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 하루는 맑음 Dec 01. 2023

'처음'이 주는 설레임

벗어나기 DAY - 23 


'태어나서 처음'이란 문장엔 설렘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살면서 가장 설렜던 처음의 경험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내 첫 설렘은 아마 

동생과 함께 간 오사카 여행이다.


23살, 벌써 7년 전 일이면서 수많은 여행을 다녀온 나에게 아직도 각인된 강렬한 기억이다.

23살 처음 독립을 하고, 제대로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던 그 시절

꿈도 없이 그저 독립을 하고자 일을 할 때였다. 그러다 문득 내 청춘이 아까워 즉흥적으로 표를 구매했던 때였다.


지금이야 비행기표도 많이 저렴해졌지만, 그 당시엔 엔화도 높고 해서 비행기는 생각도 못하고 부산에서 배를 타고 꼬박 10시간 정도 타고 일본으로 들어갔다.


17살인 동생을 데리고, 부모님한테도 알리지 않고 간 일본 여행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했지만, 동생도 나도 일탈이 필요했었다.


돈이 없어 게란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며 여행을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가슴속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설렘 때문에 편의점 샌드위치가 오마카세를 먹는 것 마냥 그저 맛있었다.


만화에서 보던 일본 풍경, 일본 말소리, 일본 음식, 일본 사람 모든 경험이 나에겐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처럼 세상이 바뀌는 느낌이었다.

그중에 가장 좋았던 기억은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겨울에 갔던 일본이라 온돌 개념이 없는 일본에서 온풍기로 온기를 유지해 훨씬 춥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없어 가장 싼 방을 예약하다 보니 온풍기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동생과 패딩을 입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치아를 딱딱 거리면 잤던 기억이다. 


물론 고생은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 그때를 기억하면서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그 추운 겨울 딱딱 거리며 자던 그날 밤새 오사카 옆 근교 교토에 눈이 왔다.

교토로 가는 계획이었던 우리는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을 보고, 펑펑 내리는 함박눈도 보고, 눈사람도 만들고, 에인절도 만들어 보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새벽 일본 특유의 신사에 들어갔는데 눈이 와서 인지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사람이 없이 동생과 나 이렇게 둘만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이 멈추고 온통 우리에게 힘을 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주황색 신사에 더럽혀지지 않은 새하얀 눈이 쌓여 있는 그 장면은 지금 그림을 그리라고 해도 생생할 정도로 살아있는 기억이다.


이 처럼 '처음'이 주는 설렘은 인생에 큰 버팀목이 되는 것 같다.

지금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그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웃음이 괜스레 난다.


하지만 처음이 아닌 두 번째, 세 번째 점점 경험이 많아지면서 설레임이 없어지는 것 같아 조금은

아니 많이 아쉬울 뿐이다.


나에게 앞으로 '처음'이주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될 거 같아 적적해지는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가 아니라 심리 책을 읽어야 할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