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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하루는 맑음 Sep 01. 2022

마음이 힘들 때, 내가 가는 곳

잘 살고 있다가도 문득 마음이 힘들어지고 해야 할 일들은 쌓여있는데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근처에 있는 유명하지 않지만 꽤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절을 찾아간다.


종교는 딱히 없지만 어릴 때 불교를 믿는 엄마를 따라 한 달에 한 번은 꼭 절을 찾아갔었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절은 참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도 힘이 들 때면 절을 다녀온다.

초반에는 부산에 살고 있어 가장 유명한 범어사를 갔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한 절은 내가 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적게 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이후엔 꽤 외진 곳에 있지만 유명하지 않은 절로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이 들 때는 아침 일찍 절로 향한다.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절로 향하는 길은 아직 햇빛이 만연히 비치지 않아 밤 동안 머물고 있는 나무 냄새, 이슬 냄새, 바람 냄새, 새벽 냄새로 나를 진정시켜준다. 절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많은 목조 건물들과 석상들이 긴 세월을 맞아 조금은 깎이고 긁혀 있다. 이것들은 세월의 냄새를 풍기며 전혀 문제없이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에게 참 위로를 준다. 그리고 바람마저 잠시 쉬어간다며 풍등을 흔드는 소리를 들으면 가지고 있던 걱정들이 아무 문제없다는 듯한 생각을 들게 한다. 그렇게 더 올라가다 보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헀다며 시원한 물까지 내어주는 곳이다.


 시간을 잘 맞춰 간다면 스님의 규칙적인 목탁 소리와 알아듣지 못하지만 일정한 톤의 불경 소리를 방석 깔고 앉아있는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절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그냥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나에게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그렇게 자연의 생기를 받고 다시 원래의 생활을 돌아오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걸 느낄 수 있다.

문제들이 해결된 건 없지만, 마음에 여유로움이 생겨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렇기에 나는 힘이 들면 절에 찾아가 그 기운을 얻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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