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팔 좀 돌려주세요!
[백신 이상반응-근육통, 생리불순, 생리통, 과다출혈]
차에서 계속 구토를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국대 병원에 도착했다.
'아... 팔이 왜 이렇게 아픈 거지?'
문득 백신을 먼저 맞은 친구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백신을 맞으면 내 팔이 내 팔이 아닌 것 같아!"
"팔이 아프다 못해 없어지는 느낌이라니까!"
에이...
'나 병원생활 15년 차 김쏘야야!'
'그 정도 고통은 참을만하겠지!'
친구의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나왔나 보다.
'아악... 내 팔이야...!'
팔이 아프다 못해 종이장처럼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팔이 퉁퉁 부으면서 팔에 붙인 뽀로로 밴드가
점점 늘어나더니 어느새 후덕한 뽀로로가 되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친구야...'
'내가 겪어보지도 않고 엄살이라 생각했던 것
미안하다!'
저혈압과 구토가 동반되면서 컨디션이 훅 떨어졌다. 예측 불가 위마비 그 녀석이 눈치 없이 불쑥
찾아왔다.
'아니... 지금은 네가 나올 타이밍이 아니잖아?'
'야, 인마! 미리 이야기 좀 하고 찾아오면
안 되겠니?'
"김쏘야님, 수액 다시 맞으셔야 해요."
"선생님 저 혈관이 없는데..."
"주사 한 번에 놔주시면 안 될까요?"
"잘하는 선생님 좀 불러주세요...!"
"저 진짜 힘들어요..."
이제 갓 병원에 입사한 신규간호사 쌤이 호기롭게 혈관을 찾기 시작했다.
"아... 김쏘야님! 혈관이 어쩜 이렇게 없어요?"
"여기는 바늘 넣으면 혈관 터질 것 같은데..."
아아아악!!
"김쏘야님, 한 번만 더 해보고 안되면 손 바꿔 드릴게요."
"선생님, 벌써 다섯 번째예요..."
병원 생활 십 수년차, 이제는 병원 체계도 조금은 알고 있다.
신규쌤이 다른 선생님들에게 부탁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아프지만 참고 또 참았다.
'아... 그래도 제발...'
'바늘 넣고 혈관 찾는다고 휘젓지는 말아 주세요!
'진짜 악 소리 나게 아파요!'
잠시 후...
'연차 높은 쌤들이 왜 이렇게 몰려오는 거지?'
대여섯 명의 간호사 쌤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 무서워!'
'지금 도망가는 건 너무 늦었겠지...?'
"김쏘야님, 똑바로 누워보세요."
"아... 진짜 혈관이 없는데...?"
"혈관이 있을 것 같은 곳에 감으로 찔러 넣어야 하겠는걸!"
"신규쌤아, 이슬쌤 지금 바쁘니?"
"이슬쌤 좀 불러줄래?"
10 병동의 IV 여신 이슬쌤이 급하게 뛰어왔다.
"하아... 김쏘야님이에요?"
"주먹 쥐었다가 폈다가 해보세요!"
"손에 땀이 왜 이렇게 많이 났어요?"
"무서우니까 그렇죠. 저 주사 무서워요."
"제발... 한 번에! 한 번에 좀 놔주세요."
역시...
"오늘 이슬쌤 근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니..."
선생님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무서워서 감고 있던 눈을 뜨니 이슬쌤 얼굴이 보였다. 이슬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김쏘야님, 이 바늘 빠지면 이제 혈관이 없어서
안 돼요!"
새끼발가락 끝에 대롱대롱 꽂혀있는 바늘!
"쌤, 저 그럼 슬리퍼는 어떻게 신고 다녀요?"
"바늘 빠지면 안 되니까 최대한 움직이지 마세요!"
"쏘야님, 저 내일은 오프예요."
"내일은 제가 병원에 없으니까 주삿바늘 안 빠지게진짜 조심하셔야 돼요!"
어...?
'이 귀여운 분홍색 하트그림이 그려진 붕대는 뭐지?'
발가락 끝에 주삿바늘을 고정하기 위해서 부목과 소아용 고정 붕대를 감아놨다.
IV 주사의 두려움과 고통이 잠시 팔의 고통을 잊게 했다. 다시 몰려오는 퉁퉁 부은 팔의 고통!
'아... 내 팔이야...!
'누가 제 팔 좀 돌려주세요!'
'너... 너무 아파요!'
진통제를 4시간 간격으로 맞아도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퉁퉁 부어 아픈 팔을 부여잡고 눈치 없이 찾아온
위마비로 밤새 구토하며 울었다.
'살... 살려주세요.'
'내가 백신을 왜 맞았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맞지 않는 건데!'
밤새 구토하다가 지쳐서 꾸벅꾸벅 졸았다.
진통제가 들어가고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더니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었다.
'어랏...?'
'침대 시트가 왜 이렇게 축축하지?'
'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걱정되는 마음으로 이불을 들춰보았다.
아악!!
'이게 다 뭐야?'
'시트가 온통 새빨간 피로 물들었잖아?'
일어나서 간호사 호출벨을 누르는데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졌다.
"쏘야님, 괜찮아요?"
"쌤, 저 지금 생리기간이 아닌데... "
"혹시, 날개 달린 그거 있어요?"
"쏘야님, 그걸로는 안될 것 같은데요."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잠시 후, 간호사 선생님이 새 시트와 이불, 큰 패드 그리고 깨끗한 환자복을 갖다주셨다.
'와...'
'생리통이 심하거나 그냥 지나간 적은 있어도
이렇게 엄청난 과다출혈은 처음이야...!'
'백신을 맞은 지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부작용이 시작되는 걸까?'
'아니야, 그냥 지나간 사람도 많다는데...'
'나도 그냥 지나가겠지...'
'제발... 그냥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