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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물을 모른다

by 홍시

“물고기는 물을 모른다.”
물속에서만 살아왔으니, 물이란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매일 걷는 저수지 산책길에서 이 말이 틀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물결 사이로 은빛 비늘이 번쩍하며 하나의 물고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찰나의 순간, 물고기는 물 밖 공기를 가르며 비상했다가 다시 물속으로 떨어졌다.

그 장면은 오래도록 내 눈에 남았다.


물 밖을 모르는 존재라면 어찌 저리 힘차게 뛰어오를 수 있을까. 호기심일까, 생존 본능일까, 아니면 단순한 흐름의 일부일까.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그 물고기는 물을 넘어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물속에서만 살아온 물고기도 언젠가는 물을 의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물 밖을 경험한 자만이 비로소 자신이 있던 세계의 의미를 알게 된다.




나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너는 네가 살고 있는 세계를 알고 있느냐?”
“한 번쯤 물 밖으로 뛰어오른 적은 있느냐?”


물고기가 잠시 공기를 가르며 남긴 파문처럼, 우리 삶도 낯선 세계를 마주할 때 비로소 더 선명해진다.

오늘도 나는 저수지를 걷는다. 혹시 다시 물 위로 비상하는 물고기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이 그 물고기처럼 낯선 곳으로 뛰어오를 차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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