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날이 추워지자, 차가워진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려고 낙엽은 오늘도 자신의 몸을 불태웁니다. 가을이 깊어져만 갑니다. 건강검진 환자가 많이 몰리는 것으로 한 해가 끝나감을 몸으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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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건강검진은 항상 미리 하는 게 좋지만, 알면서도 안 되는 것처럼, 올해도 역시나 사람들은 한 해의 마무리를 병원에서 하려나 봅니다.
환자가 건강검진을 하러 들어오면, 나는 먼저 말로 "안녕하세요? 여기로 앉으세요." 인사를 하고, 눈을 맞춤으로써 다시 한번 더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환자 분이 눈을 잘 못 마주칩니다. 일단 저는 환자가 건넨 건강검진 기록지를 쭉 훑어봅니다.
이 한 장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파랑새'가 바로 곁에 있듯이, 건강 또한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 먹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이미 제가 무수히 많이 이야기했던 내용입니다. 절주, 운동, 다이어트, 금연. 다 알지만, 너무나 가까이에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소홀하기 쉬운 것들입니다.
"어, 천식이 있네요."
저는 다시 한번, 제 앞에 있는 환자를 봅니다. 50대, 김환중 씨입니다. 그에게서는 하얀 종이 냄새보다 회색 먼지 냄새가 납니다.
"아, 네. 선생님. 제가 천식이 있습니다."
제 말에 몸까지 연신 굽혀 가며 대답하셔서 오히려 제가 더 부담스럽습니다. 세상에 널린 게 의사이고(우리나라만 해도, 의사만 10만 명이 넘습니다), 발에 치이는 게 병원인데, 아직도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
천식으로 치료받으시는 분들께 제가 당부드리는 말을 딱 하나입니다.
"혹시 평소에 숨찬 거 없으세요?"
"가끔 밤에 그래요."
"일주일에 몇 번이나 그러세요?"
"한 두 번 그래요."
"담당 의사에게 말씀하셨어요?"
"아니요."
이런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직도 의사가 어려워서, 의사가
"괜찮으세요?"
하고 물으면, 안 괜찮아도
"네, 괜찮습니다."
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실제로는 안 괜찮은데 말이죠. 그러면 의사는 아무 생각 없이 천식이 잘 조절되는 줄 알고, 기존에 처방받은 약을 똑같이 줍니다. 환자는 힘들지만, 의사는 괜찮은 줄 압니다. (특히 정신과에서 종종 있는 일입니다.)
환자분, 안 괜찮으면, 안 괜찮다고 말씀하세요.
"말씀 안 하시면, 의사는 괜찮은 줄 알아요. 괜히 혼자 힘들어하실 필요 없어요. 말씀을 하셔야, 도와드릴 수 있어요. 숨 안 차려고 약 먹는 건데, 약 먹고 숨차면 어떡해요?"
말에 이어 나는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에는 검사가 중요했는데, 요즘에는 환자의 증상에 더 중점을 맞춥니다. 그러니까 천식 환자가 숨쉬기도 편하고,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어야 된다는 거죠. 천식에서 제일 중요한 건 환자의 증상입니다. 그리고 약은 다양하기에 증상이 조절 안되면, 약을 늘리거나 바꾸거나 하면서 숨을 편히 쉬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지금 다시는 병원 의사 선생님께 꼭, 안 괜찮다고 말씀하세요."
나는 다시 한번 환자에게 강조를 합니다. 김환중 씨는 처음처럼 연신 몸을 굽신굽신 거립니다. 하, 참 부담스럽스럽네요. 언젠가 김환중 씨가 의사의 눈을 바라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진료받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사진 출처:위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