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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절에가다 Nov 23. 2023

'미래의 나'와 연결되다

<퓨처 셀프> 벤저민 하디

“진정한 친구란

미래의 나를 더 훌륭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퓨처 셀프> 79쪽           

    


친구에게서 책 한 권을 받았다. 책 속에 지금까지 자신의 지난 1년이 들어 있고, 앞으로 미래의 자기 자신의 이야기도 들어 있다고 전해왔다. 책을 내밀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친구의 얼굴에서는 환한 빛이 일었다. 반짝이던 눈은 더없이 더 반짝였고, 이름 모를 어떤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고 있는 듯 보였다. 한 권의 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일, 그것은 겨우내 꽁꽁 언 대지에서 따스한 봄의 기운이 스며들며 씨앗이 톡 하고 깨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던 작은 씨앗이 이 책으로 인해 톡 하고 깨어나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환한 빛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지금은 겨울이라며 땅속에서 단단히 웅크리고 있는 나에게 언제나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친구. 할 수 있다, 함께 하자며 미래의 너 옆에 나를 자리하게 해주는 친구, '퓨처 셀프'에서 말하는 '진정한 친구'가 나는 있다.    

 

<퓨처 셀프>는 제목 그대로 '미래의 나'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에게 손 내밀어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살아가자 당부하는 이야기. 5년 뒤 혹은 10년 뒤의 나를 상상하고,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나기 위해, 상상을 공상으로만 남기지 않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경험을 하도록 제안한다. 향후 미래의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어떤 일을 했으면 좋을지, 어떤 일을 해야만 할지에 대한 생각들을 지금 이 순간 현재의 내가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 사실 상상하는 일은 미지의 세계를 그려보는 것이기에 공상이 되기 쉽다. "기억은 쉽고, 상상은 어렵다 "(137쪽)라고 했듯, 이미 지나간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는 일과 비교해서 오지 않은 미래를 그려보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내 지난 과거의 경험 혹은 나의 현재 일상에 대해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한번 적어 보는 일과 5년 뒤 혹은 10년 뒤의 내 미래를 미리 그려보고 상상해서 내가 원하는 내 미래의 나를 적어 보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은 사실 먼 미래를 상정하며 살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당장 지금 이 순간 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살아야 하는 생존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 과거가 있기에 현재 내가 있듯, 현재가 있어야 자신의 미래도 있다는 생각이 '하루살이'와 같은 반복적인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또,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과거 부정적인 경험을 현재에 끌고 와 스스로 그것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그런 부정적인 경험들로 인해 현재 나는 열등감 덩어리일 수밖에 없다며 자기 비하를 일삼기도 한다. 미래에도 역시나 그러하기를 마치 바라는 것처럼. 이처럼 자신의 과거에 얽매여 사는 사람들 혹은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는 ‘하루살이’ 들은 결국 책에서 말하는 ‘미래의 나’와 진정으로 만나기 어렵다. 지나간 과거를 더 이상 지금 여기 현재로 끌어오지 않고, 자신이 상상한 미래를 지금 여기로 가져와 미래의 나와 연결해 현재를 살아가는 삶, 그것이 <퓨처 셀프>가 지향하는 삶이다.



미래의 나와 만나기 어려운 이유 하나: 경기장 밖의 나     


책에는 미래의 나를 위협하는 요인 7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그중 가장 와닿았던, 나에게 꼭 필요한 것 한 가지,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당연히 패배다' 부분을 남기고자 한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게 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는 어떤 것에도 시도하기 두려워 마냥 '경기장 밖에서 머뭇거리며'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갖은 핑계를 대면서 경기장 밖에 있는 나를 자주 합리화했다. 저자는 '경기장 밖에서 머문다는 것은, 지나치게 오래 생각한다는 것'(100쪽)이라 말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분석만 하다가 사고가 마비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100쪽)는 조언도 덧붙였다. 내가 그동안 숱하게 머뭇거리며 이러저러한 핑계를 댔던 것이 사실 수많은 도구를 대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찾으며 내 삶을 재단하고 있었던 것. 그 재단이 나름 나에게 적합하고 비판적인 분석이라 합리화하며 경기장 밖에 있는 나를 내 안에 가둬두고 있었다.     

