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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플 Nov 04. 2023

요가 지도자 과정 WEEK 2

Everything inside of me

2023.10.14(일)

아침에 망고를 잘라먹으며 행복을 잔뜩 느끼고 빨래를 맡기러 갔다. 빨래방에 가는 길에 Ondrej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우붓센터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무드라 카페라는 곳인데 음식도 맛있고 무엇보다 탁 트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발길이 닿는 대로 돌아다녔다. 가네샤 책방도 가고 바디버터, 에센셜 오일도 샀다. 그리고 텀블러도 사고 폼 클렌저도 샀다. 혼자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일주일 동안 많이 피로가 쌓였는데 그냥 한 번에 날아가는 기분이다. 나는 새로운 동네를 산책하고 영감을 주는 가게를 구경할 때 제일 충전된다.

그러고는 내 사랑 사유리에 가서 대박대박 맛있는 그라브 릭스를 먹었다! 그라브릭스는 노르웨이에서 먹어봤었는데 사유리에서는 연어가 아닌 파파야로 연어 같은 느낌을 연출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좋아하는 좌식 자리에 앉아서 사람 구경을 하는데 눈빛이 맑고 너무 예쁜 친구가 있어서 힐끗힐끗 쳐다봤다. 나도 저런 맑고 단단한 눈을 가져야지!

그리고 꽤 유명해서 예약이 힘든 Karsha spa에 마침 당일 예약을 문의하니 취소 자리가 있어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딥티슈마사지에 Charkra balancing과 reikei를 추가했는데 신비롭고도 알쏭달쏭 한 경험이었다. 아직 spiritual 한 것들이 막 온전히 다가오진 않는다. 수업 시간에도 차크라에 대해 배우면 약간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우붓에 있는 만큼 spiritual 한 workshop이나 체험을 많이 경험해 보고 싶다.

여기 스파는 rice field 한복판에 있어서 마치고 나오니 진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당황하고 무서워하고 있는데 스파 직원분께서 센터까지 스쿠터를 태워주겠다고 하셔서 같이 센터로 왔다. 인도네시아 식당에 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그래도 주말에는 생선을 좀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Tuna Steak를 시켰다. 창가 자리에 앉아 길에 사람 지나가는 것을 보며 오랜만에 먹는 생선을 맛있게 먹고 집으로 귀가했다. 혼자 뽈뽈 돌아다니며 좋은 에너지를 잘 충전해서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2023.10.16(월)


어제 행복한 휴일을 보내서 그런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일어났는데 자넷이 우리의 신혼여행에 대해 고민해 보고 생각을 알려주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서 더 감사히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 새로 산 텀블러를 가지고 가서 좋아하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오트 라테를 만들어 마시니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빨래에 대한 조언을 해준 Sarah와 신혼여행지를 추천해 준 Ginette에게 고마움을 전달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가득가득 모여있는지 신비롭다. 

오늘 아침 점심 저녁도 다 너무 맛있었다. 아침에는 또 파파야를 든든히 먹고 고구마로 만든 스프레드로 만든 빵도 맛있게 먹었다. 특히 점심때는 두부로 만든 타츠끼가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나랑 같은 호텔에 지내고 있는 Lara랑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도 참 좋았다. Lara는 올해 퇴사를 하고 본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번 달에 프로젝트가 없어서 갑자기 발리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6개의 수업 모두 집중력을 잘 유지해서 기분이 좋았고 뿌듯했다. 특히 아유르베다 수업에서 배운 클렌징 방법에 대한 내용은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었다. 일단 혀 클렌징은 이미 하고 있는 방법이고 조만간 오일을 사서 오일 풀링을 시도해 봐야겠다. 

David의 수업 스타일이 좋았다. David는 Asana, Pranayama, meditation를 하나의 process로 바라보고 수업을 하는데 나에게는 이것이 앉아서 정적으로 하는 명상보다 훨씬 좋았다. 숨이 움직임을 감싸는 느낌이 정말 좋고 나의 호흡에 집중하며 내 몸을 느끼는 시간이 소중하다. 수업을 다 마치고 저녁을 먹으면서 멘토 David와 대화를 나누었다. David는 내가 참여한 TTC 프로그램에서 나의 멘토로 배정된 선생님인데 그의 수업에서 배운 호흡법이 나에게 상당히 도움이 되기도 했고 그는 항상 표정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데 그 표정이 너무 좋아서 닮고 싶은 선생님이었다. 내가 지난주에 어떤 부분 때문에 힘들었는지, 그리고 내가 이 과정을 통해 어떤 것을 얻고 싶은지, 그들이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점을 도와주면 좋을지 등등을 물어봤다. David는 프랑스 출신이고 인도에서 TTC를 한 후에 TTC 과정에서 선생님을 따라서 발리에 왔는데 발리에 오자마자 코로나가 터져서 TTC가 멈췄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그는 좌절하기 보다 또 다른 스스로를 위한 리트릿 시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는 스피치 스터디를 위해 서둘러 집에 왔다. 마침 낭독 연습을 하는 축의 시대 책에도 요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도움이 되었다. 아, 그리고 퇴직금이 들어왔다. 몸도 마음도 풍요로운 하루다!


