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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Apr 06. 2023

할매, 그 당이 그 당이 아니랑께!

[백신 이상반응- AST, ALT 간수치, 황달]

백신 부작용이 짧게 끝나기를 바랐지만,

백신을 맞은 이후 몸 상태가 전보다

더 악화되었다.

지긋지긋한 위마비 그 녀석이 찾아오는 횟수도

잦아지고, 강도도 더 심해졌다.


웁...

'이번에는 집에서 못 버틸 것 같은데...'

"기사님, 한국대학교 병원 응급실이요!"

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응급실 앞에 있는 모니터를 보니 대기 인원 75명

예상 대기시간 3시간!


'예상 대기시간이 왜 이렇게 긴 거야?'

'대낮 응급실 환자가 이렇게 많다고...?'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니 진짜였네...!'


응급실은 접수순이 아니라 응급한 환자순이다.

내가 제일 위급한 환자 같아도 나보다 더 위급한

환자가 있기 마련이다.

응급실 앞에서 까지 구토를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김쏘야님, 중증 3 구역 15번이요!"

"바닥에 있는 빨간 선 보고 쭉 따라가시면 돼요."

1형 당뇨에 위마비까지...

응급실을 가면 일반구역이 아니라 중증구역으로

낸다.


"김쏘야님, 이번에도 저번 같은 증상이신가요?"

"혈액검사 하고 증상 나아지는지 볼게요."


2시간 ...

응급의학과 교수님이 평소와 다르게

다급히 달려오셨다.


"김쏘야님, 지금 간 수치가 500이 넘어요."

"AST, ALT 수치도 모두 정상범위보다 높요."

"네...?"

"간수치가 높다고요?"

"정상범위가 0~40인데 지금 아주 많이 높요."

"황달 증상도 있으시니까 입원하셔야 돼요!"


'하아...'

'퇴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입원야.'

'갑자기 내 간은 왜 이러는 걸까...?'


1형 당뇨와 위마비로 지난 14년간

수십, 수백 번 아니 셀 수도 없이  입원을 하면서 

나는 프로입원러가 되었다. 


항상 준비해 두는 간단한 입원가방!

종이가방 하나에 필요한 입원 준비물이 들어있다.

'그래, 가방을  오길 잘했어!'


매번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거쳐야 하는 관문.

당뇨 환자가 아닌 척하거나 1형 당뇨를 제대로

명하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뇨가 어쩌고,

합병증이 어쩌고... 입원기간 내내 시달린다.

그중에서도 2형 당뇨 유병기간 20~30년

이상 된 할머니들게는 내 말이  먹힌다.


'아... 벽이랑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아!'


발병초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바보같이 울만 했고,

1형 당뇨를 배우면서"자가면역질환이에요."

"IDDM이라는 병이에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병이에요."

그 당뇨가 그 당뇨가 아니고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그래,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자칭 당박사 할머니들의 인식을 바꿀 수 없다면 

마음을 바꾸는 게 빠르지!'


'그래도, 이번에는 조용히 있다가 가고 싶어요.'

'저 좀 내버려 두세요.'


쉬려고 누웠는데, 귓가에 들려오는

병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전화 통화 리!


"아, 긍께. 여시방망이 같은 의사 고것이 와서 말이제."

"약은 안 주고 인슐린 주사인가 머시기를 맞아야

한다고 입원시켜놨당께!"

"그 여시 같은 것이 집에도 안 보내주고

나를 이렇게 병원에 처박아뒀다 안하냐잉."


"전에 있던 의사 선은 6개월치 약 주쇼. 이야기해 불면 '예예' 하면서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었는디."

"갑자기 그 의사 한테  말도 없이

다른 병원으로 가부렸어야."

"병철이 네가 병원에 와서 확 조져 부려라잉!"

"퇴원 안 시켜주면 나가 여기서 확 죽어 불라니까 알아서해라잉!"


"말순 님, 피 좀 뽑을게요. 혈액검사 있어요."

"누구, 나 말이여?"

"피 안 뽑는께! 이 썩을 것들아!"

"그럼, 교수님께 검사 안 하신다고 직접 말씀드리세요!"


'와...!'

' 되는 간호사들한테 심한 욕을 하시네...'

'세상에...!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이라니...'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별의별 환자들이 다 있다,

간호사에게 큰소리치고 욕하다가 교수님이 오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한 양이 되는 환자들...

'간호사가 무슨 죄가 있다고 거기 화풀이를 하는 걸까...?'


'나도 저 할머니한테 잘못 걸리면 장난 아니겠는걸...'

