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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까지 잘 살아왔어!

[너에게 보내는 특별 편지]

by 쏘야

안녕?

그동안 잘 지냈니?

나는 요 몇 달 동안 코로나에 걸려서 많이 아팠어.


너도 알고 있지?

내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정말 조심했는데, 이렇게 병원에서 코로나에 걸릴 줄은 몰랐어. 로나는 정말 '코로나가 왔구나!'라는 느낌이

딱 오더라.


2009년 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했을 때

그때 있었던 일 생각 나니?


2008년에 1형 당뇨병을 진단받고

은 1년 에게 폭풍처럼

너무나 견디기 힘든 일들이 몰려왔어.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삶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 너무 힘들어서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었지.


신종플루가 얼마나 무서운 바이러스인 줄

모르고 신종플루에 확진돼서 1인실에 격리된

언니를 몰래 찾아갔어. 007 비밀 작전을 방불케 하는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지. 간호사 쌤들한테 걸릴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었어.


언니의 병실에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을까 하며 언니가 먹던 주스를 마시고, 언니가 한입 베어 물었던 소시지를 같이 먹었어.

언니가 타미플루 치료를 직 시작하기 전이었

나도 당연히 감염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지 기억이 나니...?


나는 결국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라운딩을 돌러 온 미정쌤에게 딱 걸려서 병실에서 질질 끌려 나왔어.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지.

비밀의 방이라고 알지? 거기 끌려들어 가서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나고 영혼이 탈탈 털려서야

나올 수 있었어.


그때, 나는 생명의 소중함을 잘 몰랐어.

그런 나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던 시기가 있었지.

몇 년간 암 전문 병원에서 일하면서

말기암 환우들을 많이 만났어.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어.

내가 쉽게 놓아버리려는 삶의 끈이

누군가에게는 꼭 붙잡고 싶은 절한

삶의 끈이다는 것을...


어떤 말기암 환우 분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 그분은 공을 이루셨지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면서 도 없이 아등바등 살았더니

이제 주위를 돌아보니 자신에게는 남은 삶의 시간도 가족도 친구도 모두 없었다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하셨어.


내 두 손을 꼭 잡으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지나치게 애쓰지도 말고 그저 주어진 오늘 하루를 감사하면서 살아'씀해주셨어.


사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는데, 그동안 내가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겨오면서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이

알 것 같아!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문득 그때의 생각이

많이 났거든. 내가 이 또 한 번의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까? 솔직히 무섭고 두렵기도 했어.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그런 존재,

그동안 왜 마음속에 원망과 불평과 미움을

가지고 살았을까?


결국, 내 마음속에 독을 품고 있으면

그 독이 나에게 퍼지는 건데...


내일 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 더 많이 감사하고, 기뻐하고, 사랑하며

즐겁게 살아가야겠구나!


코로나로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면서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


또 한 번의 죽음의 고비를 맞닥뜨리면서

1형 당뇨병으로 위 마비로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이

생각났어.


나는 너와 함께한 15년이 많이 고통스럽고

눈물도 나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는 너와 함께 잘 살고 있으니,

이제는 그때의 나처럼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사람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건네고 싶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넨다면 그 작은 위로가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코로나를 겪으면서 자신의 몸보다 환자를 위하는 의료진들, 코로나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세상에는 참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멋진 분들 있어서

이 세상이 이만큼이나 살만한 것이 닐까?


나도 이제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서

나의 삶의 자리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따뜻한 의사, 간호사 선생님 이야기 등

따뜻하고 진솔 이야기를 쓰고 싶어!


진솔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힘었던 마음이 회복되기도 하잖아!


내가 초심을 잃지 않도록 네가 나를 응원해줘!

처음에 만난 너는

나의 원망의 대상이자 적이었지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는 말처럼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좋은 친구가 되었잖아!


나는 지금 너의 응원이 필요해!

나 잘할 수 있겠지...?


다시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을 돌아보며

그 시간들을

1형 당뇨병 에세이-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풀러 가볼게.


그럼, 난 바빠서 이만!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신종플루

Novel swine-origin influenza A(H1N1)

신종 플루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로부터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pandemic influenza A/H1N1 2009)에 의해 감염되는 호흡기 질환


타미플루(Tamiflu)

신종 플루 확진, 추정, 의심 환자에 대해서는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행. 타미플루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진 오셀타미비어 경구 약제로 시행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https://m.100.daum.net/encyclopedia/view/216XXXH00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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