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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an 23. 2020

우한폐렴, 그리고 SARS, MERS

인수공통감염병, 코로나 바이러스, 중국

  1월 22일 밤 10시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가 한시적 봉쇄령을 내렸습니다.

  (천만명이 사는 도시를 봉쇄하다니, 정말 대단한 나라입니다. 북한은 한술 더 뜹니다. 아예 중국인 출입을 막았습니다. 와, 이럴 수도 있구나)


 용어부터 정리하면, 후베이성은 우리나라도 따지면 OO도 정도입니다. 후베이성의 중심 도시가 우한입니다. 우한은 옛 도시 세 도시 우창, 한커우, 한양 세 도시를 합쳐서 우창의 '우', 한양의 '한'을 합쳐서 우한이라고 하고, 인구가 무려 천 만명의 거대 도시입니다. 양쯔강(창강) 중부의 거대도시로, 한수이강이 창강(양쯔강)과 만나는 곳에 위치하여 예로부터 창강 중류의 핵심 도시입니다. 우리나라에 억지로 비교하자면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대구 정도의 도시라고 생각하면 이해를 도울 듯합니다.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하여, 우한폐렴이라고 불리며, 원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new coronavirus, 줄여서 2019-nCoV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잠시 코로나 바이러스 한 번 정리하고 갑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의대 교과서에서는 가장 흔한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2003년 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2012년 MERS(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등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함으로써 단순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새로 등장할 때마다 전 세계를 들썩이게 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재 7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Human coronavirus 229E (단순 감기)

2. Human coronavirus OC 43 (단순 감기)

3. SARS-CoV (2003년, 사망률: 9%) :광둥 성 로컬 시장 첫 발생, 사향고양이  

4. Human coronavirus NL63 (단순 감기)

5. Human coronavirus HKU1 (단순 감기)

6. MERS-CoV(2012년, 사망률 한국: 19.3%): 중동 지역 발생, 박쥐와 낙타

7. Wuhan coronavirus(2019-nCoV, 사망률 미정 ): 우한 로컬 시장 첫 발생, 박쥐 추정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존에 야생동물 안에 있었지만 인류가 몰랐던 바이러스일 수도 있습니다. (동굴에서 새롭게 발견된 동물처럼 말입니다)


 야생동물이 인간과 접촉하면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들어와서 질병을 일으킵니다. 20세기 전만 해도, 인간이 갈 수 없는 곳이 많았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인간이 점점 자연을 개척해나가고 자연스럽게 야생동물과 접촉할 일이 많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생동물이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달?됩니다.  실제로 AIDS를 일으키는 HIV는 침팬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도 처음에는 침팬지를 숙주로 생각했다가 최근에는 과일박쥐로 보고 있습니다.


 대게는 바이러스는 특정 동물에서만 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 콜레라(이름이 콜레라로 세균 감염 같지만 실제로는 바이러스 감염이며, 정식 명칭은 돼지열병입니다), 구제역(동물들의 수족구) 같은 경우는 질병에 걸린 고기를 먹어도 사람은 안전합니다.


 제가 육군 논산 훈련소에 있을 때, 어느날 저녁에 프라이드 치킨과 함께 닭죽이 같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남아 돌아서 더 먹고 싶은 사람은 추가로 손을 들면 더 주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웬 횡재인가 하고, 손을 들고서 거의 혼자서 한 마리를 먹었습니다. 4주 훈련을 마치고 나와보니 그 당시 조류독감이 전국에 유행이었더군요. ㅠㅜ. 차라리 광우병이라도 돌면 소고기를 먹었을텐데 아쉬워했습니다. (1997년 홍콩 조류독감 H5N1 당시 조류에서 인간도 감염, 치사율이 33%로 높아서 무조건 살처분이 기본 원칙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만 각설하고.


그러다 가끔 동물에서 사람으로 병원체(세균, 바이러스 등)가 전파됩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인수공통 감염병이라고 합니다. 거기다 동물=> 사람으로 전파를 넘어서 사람=> 사람으로 전파될 경우 어마어마한 속도로 전염병이 퍼지게 됩니다. SARS, MERS뿐만 아니라 이번 우한 폐렴(2019 nCoV)도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됩니다.


1. 동물끼리(구제역, 돼지 콜레라): 사람은 문제없음

2. 동물에서 사람에게(1997년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 사람 간 퍼지지는 않음. 크게 퍼지지 않음. 다만 돌연변이를 통해서 사람=> 사람 전파 가능할 수 있음.  

