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프리랜서 4년 결산

솔직히 다 해봤다. 이제 워쩔겨?

by 따예

*수정 및 덧붙임: 2025년 2월 11일


첫 해 - 먼저 나온 프리랜서 동료들의 콩고물 작업들을 되는대로 했다. 기획~디자인, 그래픽 안 가리고 다 했다. / 소결: 1인 PD에서 벗어나 영상물 협업 속 나의 뾰족한 직무를 찾아야겠다.


둘째 해- 이전의 네트워크에서 시작된 일을 발전시키거나, 인스타그램 혹은 건너 건너 연락 온 작업을 했다. 연출+작가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했다.

/ 소결: 기획/작가/연출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장르는 픽션.


셋째 해- 웹드라마 두 편, 뮤비 두 편을 찍었다. (늘 작가, 연출 및 미술부, 편집과 음악까지 하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가장 재밌어하는 단계의 적절한 크레딧은 연출인 것 같은데... 헷갈렸다. 기술로서의 연출이 좋았냐고 물으면,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아직 잘 못 하는 것과 별개로, 이야기의 시작이고 싶었다. 연출이 이야기의 시작인 장르는 영화 뿐인데 영화를 하고 싶진 않았다.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보통 영화는 연출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들 하는데... 산업적 이야기와 별개로 장르적 특성으로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4-1 해- 한국방송작가협회 드라마 작가 과정 기초반을 수강했다. 60분 짜리 단막을 어쨌든 끝.은 냈다. (마감 나흘 전에 급하게 써서 뒷부분의 지문은 연두 들어온다, 연두 나간다, 뿐이지만.. 고치겠다고 하고 잠들어있지만..) 처음 수강신청을 할 때는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확신도 있고 글에 대한 애정도 있어서 작가가 잘 맞으면 어디 막내 작가로라도 들어가는 것까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 놓고 뛰어들 정도의 희열은 아니었다. 젠장.


4-2 해- 하반기에는 활발히 워킹하는 프리랜서. 배리어프리 전시 영상 / 구의원 인터뷰 시리즈 / 카카오임팩트 미니다큐 / 단편영화 촬감. 모아놓고 보니 하반기의 메인 작업의 클라이언트들은 전부 비영리단체였다.

/ 둘째해 소결의 확인1 번복1: 기획/작자/연출 포지션을 강하게 가져갔다. 근데 장르는 죄다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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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작업

정우 MV <옛날 이야기 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9oZ78W9HIvs

해본 작업 중 가장 역할이 많이 쪼개진 (협업자가 많은) 작업이었다. 미술감독님이라니... 연출부님라니... 프로듀서님이라니.. 사랑하고요.. 제가 연출을 못 해서 죄송합니다... 당시 과하게 딥했던 우울과 부담감이 더해져 죽네 사네 하면서 했고, '지금 하면 진짜 더 맛깔나게 잘 만들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의 내게 후회는 없고 배운 것이 많았다. 그만큼 딥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도 포장해보려 한다. 연출자가 뭐하는 인간인지, 연출이 뭐 하는 건지, 이 작업에서 크게 배운 것 같다. 현장에서 한 명의 스태프로서 해야할 일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에서 '연출로 뭘 어떻게 더 채울 수 있겠구나'-하는 종합 창작의 측면에서도.



신유미 MV <Beautiful Stranger>

https://www.youtube.com/watch?v=EaI2F-ZurXI

처음엔 정우님 뮤비를 보고 다이렉트로 연락이 온 작업이라 하고 싶었다. (중간엔.. 중략..) 마지막엔 너무 힘들었는데... 돌아보면 배운 게 많았다. 뮤비인데, 완전히 서사 위주의 동화책이라기 보단 카테고리가 명확한 잡지를 엮는 느낌의 뮤비를 만들어 보는 경험이 되었다. 물론 서사 인간이라 서사는 못 버렸지만. (사실 버릴 생각도 없따) 그간 겁내던 것을 시도했으며, 나쁘지 않았기에..



