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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Mar 02. 2020

이 상황에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직장인, 의사, 한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으로

 하루 환자가 평균 30명으로 줄었습니다. 진료실에서 의사인 저도, 환자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뉴스를 보다, 이제는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수가 겁나 뉴스를 보기가 무섭습니다. 이미 10만 명 당 확진자수는 이미 한국이 중국을 넘어섰습니다.

 

 환자는 줄었지만, 병원에 오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처음 보는 환자에 호흡기 증상으로 옵니다. 어떤 사람들이 올지 몰라, 의사인 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들은 진료가 끝나면

 "혹시나 (코로나) 아니겠죠?"

 라고 저에게 물어봅니다.

  

 하루는 30대 쿠팡 로고가 선명히 찍힌 조끼를 입고 온 남자분이 오셨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침, 가래 및 몸살 증상으로 왔습니다.

 "제가 워낙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 불안해서 그러는데, 아니겠죠?"


 (환자분, 저는 기침, 가래, 열 나는 불특정 다수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일 불안한 게 바로 저에요.)

 "저도 잘 모릅니다. 검사를 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접촉력이 없으면, 선별 진료소 가셔도 검사 잘 안 해주고,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 저의 공식 답변입니다.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다 보니 저는 아예 처음부터 호흡기 증상으로 온 환자들에게는 아래 그림을 보여주며

 "저기에 해당되는 상황 있나요?"

 묻고 진료를 시작합니다.


 친적들도 연락이 옵니다. 

 "매형, 제가 열나고 몸이 아픈데, 혹시 코로나 아니겠죠?"

 "열 나니?"

 "나는 것 같아요."

 "접촉력 있어?"

 "없어요."

 "네가 원하는 대답은 괜찮다는 거겠지만, 확실히 하려면 검사를 해야하는데, 접촉력 없으면 괜찮아. 열나면 50%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저절로 좋아진다. 나머지는 설사, 기침, 가래, 콧물, 발진 등인데 그런 증상 없지?"

 "네."

 "그럼 해열제 먹고 지켜봐."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의사인 저는 걱정거리가 한 둘이 아닙니다. 1월 달에는 하루 평균 72명의 환자를 보다가, 최근 일주일간 32명의 환자를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2월 달 병원 매출은 처참할 정도입니다.

 저는 원장님이 저를 불러서,

 "코로나로 환자가 너무 줄었으니 그만두게."

 "월급을 좀 깎아야겠네."

 "며칠간 쉬지."

 그럴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원장님 마주치기가 무섭습니다.


 혹시나 제가 접촉을 하면, 병원은 2주간 문을 닫아야 합니다. 제가 만약 걸리기라도 하면, 제가 진료를 한 환자가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제가 걸리는 것보다 제가 걸렸을 때, 혹시나 다른 환자들에게 퍼뜨리지 않았을까가 더 걱정입니다. 제가 피해자이기보다는 가해자가 될까봐 더 두렵습니다.

 

 거기다 매일 아빠가 출근할 때마다 안아주고 뽀뽀를 해 주는 제 딸이 걱정입니다. 의사인 아내는 저보다 더 위험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전부터 저는 코가 막히고, 아내는 목이 아픈데 '혹시', '설마' 하며 둘 다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없습니다.


 2주 전부터 아예 만나는 사람 없이 집-병원-집-병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만 11살 ~12살에 예방접종을 하는 학생들이 많이 옵니다. 이 시기에 병원에 와서 굳이 예방접종을 하겠다니.

 "학교 연기됐죠?"

 "네."

 "제가 봐서는 일주일로는 안되고, 이주는 더 연기될 것 같아요. 그동안 걱정만 하면 시간이 더 안 가니까, 뭐라도 하세요. 뭔가에 집중해야 시간도 잘 가고, 불안도 덜해지니까요."

 이런 말이 왜 갑자기 내 입에서 튀어나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제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상하게 그 말을 한 이후로 마음속에 자리잡은 불안감이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불안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Keep calm and carry on을 되뇌이고 있습니다.

 원인 미상의 열나는 환자를 진료하고 나서, 

 '이 환자가 코로나면 어떻하지?'라는 생각이 들때도 

 'Keep calm and carry on.'

 환자 목을 진찰하는데 환자가 기침을 해서 제 얼굴에 침이 튀어도 

  'Keep calm and carry on.'

 을 주문을 외듯 말해봅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대규모 폭격이 예정된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들을 "차분히, 그리고 하던 일을 계속하도록." 설득시키기 위해 만든 포스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책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나옵니다. 한 영국의 대학교가 독일의 폭격을 받자, 수업을 하던 교수와 학생들이 다친 사람을 돕습니다. 그러고 나서, 교수는 15분이 남았다며 다시 책을 펴고서 수업을 재개합니다. 독일인이 가장 바라는 게 우리의 사기와 긍지를 꺾는 것이면서 말입니다.


 IMF를 이겨내고, 메르스를 이겨냈듯이 우리는 또 이겨낼 것입니다.

Keep calm and carry on!!!! 침착하게 여러분들이 맡은 일을 다하십시오.


 저는 평소 관심사인, 1945년부터 1950년 한국 전쟁과 관련하여 중, 소, 미국의 외교 정책에 관한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1950년 이후의 중국 역사에 대해 책을 읽을 예정입니다. 아참, 그리고 매년 이때 만드는 가족 사진첩을 완성해야 합니다. 아휴, 환자가 없어도 바쁘네요. 


  당신은 이 시기에 무엇을 할 건가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며 계속 불안해 떨지, 아니면 뭔가 유익한 일을 하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까요? MERS, SARS, 독감의 경우 모두 5월 말, 6월 초가 되면 진정되었습니다. 과거의 유사 사례를 통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도 6월 초, 중순 정도면 사그라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대략 100일 정도 남았다고 저는 추측 해 봅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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