2023.10.17(화)


오늘도 하루 종일 마음이 좋았다. 아침을 먹으면서는 미국인 친구와 서로 좋아하는 요가 유튜버에 대해 공유를 했다. 오전에는 Kate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Pranayama 중의 하나인 Kapalabhati 호흡에 대해 배웠다. 배를 강하게 사용하는 호흡법인데 산스크리트어로 Kapa는 skull이고 bhati는 illuminating이라는 뜻으로 머리를 맑게 해주는 호흡이라고 한다. 호흡법을 잘 배워서 일상에서도 스스로에게 산소를 많이 공급해 주고 몸과 마음을 맑게 가꾸고 싶다!


Kate의 또 다른 수업 시간에 Trataka라는 한 점을 응시하는 명상을 했는데 우리는 촛불을 사용했다. 클렌징 테크닉을 사용하기도 하고 Pranayama의 일종인데 뇌의 activity를 줄이고 calm 한 상태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촛불을 바라보는 명상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상대방의 왼쪽 눈을 응시하는 명상을 했다. 나는 나의 파트너인 Suba와 명상을 했다. 몇 분간 Suba의 왼쪽 눈을 응시하며 나는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생각에 집중했다. 혼자 명상을 할 때는 온갖 잡생각이 드는데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진심으로 온전히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행복의 에너지에 온몸과 마음을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명상 후에 소감을 나누는데 나의 짝지 Suba는 나의 눈을 바라보며 나의 맑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점심시간에는 Gaby가 Ceremonial Cacao를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친구네 방에 놀러 갔다. Gaby는 내가 지금껏 만난 친구 중에 가장 Spiritual 한 친구인데 카카오를 만들기 전에 Sage 나무로 만든 팔로산토로 나를 정화해 주기도 했고 카카오를 끓이며 좋은 에너지를 가득 넣는 의식 같은 것도 해줬다. 오후에 카카오를 마신 나에게 Gaby의 룸메이트인 Ginette은 밤에도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도 잠을 잘 잤는지 계속 물어봐 주었다.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2023.10.18(수)

오늘은 Vowel Pranayama를 배웠다. 그리고 Dijan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느끼는 나의 Chakra에 대한 생각에 대해 나누고 Dijan의 이야기를 들었다. Dijan은 나에게 일상에서 Joy를 더 많이 느끼라고 조언해 주었다. 현재의 순간순간에 집중하면서 그 순간의 행복과 즐거움을 잘 느껴야지. 표현에 자유로운 이곳 친구들을 보며 내가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많이 누르고 산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Vivien이라는 친구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고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음악소리가 조금만 들려도 몸을 자유롭게 흔드는데 그게 너무 아름답고 보기가 좋다. 이 친구가 너무 신비롭고 좋아서 수업 시간에도 가끔 이 친구를 바라보며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수업 시간에는 한동안 걷다가 타이밍에 맞춰 그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와 매칭이 되어 각자 1분 동안 "If you knew me, you would know~"로 시작하는 말을 해야 했다. 이때에 우리는 끄덕임이나 표정 없이 그냥 듣기만 할 수 있었다. 나는 Viven,  Jill 그리고 Savanah와 매칭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었고, 또 나도 그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을 배워가고, 배워가고 싶다. 특히 눈물이 많은 Jill은 내가 이야기를 할 때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는데 그녀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사람을 알게 될수록 그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을 이해해간다는 것은 소중하다. 

