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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하루는 맑음 Sep 26. 2024

6. 난 처참히 무너졌다.

내 믿음이 사라졌다.






배낭여행은 저를 처참히 무너뜨렸어요.







세 달간의 긴 상담이 끝나고, 행동에 몰두하며 시들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외면할수록 우울은 선명하게 짙어져 갔죠.

저는 점점 지치고 행동하고자 마음먹은 것도 희미해져 갈 때,

당장 어떤 일을 하지 않고서는 또다시 돌아갈 거라고 확신했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대응책이던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죠.

회피를 한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옳은 선택이라고 세뇌하며 즐거운 척 준비했어요.

여행을 가려고, 많은 것을 준비하며 바쁘게 지냈어요.

그러다 보니 걱정과 불안은 한편으로 멀어져 가고, 즐거운 척이 여행의 설렘으로 바뀌어 다가왔어요.

여행의 끝은 행복한 나날일 거라는 착각을 가지고 참 많이 행복해했어요.


유럽은 저에게 신기함과 새로운 자극 투성이었어요. 그런 감정을 느낄수록 더 확신했어요.

배낭여행이 저의 터닝포인트가 되리라고요.

여행은 40일 간 순탄하게 흘러갔어요.

온전히 혼자인 상태로 여행을 하며, 사고도  없었고, 보고 싶던 관광도 다 돌아봤어요.

불안과 싸우지 않아도 되고, 조급하게 현실을 생각하지 않아도 돼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어요.

현실이 오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기에 마냥 행복해헀어요.

여행 중반까지는요..


역시나 귀국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해졌었어요.

마지막 일주일 동안은 무엇을 보더라도 온갖 생각이 떠다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생각에 잡아먹혀있었어요.

생각이란 사슬에 묶여 저항 없이 숙소에서 움직이지 못했었어요.


저는 이 유럽여행이 인생의 큰 변화를 줄 거라고 정말 맹신 아닌 맹신을 했었어요.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을 때, 마지막 선택지인 여행을 간다면 고민은 해결되고,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어요.

항상 책에선 그렇게 말했거든요. 여행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요소라고요.

하지만 여행 마지막까지도 남은 건 그저 혼자 여행을 잘했다는 뿌듯함과 몇 장의 사진뿐이었어요.

그 사실이 저를 무너지게 했어요.


돌아온 집은 여전했고, 저도 변함없이 똑같았어요.

아니 오히려 더 심해져 있었어요.

여전히 미래는 불안했고, 현재는 무기력했고, 음은 허탈했어요.

이제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갔었던 것 같아요.

우울이 오던 무기력이 오던 그저 체념했어요.

제 정신과 제 몸이 완전 다른 객체처럼 신경을 차단해 버렸어요.

배고파도 울해도 느끼지 못했어요.

그냥 바보처럼 하루종일 멍하니 지내며,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일들을 관뒀어요.

운동을 하지 않았고, 글을 쓰지 않았고, 책도 읽지 않았어요.

제 노력과 여행이 일말의 변화가 없는 걸, 강하게 인지하니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았어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그때의 감정이 올라와 마음이 좋지 않아요.

인생에서 가장 최악인 상태였어요.

자살 사고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것조차 할 에너지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모든 감정을 버린 상태로 1년이라는 시간을 또다시 흘려보냈어요.

1년이 365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그때의 나이는 30살, 가장 최악인 상태로 30대의 첫 문이 열렸었죠.


그렇게 하루하루 멍하니 살다가, 어느 날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어요.

마치 꺼져 있던 티비가 갑자기 전원이 켜지듯 왈칵 눈물이 났어요.

하지만 눈물이 계속 흘러 손으로 닦고 있는 중에도 제 마음은 한 없이 무관심했어요.

"왜 이러지"라고만 생각이 들었었죠.

그렇게 10분, 짧지만 갑작스러운 눈물이 멈추자 한 가지 생각이 강렬하게 스쳤어요.


"지금 도움을 받지 않으면 난 죽을 거야..."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생각났어요.

그때 당시 마음과 몸과 생각은 각자 다른 감정이 느껴졌어요.

마음은 멍했고, 손은 얼굴을 닦고, 생각은 스쳐지나갔어요.

정말 묘한 느낌이었어요.

마치 유체이탈해서 하늘에 떠다니는 느낌이었어요.

이 모든 것에 낯설어하고 있는데, 또다시 생각이 스쳤어요.


"정신과를 가자.."


그렇게 처음으로 정신과를 가기로 마음먹었던 순간이었어요.

병원에 도착하자 몸과 생각과 마음이 한 뜻으로 같은 말을 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알은 저절로 깨지게 되어있고,

능소화가 피지 않아도 능소화인 것에 변함이 없고,

똑같은 날이 계속 반복되지 않는 걸 알고,

민들레는 여러 해 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과 단념하자, 아무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어요.

그제야 마음이 무너진 사람에겐 어떤 위로도 들리지 않는 걸 몸소 깨달을 수 있었죠..

그런 경험을 직접 겪어보며, 저는 한 가지 원하는 것이 생겼었어요.

제 글을 보고 닫고 있던 귀를 모래알만큼이라도 열어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요. :)



모두 힘내세요. 지나갈 거예요.

제가 지나고 보니, 지나갈 거라는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정말 지나갈 거예요.

세찬 파도 앞에선 굳이 나아가지 않아도 돼요.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에요.

파도가 잔잔해지는 순간은 꼭 올 거예요. 그때 움직여도 전혀 늦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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