3. 동물=> 사람=> 사람으로 전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킴. SARS, MERS, HIV(에이즈)

 

 그런데 왜 하필 중국에서 이런 질환들이 증가하고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도 중국에는 많은 오지가 있고, 그 오지까지 사람들이 점점 발길을 뻗으면서 야생동물과 접촉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아프리카 였습니다. 에이즈(HIV), 에볼라 출혈열(원인: 에볼라 바이러스)가 모두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하습니다. (단순 접촉뿐만 아니라, 부족한 단백질 공급, 특정 질환에 좋다는 믿음, 전통 음식 등으로 야생동물을 먹는 경우도 흔합니다.) SARS는 광둥 성 로컬 시장, 이번 우한 폐렴도 수산물 시장에서 처음 발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4886

최근에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흑사병, 일명 페스트가 중국에서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우한 폐렴이 시작된 곳으로 지목된 우한(武漢)시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의 한 야생 동물 가게의 차림표. 웨이보 캡처출처>

 정말 중국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모든 걸 다 파네요. 잘하면 유니콘이나, 용도 살 수 있을 듯


거기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교통수단의 발달로 각종 전염병의 전파가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집니다.


 1970년대에 에볼라 바이러스(발생한 지역 이름을 따서 자이르 바이러스라고도 함)는 같은 경우에는 수단에 발생하여 마을을 몰살시키고 사라졌습니다. 사망률이 워낙 높은 데다가, 그 당시만 해도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서 더 이상 퍼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의 특성 상 혼자 생존할 수는 없고, 꼭 숙주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이 모두 죽고 사라지자 바이러스도 소멸되었던 것이죠.  

<출처: 서울 신문>

 하지만 호흡기 증상을 주증상으로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이지 않고, 침, 비말 등으로 쉽게 감염되기 때문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2~3주 만에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어떻게든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인구 만 명의 대도시 우한의 항만, 공항 등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증상은 가벼운 경우 감기에서 폐렴, 심할 경우에는 급성 호흡 부전까지 다양합니다.


 그럼 어떻게 감기나 독감과 어떻게 구별할까요?

 증상이 나타난 시점을 기준으로 2주 전까지 중국 특히 우한 지역을 방문했을 경우 의심하게 되고, 그러한 접촉력이 있을 경우 정밀 바이러스 검사가 필요합니다. 본인이 중국을 최근 2주 안에 다녀왔고, 열이 날 경우 일단 1339 질병 관리본부로 연락하십시오.


 아직까지 정확한 치료법은 없으니, 안 걸리는 게 최선입니다. 백신 또한 없습니다.

 

 치료법도 없고, 예방법도 없으니, 패닉에 빠질수도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갑니다. 안 걸리는 법은 독감이나 감기와 똑같습니다. 나갈 때 마스크하고, 외출 후에 손 잘 씻는 기본이 전부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 명이 확진되었으며, 인천 의료원에 격리되어 있습니다. 1월 23일 현재 추가 감염자는 없습니다.


 MERS는 중동에서 발생하여 사실 한국으로의 전파를 막는 건 쉬웠습니다. 물론 국내에서 전파를 초기에 막는 데는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SARS 때는 잘 막아냈습니다. 이번 우한폐렴은 중국이 초기 대응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설날보다 더 큰 명절인 중국의 춘절 기간 동안 얼마나 더 퍼지느냐가 관건입니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2/2020012201901.html

 그리고 한국의 초기 대응이 그다음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과 중국은 이웃나라이고, 싫든 좋든 이미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번 명절 동안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생각되는 중국 관광객 가운데 얼마나 우한 폐렴 환자가 있을지, 또 정부가 그 환자를 얼마나 빨리 찾아서 격리시켜 전파를 막을 수 있을지 핵심입니다. 북한은 아예 중국인의 입국을 막았다는데, 한국에서는 그러한 대책은 불가능합니다.


 이번 설을 희생해야 할 의료진과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건투를 빕니다.


설 모두 잘 보내시고 건강하십시오.




중국 발생자 수 실시간(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https://3g.dxy.cn/newh5/view/pneumonia?scene=2&clicktime=1579579384&enterid=1579579384&from=singlemessage&isappinstalled=0

                 

<중국어 해석 참조>




 정부에서 1월 23일 16:30분 경에서야 우한폐렴 조심하라고 문자와 함께 안내문이 왔습니다. 업데이트 내용도 1월 22일로 중국에서 환자 440명이라고 하네요. (벌써 616명 입니다. 실시간 업데이트 환자수 제가 링크까지 걸어두었습니다.)


 참 빠르기도 합니다. 메르스때는 환자 다 보고 나서, 처방전 딱 누르니 <메르스 유행 지역을 방문한 적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창이 떴습니다. 대기실에 있던 다른 환자, 간호사, 직원, 저까지 한 10명 넘게 접촉하고 나서 말입니다. 부디 이번에는 접수하자마자 <우한지역 방문자로, 발열시 즉시 1339로 연락주십시오> 경고문이 바로 뜨기를 바랍니다.  



 더 알고 싶은 분은 미국 CDC를 참고하십시오.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index.html  

 표지사진 출처: CDC




이국종 시리즈에 대해 많은 관심과 성원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3천건이 넘는 공유와 3만 건이 넘는 조회를 해주셨습니다. 짧은 소견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나 않을까, 걱정과 우려가 앞섭니다. 잘못된 점, 오류, 반박 있으면 댓글 달아주시면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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