배드캐럿 브랜드필름2 <JEJU GOSARI>

https://youtu.be/_G248sT-dog?si=WjcR1V95Tt9zgzQC

제주도에 고사리 따러 가는 여정을 통해 '로컬'에 진심인 배드캐럿의 이야기를 담았다. '괜히 영어쓰기'를 시전해보았는데, 기왕 그렇게 간다면 전체적으로 좀 더 맛깔나게, 통합적으로 어떻게 살릴 수 있었을까?를 톱아보고 싶다.



뉴웨이즈 캠페인 광고 <정치는 일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bYWlkQk2V7U

멀리서 멋지다 생각하며 원격 응원만 보내고 있었는데, 연락을 주셔서 캠페인 광고를 만들게 됐다. 2주만에 뚝딱뚝딱.. 만들었고 반응이 좋았다. 근데 이들의 태도와 기획이 이미 좋고 탄탄해서 잘 얹혀갔다는 생각이 든다.


2023년 겨울 즈음 친구랑 '만약에 네가 생계 걱정이 없는 상태면 무슨 일 할 거야?'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그냥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스타트업들 (아마도 비영리 위주..ㅎ..돈이 없스니가.. 생계가 걱정이 없다면..) 광고를 만들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한국노총 웹드라마 <어떤일들 시리즈> 두 편

https://youtu.be/Kv2-jvgAkHA?si=lfs4PzDaZVTBE0pI

https://youtu.be/jbnWvI-Et6A?si=3UB-ihON80HtCWth

심야식당 마냥 구둣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내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극 중 리스너가 필요했는데, 음식점은 싫었다. 아침 퇴근길(?)에 따릉이를 타고 가다가 눈에 밟힌 구둣방으로 정했다. 사실 나도 평생 구둣방 한 번 밖에 안 가봤지만, '그래서 안 돼'보다는 '특이한데'가 더 장점으로 느껴졌고, 무엇보다 '고쳐쓰겠다'는 마음이 좋았다. 구둣방을... 막 세트를 만드네 어쩌네 했는데, 작업실 앞 구둣방 사장님이 너무 흔쾌히 섭외에 응해줬다. 촬영감독님은 또(..) 같이 100인분의 고생을 해가며 멋진 룩을 만들어주었다. 생각해보니 이쯤 부터 콘티에 아주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 (물론 그렸당,,)


그러나 직접 쓴 대본이 늘 아쉬웠다. 모르고 쓴다는 느낌. (-> 대본 배우러 작가협회 감..)


+그래도 뒤늦게 발견한 소듕한 댓글.. 남겨둘랭..


스크린샷 2024-06-25 오전 9.50.36.png

+본격 시네마 키드가 되기로 결심한 촬감님 도우미로 영화 현장에 두어 번 갔던 것 같고, 거기서 다른 연출님이나 픽션 분야에서 갖춰진 기존 협업 시스템을 보면서 느낀 것도 많았던 듯..

+당연히 생계를 위한 쫌쫌따리 뭔가를 했고.. 잘 기억은 안 난다.. 생계와 의미를 분리하기 시작한 듯..

= 저를 먹이고 입히사.. 늘 크나큰 은혜 잊지 않고 살아가겠사옵니다..



2024년 상반기 작업

뉴웨이즈 총선 팀 영상러

-캠페인 광고 <퓨처보터>

-총선 과정에서 바이럴 돼야했던 수많은 인스타그램 릴스들..

-뉴웨이즈 총선 여정 기록 다큐 <스피릿>


사실 상반기에 작가협회 수업만 들은 건 아니다. 뉴웨이즈 총선 작업을 함께 뛰었다. 익숙한 1인 PD로서의 롤이었다. 의미에 방점을 둔 일이었고, 끝이 있는 일이라서 열심히 달렸다. 진심으로 일하는 데다가 내가 동의해 마지 않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 어떤 모양이 되든 이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는, 다큐적인.. 마음을 처음 느껴보았다. 그리고 또 이심이~ 전심이~ 되어부러서, 대표님이 먼저 제안을 해줘서 총선 여정 기록 다큐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의미도 생계도 의리도 아닌.. 사랑.. 수준..)


