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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Nov 01. 2022

무엇이 문제일까?

아주대학교 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탈락 사태에 붙여

 아주대학교 병원이 2022년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우리나라 응급센터는 정부가 규모 및 인력을 파악하여 <권역 응급의료센터-지역 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기관> 3 단계로 나눈다.  

 <2012년 표라 개수와 세부 항목이 조금 바뀌었을 수도 있다>

 

 이게 병원 입장에서 왜 중요할까? 이유는 돈, 더 정확히는 적자 때문이다.

https://dailymedi.com/news/news_view.php?wr_id=889894


 굳이 기사에서 언급하지 않더라도 적자를 보는 응급실 구조상 병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보조금을 받아야 하고,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응급실이 적자를 보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가 의료 수가를 매우 싸게 측정했기 때문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출처: 보건복지부>

 권역응급의료기관에서 A 등급이 되면, 일 년에 2억 5천7백만 원, B 등급은 1억 98백만 원, C 등급은 2천9백만 원이 나오고, 응급의료수가의 일부가 +-20%까지 가감산이 되므로, 등급에 따라 최소 수억 이상의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권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 대략 연간 20억 정도의 지원금을 받게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3년간 연 평균 44억 적자를 보았다. 20억을 받아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


<이번에 탈락한 아주대와 서울대>

  아주대학교 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평가에서 3년간 B도 C도 아닌 최고 등급인 A를 받았다.

  심지어  ‘2020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 38개소 중 전국 1위로 평가받았다. 그것도 모든 지표에서 만점을 받아 총점수 100점 만점으로 최상위 등급(A등급)을 받으며 전국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단순한 평가만이 아니라, 이국종 교수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에서도 내원 환자수가 9만 명이 넘어 전국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환자가 많이 몰린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뜬금없이 2022년 9월 16일 '2022년 권역 응급의료센터 재지정'에서 탈락한 것이었다.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559


 두 곳이 탈락했는데 서울대학교 병원과 아주대학교 병원이었다. 서울대학교 병원은 원래 B 등급이라, 탈락 가능성이 높았지만 아주대학교 병원은 모두의 예상 밖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38개 중 1등을 하던 <응급의료기관 평가>와 이번에 탈락한 <권역 응급의료센터 재지정 평가> 항목이 달랐기 때문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 평가 기준>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 평가>100점 만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무려 50점에 해당하는 <운영계획서 평가>였다. 운영계획서라?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저 부분에 면접, 논술을 넣으면 딱 수시가 된다. 면접과 논술은 아무래도 공정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운영평가계획서>를 제외한 나머지 50점이 3년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이고 아주대가 A등급이자 한번은 100점 만점을 받은 것을 감안할 때, 결국 <운영평가 계획서>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거기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2022년 권역 응급의료센터 재지정' 평가를 아예 비공개로 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와 나는 직접 통화를 해서 확인했다.) 점수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담당자가 공개할 수 없다고 하자, 그탈락한 아주대학교 병원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아주대학교 병원에는 점수 내용을 알려주었는지를 확인하자, 담당자는 아주대학교 병원에도 점수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평가결과를 알려준다고 해서) 바로 시정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일방적인 통보였다.


 나는 이전 글

https://brunch.co.kr/@sssfriend/146

에서 정부와 정치인의 갑질과 함께 정부 보조금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가 정책을 그들은 손바닥 뒤집듯 바꿉니다. 10년은커녕 1년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정책을 결정하는 공무원과 고위 정치인이 칼자루를 쥡니다. 병원은 환자를 보기보다 정치인, 공무원 비위 맞추기에 바쁩니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보다 감사 나온 귀하신 분들 접대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내년에도 보조금이 나올 테니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설픈 아마추어가 도움은커녕 해가 되는 조건 및 정책을 만들고는 무조건 따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갑 중의 갑질을 하는 건 기업도 아니고 바로 정치인과 고위 관료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처음부터 적자일 수 밖에 없는, 심지어 환자를 많이 보면 볼수록 손해를 보게 만드는 시스템, 을인 병원으로서는 각종 감사와 처벌, 보조금으로 어쩔 수 없이 갑인 정부에 목 맬수 밖에 없는 상황,  어이없는 평가(운영계획서 평가가 무려 50%), 일방적인 통보, 비공개. 그러니까, 어떤 외과 선생님도 그리고 나도 말한다.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1. 응급의료기관 평가 기준집만 해도 300페이지가 넘는다. 알 거다. 저런 평가를 받을 때마다 병원이 얼마나 난리가 나는지. 그런 상황에서 저런 평가 기준을 일일이 맞춰가며, 무려 100점을 맞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주대학교 병원은 ‘2020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 38개소 중 전국 1위로 평가받았다. 그것도 모든 지표에서 만점을 받아 총점수 100점 만점으로 최상위 등급(A등급)을 받으며 전국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2년 권역 응급의료기관 재지정 평가에서 B 등급이었던 서울대와 함께 나란히 탈락했다.


 2020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100점 만점으로 전국 1위를 한 아주대학교 병원이 문제였을까? 새로운 기준으로 '2022년 권역 응급의료센터 재지정'을 한 정부가 문제였을까? 누가 진정한 갑질을 하고, 탁상행정으로 의료를 망치는지 현명한 독자라면 알 듯 하다. 참고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필수의료가 다 이렇게 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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