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든 세 가지 생각
그 서세원 씨 사망 원인을 뉴스로 접하고, 몇 가지 궁금증이 들어 기사를 찾아보며 의사인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 그는 왜 죽었을까?
두 번째, 내 환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끝으로,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었을까?
서세원 씨는 4월 20일 오전 11시경,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사망 당일날 그는 어지럽고 속이 갑갑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전 사진으로 봤을 때, 그는 당뇨가 전혀 조절되지 않은 상태로 뼈만 남아 있는 악액질(cachexia) 상태였다. 자신이 추진 중이던 병원에서 김치찌개도 먹고 "간호사에게 사탕도 달라고 해서 드렸다."라고 한다. 평소 저혈당을 자주 겪었던 그는 저혈당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차도가 없자,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하고 영양제를 놔달라고 해서 영양제를 맞다 사망했다. 이에 많은 기사들이 '의료 사고' 따위를 언급했다.
서세원의 사망원인을 추측해 보자면, 저혈당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김치찌개에, 사탕에, 영양제까지 맞았으니 설령 저혈당이라고 해도 즉시 회복되었을 것이다. 오히려 고혈당으로 인한 당뇨의 급성 대사 합병증인 DKA(당뇨병성 케톤산증)나 HHS(고삼투혼수) 가능성이 있다. 둘 다, 혈당이 매우 높아서 오심, 구토 및 의식 저하가 일어나는 병으로 심한 탈수와 몸의 산성화, 전해질 이상 등으로 즉시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하게 된다. 대부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당뇨 환자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혈당이지만 증상이 저혈당과 유사하여, 증상만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원인은 심근경색이다. 안타깝게도 당뇨가 있는 사람 10명 중 3명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며, 그중 절반이 허혈성 심질환으로 사망한다. 심근경색의 경우, 가슴이 갑갑한 전형적인 흉통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당뇨, 고령, 여자인 경우 무증상인 경우도 많으며, 속이 불편하다, 체한 것 같다고 하는 경우도 흔하다. 서세원 씨 경우, 오랜 흡연과 심한 당뇨가 있어 심근 경색이 확률이 높다.
만약 서세원 씨가 병원에서 의사를 만났으면 어떻게 했을까? 보통 의사라면 당뇨가 있는 환자에게서 혈압과 함께 가장 먼저 혈당을 체크한다. 저혈당이었으면, 포도당 수액 치료를 했을 것이다. 반대로 고혈당으로 인한 급성 대사 합병증인 DKA(당뇨병성 케톤산증)나 HHS(고삼투혼수)이었다면 즉시 중환자실 입원을 권한다. DKA(당뇨병성 케톤산증)나 HHS(고삼투혼수) 경우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몇 시간 간격으로 혈액검사를 하면서 수액과 인슐린 치료 및 전해질 교정을 통해 수액과 인슐린 치료 및 전해질 교정을 통해 치료가 잘 되면 퇴원할 수 있다. (단 사망률은 5~50%로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간단한 혈당 검사로 저혈당이나 고혈당이 아니었다면, 혹시나 모르니 심장 쪽 검사를 권했을지도 모른다. 이전의 설교 사진조차 뼈만 남은 악액질(cachexia) 상태였기에 기본 검사를 하고 입원 치료를 권했을 가능성이 높다. 저 정도 상태라면 와상 환자, 암 말기 환자 정도, 그것도 아니면 정말 심각하게 당뇨가 조절 안 되는 환자라는 것을 평범한 의사라면 다 알 수 있다. 심장 쪽 검사를 권하지 않아도, 입원 치료의 기본이 심전도이고 즉시 결과를 볼 수 있다. 심전도 상에서 심근 경색이 나왔으면, 즉시 치료를 받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세원 씨는 병원으로 갔지만, 의사에게는 가지 않았다. 당시 그 병원은 서세원 씨가 직접 사업상 준비 중이었고, 의사는 아무도 없었다. 병원으로 간 서세원 씨는 스스로 자신을 진단하고 치료하려고 했다.
'저혈당이군. 밥을 먹고, 사탕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효과가 없었다.
'힘들어서 그렇군. 영양제를 맞고 쉬면 좋아질 거야.'
나는 15년간 대학병원과 작은 의원, 종합 병원에서 일하면서 영양제나 수액을 처방한 경우가 적게는 수천 건에서 많게는 만 건이 넘는다. 이는 나뿐이 아니라, 의사라면 거의 비슷할 것이다.
일부 환자들은 아예 처음부터 영양제를 놔달라고 한다. 영양제는 좋다. 사실 환자보다 의사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 환자 한 명을 보는 것보다 영양제를 주면, 의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적어도 4배에서 많게는 10배이다.
그런데 내가 의사로서 영양제를 놔주지 않으려고 환자나 보호자와 다툰 경우가 몇 번은 있다. 한 번은 7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숨이 차다고 왔는데, 영양제만 맞겠다고 했다. 70대 고령 환자가 숨이 차다고 오면, 감별 진단이 워낙 많았기에 작은 의원 급에서는 해결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내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려고 했지만, 환자와 50대 아들로 보이는 보호자는 완강히 거부하고 영양제만 맞겠다고 버텨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엑스레이와 심전도를 찍고 괜찮으면, 영양제를 주겠다고 타협 아닌 타협을 했다.
할아버지는 결국 영양제를 맞지 못했다. 우측 폐에 물이 10cm 넘게 차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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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하는 거동이 불편한 70대 할머니가 힘이 없어서 영양제를 맡고 싶다고 왔다. 만성 투석하는 환자는 언제든지 전해질 부족으로 인한 부정맥이 올 수 있기에 혈액 검사를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영양제만 맞으면 될 거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계속 우겼고, 10분 넘게 다투다 발걸음을 돌렸다. 환자와 보호자는 진료실을 나가면서 "의사가 아무것도 안 해준다. 영양제를 놔달라고 해도 안 해주는 병원은 처음 본다."라며, 기다리던 환자들 보고 다 들으라는 듯이 원망을 하고 나갔다.
서세원 씨가 만약 내 병원에 왔으면, 의사인 내 말을 따랐을까?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영양제만 놔달라.
라고 끝까지 요청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런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그렇기에 서세원 씨가 내 병원에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유명인사라는 점이 의사인 나를 위축시켜, 반드시 필요한 검사를 끝까지 하자고 요청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환자가 특별한 사람이어서 각별히 잘 봐주려고 할수록 오히려 예후가 좋지 않은 VIP 신드롬이다. 우리 병원에서 수액 맞다 죽었다고 생각해 보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매일 대장내시경을 하는 소화기 내과 의사도 대장암에 걸려 죽는다. 검사를 안 하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증상만으로 '저혈당'을 진단하거나, '체했다.'라고 진단 내리고, '사탕'을 먹거나, '영양제만 맞으면 좋아지겠지.'라고 스스로 치료방법을 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고령에, 조절되지 않은 심한 당뇨까지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서세원 씨가 자신의 진단(저혈당)이나, 스스로 치료(김치찌개, 사탕, 영양제) 하지 않고 즉시 의사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영양제만 놔달라.' 대신 의사가 하자고 하는 검사를 했다면 어땠을까?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50%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유명인이었던 그의 행실과는 별도로, 한 사람의 죽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저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 특급 프로젝트 중이라 글이 뜸합니다. 이해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