생각해보면 이 작업에서 '기획' 파트가 크게 빠졌던 것 같다. 캠페인의 기획이 너무 잘 짜여져있고 마음에도 와닿아서 연출과 제작만 했으니까. 호엥 그럼 다큐 만들래~~ 해버린 순간, '콘텐츠의 기획이 정해져 있었으므로 내가 만든 것 같지 않다'거나, 아쉬움이 남는다거나,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마음에 들게) 짜여져있는 기획의 판에 연출+작으로 붙는 것에 충분한 만족감을 얻는 것 같다. 나는 확실히 '만들기'의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기'도 좋지만, 굳이 둘 중 택하라면 '만들기')


'기획'에 포함되면 내가 행복해지는 요소 : 즉각적/실제적인 임팩트.

마냥 영화나 드라마에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가, '그래서 뭐가 남지-'라는 생각이었다. 친구와 나눈 '부자면 뭐 할래'에 대한 답도 그땐 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늘 '하지 말아야할 것'을 버리는 방식의 생각만 하다가 '함께 가고 싶은 것'을 많이 발견하는 경험이었다. "누구와 어떤 성공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겼다. 항상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할 수는 없겠지만, 추구미. (플러스 주절/ 픽션으로 스피릿을 말하면서 좋은 서비스를 붙이는 류의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클라이언트가 아닌 내가 설계하는 일을 만든다면 (기획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할지 감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된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게 광고인가? 이건 따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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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기획도 해보고, 연출도 해보고, 대본도 써보고. 사실 '나는 뉴우~미디어 판에서 시작해서 뭘 제대로 배운 적 없다'는 핑계를 내세워, 부끄러움에 매번 이 역할에서 저 역할로 도망쳐보다가 결국 맵을 다 돌았다. 이제는 본거지를 정해야 할 때. 언젠가는 결정해야 하는 일. 물론 죽기 전까지 벼리고 또 벼리겠지만 말야. 그래서 뭐 할 거야?


>> 그리고 하반기에 잠시 정착한 것이 어쩌다보니 다 비영리 작업.



2024년 하반기 작업

조금다른주식회사 <SPAF>, <전시-수박수영장>

https://youtu.be/pzp92UJeM-Q?si=s001H3AylZKk21xz

영상 작업 자체가 새로운 장르는 아니었으나, 영상이라는 매체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고민을 하게 한 작업이었다. 매체 그 자체. 시각과 음성으로 이루어진 이 전달 매개. 오디오가 중요하다는 건 알고(만)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과 연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작업이기도 했고. 이 작업은 회고를 좀 따로 잘 하고 케이스 스터디도 해보고 싶다. (중랑아트센터 전시 수박수영장은 내가 아예 '영상 기획'의 '접근성 매니징'을 처음부터 하는 역할을 맡았다. 직접 공간도 가고, 이 내용을 담은 영상에는 무엇이 포함되어야할지, 무엇은 불필요할지, 주 타겟 당사자를 만나서 오디언스 인터뷰도 하고.)


뉴웨이즈 구의원 인터뷰 시리즈 <정치는 일이야>

https://youtu.be/pzp92UJeM-Q?si=s001H3AylZKk21xz

뉴웨이즈 피드 사업의 일환으로 작업하게 됐다. 조금 작은 단위에서 자기 철학을 갖고 실행력있게 일 하고 있는 정치인 분들을 인터뷰이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실생활에 밀접한, 행정 단의 정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내용을 인터뷰하고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좋았다.

