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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Sep 10. 2020

코로나 19, 다른 재미를 찾다

'시련'이라고 여겼던 것이 어쩌면, 인생의 '선물'일지도

"코로나 때문에 서울에서 홍성(고향)으로 왔는데, 재밌어요. 가게를 운영해서 살림은 할 줄 몰랐지.

홍성와서 살림하는 재미를 알게 됐네. 밥 해먹고, 여기와서 산책하고, 앞집에서 고구마 줄기 따라고 해서 땄는데 이렇게 (흙물이 든 손톱을 보여주며) 됐네~ (웃는다)"


집 근처 저수지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종종 뵙는 60대 여성과의 대화이다. 워낙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에서, 그것도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는 모습은 낯설다. 우린 서로에게 단번에 호기심을 느꼈다. 

'못 보던 얼굴인데, 이 동네 사람은 아닌데 어디서 왔지?' (나의 속마음)

'젊은 처자(나)가 운동을 열심히 하네.' (60대 여성의 속마음)


계속 얼굴만 스치다 그녀가 먼저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녀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대답한다. 몇 번 그렇게 인사하다가 하루는 잠시 자전거를 멈췄다. 

그동안 서로에게 궁금했던 것을 터놓았다. 어디 사는지부터 어떻게 자전거를 타게 되었는지까지 대화는 이어졌다.


서울에서 살고 있던 그녀는 코로나 때문에 남편의 고향으로 피신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보다는 한적한 시골이 코로나를 피하기 좋다고 판단했다.

생각보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는 바람에 오래 방치되었던 집을 대강 고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아침에 이렇게 저수지에 나와서 자전거도 타고 저녁에는 산책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 나름의 행복을 찾는다.


사람은 적응력이 뛰어나다. 코로나 때문에 처음에 마스크를 사용할 때는 불편하고 어색하더니 이제는 제법 마스크를 쓰고 오랜 기간 실내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경각심을 갖고, 적정한 사회 거리를 유지하며 나름의 일상을 지낸다.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한다. 외부장소에서의 모임은 줄었지만 아주 가까운 지인들끼리의 '홈파티'는 늘었다. 가족과의 외식은 하지 않는다. 대신 포장음식을 구입해서 그럴듯하게 플래이팅한다. 맥주도 한 캔 따서 집에서 만찬을 즐긴다. 

"행복이 별건가~" 


일상의 풍경이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장사'들은 폐업의 위기를 맞았다지만, 온라인 공간의 쇼핑몰이나 비대면 학습은 대박을 터뜨렸다. 나 조차도 온라인 사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온라인으로 학습하기 좋은 플랫폼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코칭을 받기도 했다. 시골에 살면서 다양한 학습기회가 없어서 아쉬워하던 차에 온라인 코칭은 낯설면서도 설레는 시간이었다. 


비대면 시대에서 새로운 배움에 입문하다


처음에는 부정적 편견이 많았다. '사람을 직접 봐야 공감도 되고 소통도 되는 거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교육을 받을 때도 '저게 뭐, 공부가 되겠어!'라며 회의적이었다. 온라인교육은 직접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다. 대면할 수 없으니, 이 방법이 최선의 길이 되었다.여기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마음먹으니 온라인 교육이 제법 쓸모 있었다.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질문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그것도 무료로 질 높은 퀄리티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가장 적절한 배움의 공간으로 다시 급부상중이다. 덕분에 예전보다 더욱 쉽게 새로운 배움에 입문하게 되었다.


'홈트(홈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라는 콘텐츠가 유행하며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요가매트를 깔고 내가 원하는 방식의 요가를 선택해 따라하며, 체형교정 운동도 필요해서 추가했다. 바야흐로 스스로 맞춤형 방식의 운동이 탄생한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다 보니 아이들과도 동네에서 놀게 된다. 요즘처럼 미세먼지 없고 하늘이 높푸른 날이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내달린다. 아이들도 나도 가슴이 확 트인다.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이전에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여행'이라도 가야 하나~ 고심했지만, 이제는 지금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열중한다. 


코로나로 인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오프라인으로 장사를 하시는 자영업자들은 생업에 지장이 생겼다. 밥벌이만을 고민하면 한숨이 나오는 시기가 맞다. 나와 남편도 코로나로 인해 일거리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렸다. 지금이란 시간을 '참자, 이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지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구나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는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진입의 문은 아닐까! 이렇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구나. 계속 예전의 일상을 그리워하며 지금을 참아내는 것은 정신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다. 밥벌이의 형식도 이젠 바뀌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일상을 찾게 된다. 변화되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아이디어는 번뜩인다. 또한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공유되는 세상에서 아이디어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지혜 때문에 나도 새로운 재미를 쉽게 찾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시련'을 맞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변화되는 일상을 바라보며 어쩌면 이것이 인생의 '선물'은 아닐까!라며 조심히 선물을 열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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