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리의사 Mar 10. 2021

<아재 감별기>라는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을 앞두고

맞고 안 아프면 어쩌지?

아스트라 제네카와 백신에 관해서는 두 글에서 충분히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직접 맞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https://brunch.co.kr/@sssfriend/248

 https://brunch.co.kr/@sssfriend/309

 

 저는 어제 밤 미리 샤워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옷 중에 가장 깨끗한 흰색 티셔츠를 가장 하얀 와이셔츠 안에 받쳐 입었습니다. 은은하게 향수도 뿌렸구요. 누군가 출근 준비를 하는 저를 보았으면, 출근이 아니라 소개팅을 나가는 줄 알았을 겁니다. 

   

 지인들을 살펴보니 고열과 근육통을 절반 가량 앓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맞은 아스트라 제네카, 줄여서 <아재> 백신은 부작용이 심합니다. 주로 20~30대에서는 맞고 나서 6~8시간 후, 고열과 근육통을 2~3일 정도 동반하며, 50대 이상에게서는 증상이 경미하여 나이로 사람 차별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맞고 아프면, 젊은 사람 맞고 안 아프면 나이 든 사람(아재)라고 <아재 감별기>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하더군요. 

  체온계와 해열제도 어제 미리 챙겼습니다. 아예 접종하면 타이레놀 6알을 주는 병원도 있네요. 멋집니다. (병원장님, 보고 계십니까?)


 몸도 준비하고, 마음도 대비하고, 무기까지 갖추었습니다.

제가 낸 주사 처방으로 수천 명의 환자가 주사를 맞았지만, 막상 제가 주사를 맞으려니 떨립니다.


2021. 3. 10. 12:08

 말 많고 탈 맞은 백신을 접종하였습니다.  

<우측: 지인이 맞은 화이자, 좌측: 내가 맞은 아제>

 앞에서 말했지만, <화이자>는 면역 형성률이 95% 정도로 70%인 <아재>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하여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초고위험군에게만 <화이자>를 접종하고, 그 외네는 <아재>를 맞습니다. 가격도 4만 원 vs 4 천 원으로 가격도 차이가 큽니다.


 페이스북에서 많은 의사분들이 <화이자>를 맞은 동료를 부러워하였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옆집에서 4만 원짜리 스테이크 먹는데,
우리 집은 4천 원짜리 대패 삼겹살 먹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당장 배고픈데 이것뿐이니, 이거라도 먹어야지요.


 맞고 나서 진료실에서 혼자 사진을 찍었습니다.

 왼쪽 어깨에 흉터가 있네요.

 그 유명한 불주사 자국입니다.

 코로나도 언젠가 이렇게 조그만 흉터만 남기고

 끝나기를 기원합니다.


 <아재 감별기>를 맞은 오늘 밤

 몸이 안 아프면,

 아재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슬플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프면,

 젊다는 것이니 마음은 편할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은 백신은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