작업적으로는 릴스라는 포맷에 적절하게 작업했나-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쓸고퀄의 애매한 인터뷰가 된 거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자극적이지 않은, 이런 소소한 이야기일수록 애초에 릴스보다는 롱폼에 어울리는 게 아니었을까.(라고 여러번 논의를 나눴으나 받아온 사업의 내용이 그렇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했어야좋을지. 초반에 얘기했던, 진짜 페탐하듯이 핸드폰으로 찍는 포맷을 시도했으면 차라리 어땠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얻은 건 있다. 혼자 카메라 짊어지고 다니면서 스팟 찾고 조명도 치고.. 뭐 10편 다 잘하지는 못 했지만, 간만에 기동성과 촬영 경험치가 올라가는 기회였다.



카카오임팩트 <DVA LAB 미니다큐>

발행 전


뉴웨이즈 다큐가 포폴이 되어 받은 작업이었다. 이런 류의 기록 작업은 꾸준히 수요가 있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고.. 카카오임팩트가 계속 계속 ESG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제 값 주고 외주 줄 수 있을 만큼..)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솔직히 대기업이라 뭔가 내부에서 공익광고 같은 노잼 바이브가 흘러들어오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직접 소통하며 일한 분들이 워낙 베테랑이고 연출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시는, 엄청 믿어주시고 설득하면 오히려 좋아해주시는ㅠㅠ 분들이라서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었다. 다큐의 대상자가 '프로젝트 팀'인 만큼, 인볼브되어 있는 인물들의 라포가 뉴웨이즈랑은 비교하기 어려웠고, 또 그들의 재미와 특징에 따른 전혀 다른 온도와 느낌의 영상이 나왔다.

고민해볼 지점은, 내가 정말 영화제에 낼 다큐 외주를 받은 건 아니고..(서로가 그렇게 얘기를 나눴어도, 애초에 그럴 수는 없는 사업 구조다) 약간의 홍보인 마음도 가지고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면 콘텐츠적으로 더 재밌었을까-하는 고민이 좀 남는다. 사업 홍보를 동반하는 다큐. 그러나 애매한 기업 영상은 되지 않도록 하는. 정말 새로우려면, 주제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 경험을 해봐도 좋겠다. (그러나 본디 외주란 목적이 있는 영상이라 어렵겠지)



사실 2024년 하반기에 바쁘게 지낸 것에 비해.. 무언가 새로운 창작을 했다는 느낌은 거의 안 남았다. 비영리 작업을 하다보면 뭔가 내가 필요한 곳에 가서 적절하게 쓰임이 있었다는 감각만으로 만족하게 되는 것도 같다. 왜냐면 모든 일이 시급하고, 손이 모자르고, 작은 스킬도 크게 보이곤 하니까. 물론 이건 이 일들을 창의적으로 해내지 못한 나의 능력 부족이 가장 크다. (혹은 장르와 별개로 권태로운 연차에 따르는 당연한 고비가 온 것 일수도 있고) 그래서, 같은 일도 재밌게 할 수 있는 스킬과 외연, 더 근본적으로는 세계를 한번 넓히고 싶어졌다. 매번 보던 레퍼런스만 보고, 반복해온 구성만 하게 되는 스스로에게 좀 질려버렸다. 일을 크게 벌여보고자, 일단 물리적으로 나를 38선 밖으로 내보내보기로 함.


*덧. 비영리에서 필요로하는 영상 일들을 본격적으로 받아서 재밌게 하려면, 정말 좋은 팀원들이 필요하겠다. 이 판의 사람들이 필요하겠다. 그클라이언트-나 / 만의 소통이 아니라, 일을 받아 온 이쪽에서도 의견이 티키타카 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도록 서로 불어넣어줄 수 있는 '영상' 혹은 '콘텐츠' 동료와, 반복 지속하기 위한 체계. (....팀 굴릴 만큼의 예산이 아닌 게 가장 큰 이유이긴 한데.. 그럼 진짜 월급을 포기하더라도 한번 쯤은 체계를 세워버리도록, 프로세스 전체를 재건설해야한다는 생각이 듦. 이 분야를 정말 재밌게 키워나가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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