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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시 Jun 10. 2024

체크 아웃 리스트 2.

“웨딩링” 그리고 “신데렐라 반지”


결혼반지 [ wedding ring] : 결혼할 때 서약의 징표로 주고받는 반지.

원래는 그리스도교도의 풍습이며, 860년경 철제 반지에 두 사람의 이름을 새긴 것을 사용하였다. 금 또는 은으로 만든 반지, 보석을 박은 반지 등 종류는 다양하다.

안쪽에 두 사람 성명의 머릿글자와 결혼 날짜 등을 새기기도 한다.

왼손 약손가락에 끼는데, 이것은 왼손 약손가락의 혈관이 심장에 직결되어 있다는 고대 그리스인의 신앙에서 나온 관습이다. 약혼반지와 결혼반지를 같이 낄 경우에는 먼저 결혼반지를 끼고

그 위에 약혼반지를 겹쳐 낀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결혼반지 [wedding ring, 結婚斑指]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샤넬, 티파니, 부쉐론, 쇼메, 불가리 등… 백화점에서도 프라이빗하고 압도되는 공간에 위치한 주얼리 숍.

내가 이렇게 많은 브랜드를 단숨에 알게 된 것은 “웨딩링”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왕자님은 프러포즈 반지는 뭘 갖고 싶냐, 결혼반지는 뭘 할까 등

나의 의사를 물어보곤 한다. 이는 즉, 결혼반지의 결정권자의 퍼센티지가 여자가 높다는 것인데… 사실 나는 귀걸이 외에 액세서리를 잘 착용하지 않는다.

일을 할 때도 액세서리 착용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굳이, 반짝이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잘 잃어버린다. 작은 것은 특히나.)

하지만 그래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구경을 해보겠나, 반지를 맞추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라는 호기심에 우리는 백화점에 있는 각종 명품 브랜드의 반지들을 구경했다.

총 평은 고고하다. 도도하다. 그리고 예쁘다. 브랜드의 스토리와 고급짐, 그들의 자부심은 참 멋있고 우리의 결혼에 뭔가 격을 올려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결론은?  모르겠다. 우리 손가락에 꼈을 때, 이걸 보며 우리가


“역시 우리의 결혼은 숭고했어.”

“값진 결혼이다. 정말.”

“우리의 행복과 결혼 생활의 질은 이 정도야.”


 라고 느낄까, 아닐 것 같다. 그리고 비용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결이랑은 맞지 않는 금액대였다.

그래서 종로 쪽 웨딩링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그곳은 가지도 않았다. 한 소개에 “OO브랜드와 디자인이 거의 비슷해요.”라는 말에 마음이 접혔다.

디자인 브랜드 반지 또한 예쁘고 눈이 가는 게 많았지만, 예쁘다고 다 살 수도 없고. 또다시 고민이 한 다발되는 순간이었다.


“미사 볼 때, 그 묵주반지 있나 다시 보러 가볼까?”

“오~ 그럴까?”


 작년, 왕자님이 첫 세례 선물로 묵주반지를 해주려고 했다. 선물용 묵주반지를 보다, 혼배용 묵주반지를 알게 되었고 어느새 선물 생각은 접은 채

커플 묵주 반지를 봤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커플링을 하자는 왕자님과도 묵주반지를 소개해주며 꽤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그중 꽤 유니크한 디자인의 묵주반지가 눈에 들어왔었는데, 작년에 우리는 결혼 계획이 없었고 딱히 반지를 끼지도 못하는데 뭐 하러 반지를 사냐며 시큰둥하게 넘어갔었는데

이번에 결혼반지로 고민을 하다 생각이 난 것이다.

  

“묵주반지도 트렌드가 있어요. 오히려 디자인이 빨리 바뀌어요.”


 명동성당 성물점에서 눈에 찍어둔 지 6개월도 안된 거 같은데. 우리가 봤던 그 유니크한 디자인의 묵주반지는 단종이 되어서 없었다.

그 반지만 생각하고 와서 그런지, 다른 반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성물점을 돌아다녀봐도 하나에 꽂혀있던 우리는 영혼 없이 다른 반지를 훑어보던 중

한 반지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한번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이거는 신데렐라 반지예요.”

“신데렐라 반지요?”

“단종 디자인 제품이라, 이게 끝이에요. 사이즈 맞는 분만 사실 수 있어요.”


 호오… 라스트 원이라는 거를 이렇게 또 ”신데렐라 반지“라고 의미부여를 해주니, 간신히 마음에 드는 걸 찾았는데 안 껴볼 수가 없었다.

둘 다 약지에 헐거웠다. 사실 묵주반지는 끼는 손가락이 있는 건 아니지만, 묵주기도할 때 검지에 끼고 엄지로 돌리기가 편해 검지 손가락에 많이들 착용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검지에 껴보자, 약지에 결혼반지를 낀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관습이지 않나.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관습을 깨는 것에 이상한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껴보자, 둘 다 검지에 맞으면 이건 반지와 우리의 운명이다.


24.05.05 어린이 날. 명동성당에서 결혼 반지를 맞추다.

  

 “어머, 운명이네요. 안 맞아서 못 사시는 분들도 있고 한 분은 맞고, 한 분은 안 맞아서 못 사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두 분이 검지에 딱 맞네요. “

 ”축하드려요. 신데렐라 반지가 맞으시네. “


 결혼 징표인 반지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우리에 손가락에 딱 맞게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반지를 끼면 동화의 결말처럼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이어질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기분이 더 좋았던 것은, 마지막 모델이고 사이즈가 제한이 있었기에 20% 할인을 해주셨다. 얏호!

이 날의 축배는 서린 낙지로~


 2024/05/05 어린이날. 부모님 품에 있던 35살 나이 든 어린이들이 진짜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 반지 보러 가자, 며칠엔 뭐 하자, 며칠엔 뭐 하자.  현재 우리는 그런 계획 없이, 계획을 세워도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결과물은 계획한 것보다 훌륭했다. 그리고 그것에 우리는 긍정적으로 흐름을 타며 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나 인생은 억지로 되는 건 없나 보다,라고 생각이 든 하루였다.

 

(하지만 스. 드. 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은 예약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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