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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하루는 맑음 Aug 29. 2024

2. 인생 첫 상담이야기

심리 상담





저는 살면서 우울증으로 인해 총 3번의 상담과 1번의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물론 아직 현재 진행 중이기에 더 많은 상담과 치료과 필요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상담과 병원이라는 벽이 너무 높아 발을 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랬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보고 상담이나 병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첫 상담은 고등학교 때 이뤄졌습니다. 자퇴를 한다고 했을 때 담임선생님은 학교 상담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아보도록 요청했고, 어쩔 수 없이 받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엔 심리적 문제에 대해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상담을 받을 정도면 정신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지하던 때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교 상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친구들의 눈초리에 더욱더 작아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중년의 여성 분이셨고, 이것저것 질문을 했습니다.

상담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혹시 어떤 것 때문에 가장 본인을 힘들게 하는지?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도와줄 주변 사람들이 있는지?

등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시간이란 시간이 지나고 저는 나름 상담을 웃으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며 선생님이 아무 문제없으니 이제 안 와도 된다고 말을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 제가 예상할 수 없던 이야기였습니다.


"음.. 제가 맑음님을 상담하기엔 역량이 부족한 거 같아요. 혹시 괜찮다면 다른 선생님에게 받는 게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아마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듣고도 저는 몰랐습니다. 제 상태가 문제가 있다는 걸요.

그냥 학교일이 많아서 다른 사람에게 토스를 하는구나라며 아주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다른 선생님과의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학교 밖에서요.

여전히 처음시작은 같은 질문으로 저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저 듣고만 계셨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이 되었을 땐

여러 종이를 가져오더니 질문에 답을 체크하고, 나무를 그리고, 사람을 그리고, 집을 그리며 시험 치듯 했습니다.

그렇게 총 8회 정도 상담을 했던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선생님은 안쓰러운 눈빛을 하고는 얼마나 힘들었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줄게..

너의 마음은 지금 어떠니..

같은 말씀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절대 저에게 우울이라는 단어는 꺼내지 않았어요. 아마 어린 제가 들으면 반발을 하거나 믿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도 제 상태를 온전히 몰랐습니다.

그저 학교를 자퇴한 곧 어른이 될 여자라고 저를 명명하기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온통 망가진 저였기에 도움을 준다고 해도 어른들의 손길을 받아들이지 않았었습니다.

이제 벌써 고등학생인데 혼자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어른의 도움은 위선이란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상담 선생님과의 상담을 8회째에 거부하며 그렇게 첫 번째 상담을 종료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엔 상담을 그만둔다고 하면 저를 잡을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고 언제든지 힘들면 다시 찾아오라고만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이 뭐 그리 공허한지 마음이 뚫려 있는 거 같았어요.

지금은 알 거 같아요.

그때의 저는 나름 선생님을 믿고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제가 손을 나버려도 계속 제 손을 놓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선생님은 부모님이 아닌데 부모님이 부모님 역할을 못하니 선생님께 대입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공허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다시 돌아온 거죠. 현실로요.




물론 상담의 끝이 공허함과 현실의 벽을 한 번 더 느끼게 했지만

2달의 시간 동안 저도 모르게 저에게 살 수 있을 정도의 물을 주었던 거 같아요.

당시엔 몰랐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선생님과의 상담이 내가 죽지 않게 최소한의 힘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것을 알기까지는 제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던 5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아무도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많이 겪었고요.

하지만 마음에 안정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깨닫게 될 거예요.

제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눈을 뜨고 볼 수 있어요. 현실을요. 그리고 주위의 도움들을요.


제가 5년이 지난 후 마음의 안정이 조금 생겼던 이유는 저의 방어기제로 시작되었어요.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야기할게요.

제가 생각하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아마 그때이지 않을까 싶어요.




똑같은 날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 같아도 그럴 리가 없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언젠가 인생에 빛이 들 날이 있다고 어른들이 얘기하잖아요?

저는 어른들의 경험에 의한 말에는 진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마세요.

계속 고통이 있을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살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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