저녁에는 피자가 나왔는데 글루텐 프리 피자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리트릿이 아쉬워 한국인 언니와 마트 구경을 다녀왔다. 가는 길에 밤하늘의 손톱달이 너무 아름답다. 피스타치오 우유를 별생각 없이 궁금해서 샀는데 사고 보니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보다 비싼 제품이었다. 발리에서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환불이 불가능하다. 신기한 시스템인데 아무튼 다음부터는 물건을 살 때 더 신중하게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23.10.19(목)

Silence retreat이 시작되었다. Silence retreat 중에는 모든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고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도, 눈을 마주칠 수도 없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일찍 잠에서 깨기도 했고 리트릿이 궁금해서 일찍 요가원에 갔다. 이미 매트가 세팅이 되어있었고 곳곳에 silence retreat이 진행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었다. 3일간의 리트릿에 참여하기 위해 새롭게 온 멤버도 3명이 있었다. 


리트릿이 시작됐는데 이렇게나 괴로울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명상만 하니 너무 지겹고 명상시간에 계속 졸아서 커피를 4잔이나 마셨다. 뛰쳐나가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너무 졸려서 점심때는 방에 와서 한 시간 낮잠을 자고 다시 돌아갔다.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자고 싶은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잠이 안 든다. 눈을 감고 잠들기를 기다린다. 나는 meditation state를 경험할 수 있을까?


2023.10.20(금)

Silence Retreat 둘째 날이 시작되었다. 이론 수업 시간에 너무 지겨워서 아침과 점심 식사에 나온 메뉴를 복기한다. 아침에는 토마토소스, 빵, 파파야, 수박, 바나나, 코코넛 우유, 당근, 오이가 나왔다. 점심에는 야채볶음과 병아리콩 샐러드(홈메이드 마요+토마토소스), 호박 수프, 검정 쌀밥이 나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맛있었던 메뉴를 복귀하기도 했다. 글루텐 프리 피자, 템페, 호박 두부 스프레드, 타치키소스가 맛있었다. 


명상을 하는데 connect with heart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명상하느라 오래 앉아있으면 다리가 아픈데 이 아픔도 받아들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번 리트릿을 리딩하고 ttc의 메인 선생님이기도 한 Esme는 이번에 처음 티칭을 하는 초보 선생님인데 목소리도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고 전달력이 너무 별로여서 심지어 선생님을 미워하는 감정이 들었다. 이번 samyame ttc에는 원래 메인으로 티칭을 하던 선생님이 휴가를 가서 2명의 선생님이 새로 왔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요가 스타일도 너무 다르고 뭔가 프로그램이 엉성하고 어수선하다. 리트릿이 너무 괴로우니 ttc 전체에 대한 불만이 올라온다. 


불만스러운 생각이 들다가 수업 시간의 말 중 "I can choose my reaction"라는 말이 훅 다가왔다. 이 말을 듣고 나의 반응에 stepping back 하고 나의 감정과 생각으로부터 zooming out 하는 연습을 했다. 명상을 하다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컨트롤하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했다.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too much control를 하려고 하는데 나의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energy efficiency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떻게 나의 에너지를 쓸지 잘 판단하는 게 가장 높은 레벨의 현명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retreat을 하는 동안 clear mind를 가지고 내 마음속 직관력을 높일 수 있길 기대했는데 내가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너무 힘들어서 David 수업이 끝나고 명상이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점심시간에는 또 집에 가서 1시간 딥 슬립을 했다. 점심시간 이후에 또 David의 수업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한 것을 고려해서인지 walking meditation을 했다. 앉아서 하는 명상보다 너무 좋았다. 나는 움직임을 좋아한다. walking meditation을 하고 쉬는 시간마다 맨발로 마당 걷기를 하게 됐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땅의 촉감이 참 좋다. 


또 Esme의 수업 시간이 시작됐다. 명상을 하는데 7의 배수 숫자 counting을 했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 사이에 쉼을 주었다. 수업이 끝날 때쯤 Esme에게 나의 어려움을 쪽지로 적어서 건넸다. 나는 앉아서 하는 명상은 힘들어서 발코니에 가서 혼자 움직이며 명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sme는 다시 길게 쪽지를 건네주었는데 그걸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났다. Esme와 1층 방으로 내려가서 그녀는 나에게 응원의 눈빛을 보내주고 위로의 말을 더 건네주었다. 힘든 하루였는데 그녀가 해준 말로 많이 위로가 되었다.

그러고는 마사지를 받느라 저녁을 못 먹어서 테이크아웃 용기에 음식을 픽업하고 예약해둔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마사지가 너무 좋았다. 진짜 지금껏 받아본 마사지 중에 가장 좋아서 또 받으려고 연락처도 받아왔다. 마사지를 받고 개운한 마음으로 집에 와서 픽업해둔 저녁을 먹었다. 와우 양배추 샐러드?(양상추에 망고, 과카몰리 등등을 올려서 만든 요리) 너무 맛있었다. 배가 많이 고파서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배부르게 잠이 들었다.  