'없는 척 조용히 있다가 가야지!'


"김쏘야님, 혈당 145요."

학생 간호사 선생님께 제발 혈당을 말하지 말고

조용히 보고만 가달라고 부탁했는데 잊었나 보다.


"저기도 당환자가 가? 내가 한번 가봐야 네!"


똑똑...

"잠깐 면담 좀 하게 나와보쇼."


'아... 불길한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다.'

'그래, 나 병원짬밥 14년의 김쏘야야.'

'랑이 굴에 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돼!'


"할머니... 가 아니고 이모님이었네!"

"그, 내가 좀 동안이?"

'우리 할머니랑 연배가 비슷해 보이지만

일단 이모님으로 환심사기 성공!'


"처자도 당뇨환자여?"

"우리 같은 당환자는 관리를 잘해야 돼야."

"인슐린 맞으면 중증환자 돼서 인생  나는 거시여"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1형 당뇨라고 이야기해 드리면 또 설교한다고

뭐라 할 거고...'

'그래, 눈높이 교육으로 가는 거야!'


"이모님이랑 나는 같은 당뇨환자가 아니여."

"이모님, 인슐린 주사 언제부터 쓰셨어요?"

"나? 여시방망이 같은 의사가 인자는 인슐린 맞아야 한다고 하던디"

"이제 내 인생 쫑 나버렸어야."

"고분고분하게 약 주고 집에 가라 했으면 이 사단이 안 났는디..."

"고게 여시방망이가 아니라 호이여 호이!"


'이모님은 처음부터 약으로 시작하셨죠?'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14년 동안 매일 인슐린 주사 맞았어요."

"이모님 당이랑 제 당이랑 다른 당이에요."

"그려? 그 당이 그 당이 아니라고?"

"그럼 중증당뇨여?"


"아니... 중증 당뇨가 아니고, 췌장이 죽어서 인슐린이 전혀 안 나온다고요!"

"뭣이여, 췌장이 죽어버렸다고야?"

"아따, 불쌍한 처자네."

"이모님이 있는 당은 췌장이 있는데 인슐린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량이라서 약을 드시는 거고요."

"제 당은 췌장이 죽어서 인슐린이 전혀 안 나와서 인슐린 주사를 맞거예요."


췌장이 죽었다는 표현이 싫어서 누군가 물어보면 췌장 영원히 깊은 잠에 들었다고 표현하는데

할머니들에게는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 방에 젊은 처자가 하나 있는디. 글, 췌장이 죽어버렸께!"

"인슐린 주사를 매일 맞는 중증당뇨라고 하던디."

"그려...? 그 처자 불쌍해서 어쩐디야?"


할머니는 보는 사람들마다 내 얘기를 하고 다니셨고, 나는 그 불쌍한 처자가 아닌 것처럼 음악이

연결되지 않은 이어폰을 끼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지나다녔다.


할머니에게 전하지 못한 나의 속마음!

 

'할매, 그 당이 그 당이 아니고, 중증당뇨 아니여'


'할매랑 나랑 같은 당이 아니랑께!'


'나는 1형 당뇨여, 1형 당뇨!'


(1형 당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작가의 1형 당뇨 에세이 "너와 함께한 모든시간"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AST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

(ASpartate Transaminase)

간세포 내에 존재하는 효소로 간 손상 시 혈중으로 유출되어 혈중 수치가 증가. 급성 간염에서 ALT

수치는 급격하게 증가될 수 있으며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 간암의 경우 소량 증가하거나 정상에 가까울 수 있. 알콜에 의한 간 손상 시 AST가 ALT보다 더 증가. AST는 간세포 이외에도 심장, 골격근육, 신장, 뇌 등에도 분포.

혈중 AST 농도의 정상범위는 0~40U/L


ALT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

(ALanine Transaminase)

간세포 내에 존재하는 효소로 간 손상 시 혈중으로 유출되어 혈중 수치가 증가. 급성 간염에서 ALT

수치는 급격하게 증가될 수 있으며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 간암의 경우 소량 증가하거나 정상에 가까울 수 있. 

혈중 ALT 농도의 정상범위는 0~40U/L


IDDM(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insulin dependent diabetes mellitus)

치료상 인슐린이 필수적인 당뇨병. 예전에는 1형 당뇨병을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라고 불렀으나

2형 당뇨병에서도 인슐린 치료가 필수적인 경우가 있어서 요즘에는 발병 기전에 따라 1형 당뇨병,

2형 당뇨병으로 분류한다.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26XXXT000005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26XXXT000060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27XXXE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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