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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고양이

마당에서 본 풍경

by 홍시

마당 끝에 낯선 고양이가 서 있었다.
검은빛 털에 노란 눈동자. 말없이 나를 바라보더니, 금세 시선을 돌렸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또 왔구나. 네가 내 고양이를 괴롭히려는 건 아니겠지.”

그동안 나는 녀석을 쫓아냈다. 호통을 치기도 했다.
내가 길들여온 고양이를 헤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늘 벽을 쌓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 낯선 고양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나도 당신 곁에 가고 싶습니다.”
말은 없었지만, 눈빛은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지금의 내 고양이도 사랑스럽다.
그런데, 새로 찾아온 이 고양이도 마냥 싫지만은 않다.
둘 사이에 구분은 없는데, 나만 두려워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방법을 바꿨다.

쫓아내는 대신, 다른 구석에 먹을 것을 내다주었다.

멀리서 바라보며,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러자 녀석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겁에 질린 노란 눈동자에서, 조심스러운 신뢰가 번져 나왔다.

생각해 보니, 둘은 다르지 않았다.
단지 서로 다른 시간에 내게 찾아왔을 뿐이다.
내 마음은, 두 고양이를 향해 같은 빛깔이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너도 이 집의 고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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