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다다미’란 마루방에 까는 일본식 돗자리를 말합니다. 속에 짚을 5cm가량의 두께로 넣고, 위에 돗자리를 씌워 꿰맨 것으로 보통 ‘180×90cm’ 크기의 직사각형 형태를 띱니다. 쉽게 말해 넓은 판에 두꺼운 돗자리를 덧붙인, 마루방에 까는 일본식 바닥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영화에는 다다미의 이름을 딴 ‘다다미 쇼트’라는 촬영 기법이 있습니다.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에 의해 탄생한 다다미 쇼트는 카메라를 다다미에 앉아 있는 사람의 키 정도에 맞추고, 피사체를 고정된 상태의 롱 테이크(long take : 하나의 쇼트를 길게 촬영하는 기법)로 잡아내는 촬영 기법을 말합니다. 다다미 쇼트는 오즈의 영화 미학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카메라 움직임입니다.
“일본의 실내를 좋은 구도로 촬영하는 것은 너무나 골치 아픈 일이네. (중략) 가장 좋은 해결책은 카메라를 낮은 높이로 고정시키는 것이지.” - 오즈 야스지로 曰
책 『시점』의 저자 조엘 마니에 따르면, 다다미 쇼트는 “일본 주택의 건축 양식과 일본인의 문화적 행동 양식”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말하자면 다다미 쇼트는 주로 다다미에 앉아서 생활하는 일본인들의 좌식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개 높은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서구인들이 봤을 때, 다다미 쇼트는 ‘전에 없던’ 카메라 움직임인 것이죠.
논문 「선과 영화 : 오즈 야스지로 후기영화에 나타난 공간구성을 중심으로」의 저자 임철희는 “다다미 쇼트는 일본의 가정을 담기 위해 일본인의 가옥구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위치에 대한 그의 선택이 공간의 구성과 활용에 대한 작가의 미의식을 나타낸다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오즈는 다다미 쇼트를 통해 어떤 영화적 미학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요.
다다미 쇼트의 미학을 가장 명징하게 나타내는 한자어가 바로 ‘관조’(觀照)일 것입니다. 관조는 사전적으로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을 뜻하는데, 오즈가 영화라는 창을 경유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이러한 관조의 성격을 띱니다. 오즈는 주관적인 해석을 유발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대한 배제하고, 피사체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세상을 아무런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영화에 담고자 했습니다.
저자는 “(다다미 쇼트는) 공간을 다각도로 활용하기 위한 작가의 선택이자, 인간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다. 낮은 높이의 카메라는 인물들의 대화 장면에서 일관적으로 적용된다. 두 사람이건, 세 사람이건, 그들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인물들은 언제나 동일한 높이의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고 설명합니다.
다다미 쇼트의 미학은 인물들이 서로를 ‘동일한 높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시선 역시 동일한 높이라는 데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다미 쇼트는 부감(high angle : 내려다보기)과 앙각(low angle : 올려다보기)이 배제된 각도인 것이죠. 이에 대해 저자는 “누구 한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를 멸시하듯 내려다보거나, 강조하듯 올려다보지 않는다. 오즈의 인물들은 그렇게 서로를 같은 위치에서 응시한다”고 말합니다.
다다미 쇼트의 효과는 영화 속 인물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과 태도로까지 확장합니다. 그러니까 관객을 팔짱 끼게 한 뒤 “저 사람은 저렇고, 이 사람은 이렇다”는 식의 섣부른 판단을 하게 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말이죠. 즉 다다미 쇼트는 영화 속 인물들을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시키거나 관음하지 않는 수평적이면서도 평등한 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