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도 비관도 없이 의지에 의해

언니

by 양아치우먼




"뭐 먹을까?"

점심 메뉴를 고를 때 남편은 갔던 식당, 자신의 기억 속에 맛있었다고 인식되는 집을 가려고 한다. 나는 반대다. 갔던 집보다는 새로운 집을 선택하려 한다.

"맛없으면 어쩔 건데."

"그냥 먹어보고 맛없으면 안 가면 되지."

메뉴 하나를 선택하는데도 이렇게 성격이 나온다.

남편은 안정성을 추구하고 나는 모험을 즐기는 편이다. 한끼 밥이 맛없으면 기분 나쁜 사람이 남편이고 밥 한끼쯤이야, 하는 사람은 나다. 우리는 양극성이어서 그렇게 눈이 멀었나.


5분 정도 각자의 주장을 펼치다가,

시간이 없을 땐 남편의 말에 따르고 시간이 넉넉할 땐 새로운 도전을 한다. 혹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이 가는 대로 가기도 한다.

맨날 가는 식당에만 가는 남편이 나는 답답하고 예측할 수 없는 집에서 식사를 하는 나를 남편은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작지만 작지 않은 일이다.



"모르니까 궁금하잖아. 어떤 맛일지."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은 가장 궁금한 것이었다.

- 언니 중에서



내가 책을 읽고 쓰는 책상은 어지럽다. 이 책 저 책이 나와 있고 노트도 여러 권이 뒹군다. 남편이 쓰는 컴퓨터 책상은 늘 단정하다. 화장한 여자의 얼굴처럼 깔끔하다. 잡티 하나 없는.

"원래 좀 지저분하고 해야 창의력도 생기고 하는 거야."

"그런 산만한 정신으로 무슨 창의력이 생기냐?"

"당신 박완서 작가님 서재 안 봤지?"

"아휴, 갔다 붙일 걸 갔다 붙여라. 이 정도 지저분이면 노벨문학상 정도는 타야 된다."

무슨 소리야. 노벨 문학상 탈 정도면 버지니아 울프처럼 <자기만의 방>이라도 있어야지. 나를 비꼬는 말에 남편의 목을 확 끌어안고 뽀뽀를 해버린다.

"쪼... 옴."

저만치 남편은 도망가 버린다.



그는 최선을 다해 땀 흘리는 사람, 최선을 다해 포기하고 최선을 다해 먹고 최선을 다해 땀 흘리는 사람.

-언니 중에서


남편은 땀 흘리는 사람이다. 때로는 답답하고 어떨 땐 경계성 강박증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하는 스타일이지만 그가 삶을 꾸리는 방식은 잔꾀나 어떤 요행이 아니라 땀에 있기 때문에 나는 매번 져준다.더구나 남의 것을 도둑질 하지도 않는다. 도둑질 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요즘 세상은 위에 있어야 제대로 도둑질도 하는 세상이니.



낙관도 비관도 없이 의지에 의해 걷는 자

- 언니 중에서


아침마다 스트레칭을 하고 속옷을 직접 손빨래하며 자신이 하는 것에 몰두하는 남편은 나태함을 의지로 삽질해 버리는 부류다.

그는 매일 주식공부를 하고 골린이로 7번 아이언을 수십 번째 휘두르며 나에게 구박받고 있다.

"밑에서 올라온다고!

대체 골프는 어느 놈이 만든 겨?"

그러거나 말거나 의지에 의해 걷는 자는 끄떡도 없이 골프채를 휘두른다. 참, 부지런한 골린이다.







[단편소설]


언니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의 작별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정이현 작가/은행나무






두 번 읽은 단편인데 스토리보다 구인회(언니)라는 캐릭터가 끌렸다. 모르는 것을 궁금해하는 사람,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포기하고 땀 흘리는 사람,

의지에 의해 걷는 사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기어코 하는 사람, 매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자기만의 방에 상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나열해 놓고 보니 결국은 보통의 존재이기도 하고 평범하다는 형용사를 붙일만한 우리들 같은 캐릭터이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평범한 우리의 캐릭터, 그러나 멍청하게 권력에게 희롱당하는 캐릭터.



권력에 농락당한 내가 알고 있는 구인회의 얼굴이 스쳤다. 작가는 언니라는 캐릭터를 바꿀 필요가 있지 않나, 라는 기대로 이 이야기를 엮었을까?

우리는 서로 연대해 불합리에 맞서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무너져간 어머니처럼 말고, 언니처럼.



책을 고를 때만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 진지했다. 그 순간 내가 가장 원하는 책에 대하여 골똘히 집중하여 생각했다. 나는 매일매일, 그날의 나에 대해 그 정도만이라도 알아내고 싶었다.
-정이현(언니) 중에서



* 제목과 민트색은 소설에서 빌려 온 문장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