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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아래 두 사람

자전거 탄 풍경

by 홍시

지팡이에 기대 선 노인 둘이 앞서거나, 뒤서거니 저수지 둘레길을 걷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홀로 서지 못해 서로의 걸음을 빌린다.

따사로운 햇볕 한 줌은 세상의 위로가 된다.

노부부는 안전한 방 안을 벗어나 위태롭지만 천천히 산책길에 나선다.

머리칼은 희끗희끗, 무릎은 굽었으나 발걸음만은 정직하다.

여든은 훌쩍 넘은 세월에 어깨와 등이 짓눌렸지만, 서로의 그림자가 곁에 있어 안심이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늘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노부부도 꼭 그 시간대에 산책길에 나서, 종종 지나치곤 한다.

그들의 느린 발걸음에 나도 보조를 맞춰 자전거 속도를 느릿한 리듬으로 만든다.

잠시 걷다가 멈추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조금도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계절 빛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이 된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지나치며 그들의 온기가 전해진다.

감히 사랑이라 부르진 않으리라.

그저 지금 이 순간,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노부부의 태도 앞에서 숙연해진다.


햇볕을 맞으러 나온 노부부와 나는 알아보는 눈길 하나로, 같은 시간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

햇볕은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똑같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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