2023.10.21(토)


일어나서 어제 Esme가 써준 쪽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덕분에 감사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일찍 와서 어제 배운 4 fundamental attitudes를 다시 한번 일기장에 적었다. 

              Temporary cessation of ordinary, discursive thinking. - into stillness            

              Reversing from outside, to inside withdrawal of the energies of the senses = pratyahara            

               The sublimation of the energies, into spanda = sacred tremor of the heart            

              Surrendor            

아침식사 시간에는 어제저녁에 너무 맛있게 먹는 양상추 요리가 생각이 나서 혹시 남은 게 있는지 물어봤다. 감사히 남은 양상추를 준비해 주셔서 먹었다. 양상추와 카사바 빵, 마차 롤, 버섯 오믈렛과 과일을 또 거하게 먹었다. 리트릿 마지막 날이라 뭔가 아쉬워 힘을 내서 마지막 리트릿 시간을 잘 보내보려고! 대화를 못하고 밥을 먹으니 먹는 것에 더 집중을 하게 돼서 일기장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점심때는 버섯튀김, 고구마무스, 시금치&브로콜리 수프, 야채(브로콜리&숙주), 어니언칩이 나왔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Esme가 와서 또 다른 쪽지를 건넸다. 내 하루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쪽지였다. 고맙고, 행복해서 그 쪽지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식사를 했다. 점심을 먹고 2층 테라스에 앉아 나도 Esme에게 편지를 썼다.


명상을 할 때 Ocean이 의식이면 Wave가 우리의 마음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Wave로 산만해지지만 그 아래 ocean이 있으니 우리는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space between thought를 위해 노력했는데 명상을 위해 생각을 종이 한 장 한 장으로 바라보면 그 종이들 사이에 틈을 만들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명상을 하면서 준희와의 관계에 대해서든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받는 것에 더 익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더 줄 수 있는, 나눌 때 더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정말이고 노력해야겠다. 명상을 하면서 선생님이 해준 이야기 중에 내가 나의 신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신이니까 내가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할 때 나 안의 신이 어떻게 할지 한 번 더 생각을 해보는 연습을 하게 됐다. 내 안의 신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이라도 더 나눠주고 싶을 것이다. 나눔에 대해 생각하다 갑자기 한솔이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탐진치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던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갑자기 모든 것이 감사해졌다. 


또 다른 명상 시간에는 우리가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전생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어쩌면 현생의 나를 파악하는 것도 힘든데 전생의 나를 궁금해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 나도 내가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2일간 지내는 숙소에 대해서도 나는 이곳에서 몇 년이고 살 것처럼 고심해서 방을 골랐는데 벌써 2주가 끝나가니 그랬던 나의 행동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쉬는 시간에 Letting go 에센셜 오일을 한 번 더 발랐다. 

그리고 드디어 리트릿이 끝났다. 마지막 명상을 하고 눈을 뜨니 매트 앞에 카드와 꽃이 놓여있었다. 둘러앉아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갑자기 침묵을 깨는 것이 어려웠는데 그래도 돌아가며 친구들이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사실 나는 많이 힘들었고 who am I에 대한 답을 못 찾아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한 친구들이 많아서 이들의 경험에 대해 더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Oscar는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일기장을 읽어주었는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Hannah는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다들 좋은 경험이라고 이야기해서 소외감이 든다며 자신은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그런 Hannah에게 나도 마찬가지였다며 우리는 어쩌면 괴로움을 느꼈다는 우리가 가장 솔직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저녁을 먹으며 Oscar와 리트릿 경험에 대해 더 이야기를 했다. 그는 명상을 할 때 머릿속의 생각들 사이에 틈을 어떻게 주는지 이미지화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Oscar는 아직 나이가 어린데 참 성숙하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그리고 Veronica는 그녀도 명상이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서 온갖 공상을 했다고 한다. 해변에 나만의 요가원을 짓고 미래의 내 파트너와 딸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silence retreat 기간 동안에 내가 그동안 대화하던 방식과 습관에 대해서도 돌이켜봤는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이나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 등에 대한 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3일간 말을 안 하다 갑자기 저녁식사시간에 다시 대화를 하며 대화에 있어 mindfulness 함과 언어의 무게를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계속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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