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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 Oct 27. 2019

버팔로66 (Buffalo '66, 1998)

회색도 따뜻해요

(영화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 요소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함께 들을 노래 : Vincent Gallo - Yes, I'm Lonely


핏한 아우터와 타이트한 바지. 그리고 스키니 한 그의 몸에 어울리는 새빨간 부츠를 신은 빌리가 막 출소했다.

춥고 눈도 오는데, 어딜 가지도 않고 교도소 앞을 서성이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 다시 교도소 문을 두드린다. 어딘가 이상한 아니 독특한 그의 행동은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시내에 도착한 빌리는 화장실 한 곳 못 찾아 한 명 한 명에게 친절히 화장실은 어디 있는지 묻고,

방금 영업시간이 끝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고 거절하자 순순히 또 그 가게에서 나온다.

노상방뇨는 시도하려다 만다. 이제 못 참을 지경이 되자 무작정 어떤 건물로 들어가서 화장실로 곧장 직진한다.

한편 강의가 이어지고 있는 탭댄스 교습소(추측). 수업이 한창인데 한 남자가 유유히 그 사이를 지나간다.

(누구긴 누구겠어) 화장실을 찾던 빌리다. 화장실을 겨우 찾았으면 이제 본인의 할 일을 하겠지 싶지만

또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쳐다본다고 마음대로 볼일도 보지 못하고 화를 내다가 밖으로 뛰쳐나온다.

화가 난 그는 애꿎은 댄스 수강생 한 명에게 시비를 걸더니, 이젠 동전을 빌린다. 거의 뺏다시피 빌린 동전으로 화장실 앞에서 대화하는 그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비싼 호텔에서 전화를 하는 거라니, 방에서 아픈 누군가는 자고 있어서 같이 못 간다라니 아무튼 온통 거짓뿐인 이야기로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위층에 자고 있는 아픈 그 누구를 굳이 방에서 깨워서 5시까지 가겠다고 약속한다.

아까 동전 빌린 댄스 수강생 한 명에게 또 무언가를 빌릴 것 같은 빌리, 이제 사람 자체를 빌려버린다. 혼자만의 인질극을 벌이며 차에 타더니 수동 운전은 못한다고 인질에게 운전을 하라고 하지를 않나 아니 그전에 차가 왜 이렇게 더럽냐며 창문을 닦으란다. 독특하고 이상한 이 남자 빌리와 동전을 빌려준 인질 레일라가 탄 차가 출발한다. 전화도 하고 인질극도 다 끝내니 이제야 생각나는 본인의 할 일을 하기 위해 라일라에게 핸들을 붙잡고 1분만 기다리란다.

드디어 소변을 보고 차 안으로 다시 들어온 빌리는 일단 라일라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 자신이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와이프 대역을 해달라고 한다.

(이 남자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협박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엉성하고 부탁이라니 썩 친절하지 않은 그의 인질극을 받아주는 레일라. 그렇게 빌리와 레일라는 부부가 되어 빌리의 부모님의 집을 방문한다.

영화 <버팔로66>은 끝에 갈수록 이전이 더 재미있어지는 영화다. 단순히 사랑 영화라고 하기에는 몹시 차갑고 씁쓸한 분위기가 전반을 이룬다. 감독 빈센트 갈로는 모델, 밴드, 화가, 배우. 아주 다재다능한 감독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 버팔로 66은 특유의 스타일이 물씬 묻어나는데

회상. 대면. 그리고 사랑하는 방식과 그 인물들까지도 유니크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랑의 단계를 우리가 생각하는 곧이곧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의 짜릿하거나 소위 '세상이 달라 보이는 듯'한 감정은 욱여넣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만든 사랑의 분위기와 외로움을 따라 빠져들게 된다.

빈센트 갈로는 다음 작품 <브라운 버니> (2003년작)에 대한 엄청난 혹평들로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가 감독으로서 보여준 버팔로66만의 독특하고 아주 섬세한 이야기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외로움과 사랑의 공존을 말한다면 이 영화가 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빌리와 레일라의 관계에 있어서 한 사람의 외로움과 그것에서부터 비롯된 상처를 빌리를 통해 보여주는데 굳이 인과의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매력이다. 각 캐릭터들이 독립적으로 서있으며 그 사이에 관계를 굳이 꿰매지 않아 놨다는 것이다. 또, 이상하게 무슨 이야기 인줄 모르면서 빌리의 안절부절못함에 따라가게 되었던 것을 보니 감독의 기술이 영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는 겨울이지만 가을밤 보기에 정말 좋은 이야기.


아, 하트쿠키를 고르고 너무 행복해하는 빌리를 보니 그는 어쩌면 라일라를 만난 순간부터, 싫다고 투덜대는 모든 순간에도 라일라에게 '구애'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IMDB <Buffalo '66> Phot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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