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건강 정답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리의사 Sep 13. 2022

이럴 땐, 건강검진 받지 마세요.

<다음부터는 12월에 건강검진 받지 마세요> 에 이어. 

 추석들 잘 지내셨는지요?  추석이 지나면, 사람들이 병원으로 몰려옵니다. 추석 준비로 바빠서 못 온 것도 있고, 많이 먹어서 탈도 나고, 또 올해가 가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예약도 밀립니다. 


 올해 1월에 아랫글을 올렸는데, 기억이 다들 나실지 모르겠네요.  

https://brunch.co.kr/@sssfriend/513

 

 <건강검진>은 숙제 같습니다. 처음에는 올해는 꼭 여유롭게 해야지 하다가, 결국 미루고 미루다 연말이 되어서야 벼락치기 하듯 받게 됩니다. 특히 가장 바쁜 12월은 가장 여유로운 1월의 4배 이상으로 몰립니다. 그래도 9월까지는 여유로우니, 미리미리 받으십시오. 

<출처: 국민건강보험 공단>


 끝으로 평소에 어디 불편하거나,
몸에 대해서 궁금한 거 있으세요?

 의사인 저는 건강검진을 할 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말을 꼭 합니다. 이 질문 하나로, 사람들이 의사인 저를 꽤 좋아합니다. 사실 이 질문은 의사로서 저의 두 번째 필살기입니다. 물론 첫 번째 필살기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빛나는 머리고요. 

 

 대게는 약간은 당황하며, 

 "평소에 많았는데, 막상 물어보시니 생각이 안 나요."

 라고 하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그다음으로 아무래도 나이가 드신 분들은 허리, 무릎 등을 많이 물어보시고요. 아는 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그런데 가끔 제 머릿속에 빨간 경고등을 울리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살이 빠지는 데 그건 왜 그래요?


 의학에서는 3~6개월 동안 체중의 5%이상이 줄면, '비정상적 체중 감소'로 보고 정밀 검사를 권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 및 갑상선 등의 내분비 질환과 암입니다. 그런데 건강 검진에서는 당뇨만 포함되어 있고, 몇 가지 암 검사밖에 없기에 <건강검진에서 정상이라고 나와도 괜찮은 게 아닙니다> 


더 무서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70대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몇 달 전부터 속인지, 가슴인지가 갑갑해. 그래서 이번에 건강검진 해 보려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제 가슴이 갑갑해집니다.  70대 할아버지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의사라면 가장 먼저 심장>>폐>>위·식도 식도 질환>>근골격계 질환 및 정신과 문제 순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건강검진에는 심장 질환 감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심전도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건강검진 했는데, 정상이니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죠. 


 의사로서 같은 위내시경을 해도, 건강검진으로 시술할 때와 평소 속이 계속 더부룩하고 이유 없이 살이 빠지는 환자를 시술할 때의 마음가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검진이 '순찰'이라면, 진료는 '출동'입니다. 


 "위 층에서 여자 비명소리가 들렸어요."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마음과 주기적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곳을 순찰하는 경찰의 마음은 다릅니다.  아무래도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이 좀 더 꼼꼼하게 범죄가 있는지 없는지 이곳 저곳을 몇 번이나 더 자세히 뒤질 것입니다. 

 

 거기다 진료를 받으면 진단과 치료가 즉시 되지만, 건강검진은 결과 통보까지 길게는 보름까지 걸립니다. 그사이에 심각한 질환이라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가 건강검진 결과가 이상해도 대게는 우편으로, 대게는 어려운 말로 되어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병원에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흔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 피곤하고 숨이 찬 50대 남성이 건강검진 후

 "혈색소가 10으로 빈혈이 있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으므로, 병원 진료를 받으십시오."

 이런 결과를 받았다면, 남자는 '언제 시간될 때 가 보지 뭐.'하고 대수롭게 넘길지도 모르지만, 의사라면 가장 먼저 위나 대장 등의 소화기암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프면 건강검진이 아니라 즉시 진료를 받으십시오. 




 덧붙이는 이야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이 세가지를 기억해 주세요. 


1. 12월에 받지 말기. 

2. 아플 땐, 건강검진이 아니라 진료받기. 

3. 건강검진 결과가 이상하면, 꼭 의사와 상담하기.


모두 건강하십시오. 



저의 신작 <너의 아픔, 나의 슬픔>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360093

 



 

매거진의 이전글 제발 면역력을 키우지 마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