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 하루는 맑음 Nov 05. 2023

다 지난 일에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벗어나기 Day 5

다 지난 일에 눈물이 왜 나는 걸까?

우리 부모님은 내가 중학교 때 이혼을 하셨다.

아빠는 알코올 의존증이 있었고 엄마는 그런 아빠와 20년을 살면서 우리 세 남매를 키워왔다.


아빠의 일이 건설업으로 한 달, 두 달 외지에서 일하는 날이 많았고 엄마는 독박육아를 했어야 하는 것이 우리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엄마는 바람이 났고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되었다.


중간중간 여러 사건들도 많지만 내가 보기엔 둘 다 서로에게 잘못을 했고, 우리에게도 잘못을 했다.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고를 따질 수 없을만큼 똑같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이혼에 있어 둘 다 명백한 잘못이 있고, 그에 따른 이유가 있어서 나는 둘 다 너무나 이해가 된다.

하지만 언니와 남동생은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언니는 원망했다가 나이가 들수록 이해해 갔다. 그러면서도 다른 화목한 가정을 보면서 엄청나게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그냥 받아들였다. 부럽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단 그저 내 인생에 대해서만 간섭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동생은 초3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겪어서인지 원망을 하고, 자책을 하고, 혐오를 한다.

본인이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만약 언니나 나나 결혼을 해서 이혼을 하게 된다면 평생 얼굴을 안 본다고까지 말을 할 정도니 말이다.

어린 동생에 언니와 나 모두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만큼 많이 해주려고 했는데 부모님의 역할을 하기엔 부족했던 것 같다.


이렇듯 그 당시 나는 두 남매들과 다르게 상처를 받기 했지만 덤덤히 받아들이고, 크게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사귄 지 얼마 안 된 오빠가 우리 부모님 이혼에 대해 물었고, 그 당시의 내 상황에 대해 물었다.

이혼을 한건 알았지만 좀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굳이 숨길 것도 없기에 무려 15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하나 둘 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나 계속 억지로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했고 이야기하면서도 미화가 됐는지 크게 힘든 감정 없이 남 일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듣던 오빠도 역시 대단하다. 강단이 있다. 같은 말들을 통해 칭찬인지 모를 말들을 했다.

정말 햄버거 먹다가 간단히 나온 짧은 대화였다.


그런데 집에 와서 오늘 하루 데이트를 생각하던 중 그 대화가 떠올랐고 잊고 있었던 옛 기억들이 하나 둘 장면이 떠올라졌다.

장면이 점점 많이 떠올려지더니 툭하고 눈물이 옆으로 흘러내렸다.

한 방울밖에 안되는 눈물에 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15년이나 지난 일이고 크게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에 이렇게 갑자기 눈물이 날 정도로 내가 힘들었었나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또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러면서 감정이 바뀌어갔다.

'응 그때일들은 나에게 힘들었어. 그렇게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중 3의 나이는 지금 30살인 내가 보기에도 그저 애기인데 어른인 척 동생을 보살피고 괜찮다고 하는 내 모습들이 참 안쓰러워.'

란 생각이 들면서 다른 화목한 가정을 부러워한 적이 없던 나인데

갑자기 부러워졌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뒤 덮으니


잠시나마 또 괜찮았던 며칠의 기분이 다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최근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가라앉았었는데

지금은 과거 일이 나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정말 나조차 몰랐던 마음속 한편에 있던 고요한 호수에 짧은 대화의 작은 조약돌이 던져졌고

그 파동들이 나를 가라앉게 했다.


나도 사랑받은 게 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른스럽고 어릴 때 고생해 본 거 같다는 느낌의 사람말고 말이다. 물론 칭찬이겠지만 칭찬으로도 듣고 있지만 마냥 좋은 기분은 아니다.


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런 사람이 돼야 할까 싶기도 하고 같은 생각이 든다.



11월 5일 가을이 시작되는 요즘 새로운 감정을 느낀 오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갑자기 사업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