저자는 로마의 철학자 카토의 문장을 언급한다. "머뭇거리는 사람은 길을 잃는다"라고. 지금까지 나는 시종일관 머뭇거리기만 했고, 그래서 어떤 길이 내 길인지도 몰라 그야말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나의 정체성을 머뭇거리는 사람으로 정하고서 그 속에 나를 스스로 대입하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마치 어떤 존재에게 잡아먹힐 것처럼 상상하며 두려움이 망상이 되도록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실은 경기장 밖에서 나 자신을 잡아먹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서.

미래의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경기장 안으로 발돋움을 해야 한다, 고통이 따를지라도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배움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나’에 가까워질 수 있다.       

   


미래의 나와 만나려면 수긍할 진실 하나: 미래의 나는 다르다     


‘미래의 나’와 연결되기 위해 수긍해야 할 진실 하나는 '미래의 나는 예상과 다르다'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나의 경우, 10년 전의 나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엄마'가 되어 있는 것이다.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라는 책에서 스님이 강조하는 한 구절이 떠오른다. '여자와 엄마는 다르다' 엄마라는 삶은 여자라는 삶과 달라야 하고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로 다가왔다. 누군가를 오롯이 키워내 향후 자립하게 만드는 일은 좀 더 강인한 나를 요구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단단한 지지대와 버팀목이 되려면 이전의 나와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엄마가 되었고, 엄마라는 역할이 주어졌으며 그때부터 내 삶은 달라졌다. 역할이나 정체성이 달라지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고, 그렇기에 삶의 태도나 가치관이 달라지는 일이기도 하다.  

   

10년 전의 나와 현재 이렇게 달라졌듯이, 10년 뒤의 나는 지금과 비교해서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달라지는 폭과 깊이는 10년 전과 현재의 차이와는 다를지도 모른다. 10년 뒤의 나는 주어진 역할이 아닌 내가 상상하고 그릴 수 있는 만큼 더 넓고 깊게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역할은 평생 이어질 것이다, 아이가 자립하기까지, 자립한 후에도. 하지만 10년 뒤 아이가 자립하여 내가 온전히 '나로만 존재'할 때, 내 정체성은 내가 원하는 대로 무궁무진하게 피어오를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모습이 완성됐다고 착각하지만, 누구나 미완성의 존재다. 지금까지 당신이 경험한 대로 현재의 당신 모습은 일시적이고 순간적이며 금방 바뀐다."(135쪽)라고 대니얼 길버트가 말했듯,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가 꿈꾸는 대로 경험하는 대로 달라져 있을 것이다. 미래의 또 다른 나를 위해 꿈꾸고 경험하자.        

  


미래의 나와 만나기 위한 방법: 완벽보다 완수 그리고 감사 기도     


저자는 마지막으로 '미래의 내가 되는 7가지 단계'를 설명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목표 세우기. 목표는 현재의 내가 가진 능력 너머의 것을 세우기를 제안한다. 그러나 그 목표는 자신의 현실에 맞아야 하고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우선순위 3가지를 정하고 그것부터 실천하라 제시한다. 또 그것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덜 중요한 목표들은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그리고 저자는 자신이 세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남에게 부탁하는 일'을 주저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자신 있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타인에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하라 그러면 받기 시작할 것이다'(233쪽)라고.    

 

7가지 단계 중 가장 와닿았던 부분 중 하나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공격적으로 완수하라'다. 어떤 일을 완수하는 것이 어떤 일에 완벽을 기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 책에서는 영어로 'shipping'을 언급했다. 즉, 내보내고, 던져 보내는 것. 나의 목표 성취를 위해 실행하고 실천하는 일들에 완벽을 바라기 보다 완벽하지 않아도 자주 완수해서 내보내고 던져보네라는 말이다. 완벽주의는 미루는 태도를 낳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좀 부족해도 자주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을 말하고 있다.     


또 달리 와닿았던 부분은 목표를 위한 실천을 해가면서 '감사 기도'를 하는 것. 그 기도는 내가 원하는 목표가 이미 나의 것, 내가 성취한 것이라는 미래의 사실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와 같은 성취에 대한 요청과 요구의 기도가 아니라, 이미 내가 그것을 이뤘다는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하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아는 대로 우리의 삶은 바라는 대로 믿는 대로 흘러간다. 믿음이 확고할수록 기대하게 되고 기대할수록 노력의 정도가 깊어질 것이다. 타인에 대한 기대 또한 우리의 믿음이 만들어내고 그 믿음으로 타인의 행동을 우리의 기대대로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나의 가능성에 대해, 혹은 타인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감사의 기도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미래의 내가 바라는 것을 현재의 내가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하자. 분명 멀지 않은 미래에 미래의 나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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