거나 성격이 괴팍하다는 등의 이유라면 면접 시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종류의 뒷담화는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며 푸는 거다. 


일반론에 의거해 하고 싶은 이야기라 박스 안에 쓰진 않았지만 어떤 회사에 입사를 해서 일 한 시간은 결국 본인의 선택이고 자신의 삶이다. 물론 회사의 채용 과정에 합격한 이유도 있겠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도 회사는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다. 나 역시 10년 이상의 사회생활을 하며 각종 부조리와 부정부패에 직면한 적, 왜 없겠는가? 바꾸려 노력도 했고 방관한 적도 있고 그 과정에서 법정 다툼은 못 해봤어도 언성 높아지는 싸움은 수도 없이 해 봤다. 어느 순간에는 시스템을 내가 바꿀 수 없다는 데서 좌절을 느끼기도 했고, 나는 누군가를 위해 대신 싸워줬는데 막상 당사자는 헤헤거리며 회사 생활 착한 척 코스프레해서 잘 다니는 걸 보고 온갖 환멸도 느꼈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다른 회사를 입사할 때 전 직장에 대해 뒷담화를 까진 않았다. 물론 면접을 2번, 3번 보다 보면 이직하는 이유에 대해 전직업이나 전직장의 나쁜 점에 대해 말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 이 경우에도 상대를 가려 가며 털어 놓아야 한다. 만약 상대가 중간관리자나 실무자이면서 마침 여성이라면, 함께 분노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20% 정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J씨처럼 철저히 주관적인 언어에 입각해서가 아닌 이러한 조직원의 특성으로 나의 명성과 회사 전체의 이득에 얼마만큼, 혹은 어떤 종류의 손실이 있었으며 나는 이런 부패한 조직을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정도로 당위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CEO, 임원, 특히 그들이 50대의 한국 남성이라면 단 1도 말해서는 안 된다. 위에서도 말한 부분이지만 말은 상대의 언어에 맞춰 입 밖으로 내야 한다. 그들은 언젠가 당신이 하극상을 저지를 지도 모를 위험인물로 간주하고 면접 불합격 통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


조직이라고 친구 사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친한 친구 뒷담화 덜 친한 친구에게 까 봐야 내 얼굴에 침 뱉는 꼴이다.


- 下편에서 계속 - 


창업자가 직접 써 본 면접 뒷담화
면접에 불합격할 수밖에 없는 유형 (下) 
https://brunch.co.kr/@ssoojeenlee/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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