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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May 03. 2021

미워했던 그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나에게 뼈아픈 직설을 내뱉고, 개무시와 불친절하게 굴었던 그들이 나를 글 쓰게 만든다.

별 일 없을 때는 그토록 미루고 싶은 글쓰기가, 그들의 작은 몸짓 하나면 어떤 상황에서도 글로 도망치게 만든다. 


나를 여자라는 이유로, 사촌 동생이 남자라는 이유로 비교해 덜 사랑해주었던 할머니가 미웠다.

반말로 일관하며 나를 개무시했던 직장상사가 미웠다.

내가 아닌, 예쁘고 상냥한 며느리의 이미지를 요구했던 시아버지가 미웠다.


미워했던 마음을 파헤치니, 두려움에 떠는 어린 내가 있었다.

글을 쓰며 벌벌 떨고 있던 어린 나를 구했다.

더 이상 두려움에 움츠러들던 어린 나는 그들을 피해 숨지 않는다. 


그토록 미워했던 그들이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가끔은 그들을 보며 웃기도 한다. 

이런 내가 될 줄, 글쓰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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