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 진짜 이야기’ 35
내일 소개할 영화는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보스턴 지역의 유력 일간지죠.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라는 탐사 보도 팀이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세상에 고발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아동 성범죄 사건’이라고도 하는데요. ‘게오건’이라는 신부를 비롯한 여러 명의 가톨릭 사제들이 몇 년 간 지속적으로 교구를 옮겨 다니면서 수십 명의 아동을 성추행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교구 차원에서 온갖 편법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건이에요. 가톨릭의 명예에 문자 그대로 먹칠을 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스포트라이트>는 기자들이 성직자들의 추악한 민낯을 고발하는 과정을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진중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저널리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이라는 말은 신문이나 잡지 혹은 방송 등을 통해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저널리즘 영화는 ‘기자’로 대표되는 언론 종사자들이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은 물론이고 사회의 각종 모순이나 부조리, 구조적 폭력 등을 들춰내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지난번에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사건’을 바탕으로 한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가 ‘사회문제 영화’로서의 장르적 특징을 보인다고 소개해드렸는데요. 이 사회문제영화의 하위 장르가 바로 저널리즘 영화입니다.
‘펜타곤 페이퍼 사건’을 바탕으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2018)도 저널리즘 영화로 분류할 수 있고요.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알란 파큘라 감독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은 저널리즘 영화의 클래식으로 손꼽힙니다. 한국영화로는 2005년에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었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을 바탕으로 한 임순례 감독의 <제보자>(2014)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영화로는 스탈린 시절 소련 사회의 민낯을 고발한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미스터 존스>(2020)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 대사를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극 중에 등장하는 피해자 측 변호사가 한 말인데요. 그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대사는 결국 ‘가톨릭 아동 성범죄 사건’이 어느 한 성직자의 개인적 일탈 행위가 아니라 그것을 방관하고 은폐하고 심지어 조작까지 한 가톨릭 교회의 구조적인 시스템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또 보스턴 지역의 신문 구독자 중 가톨릭 신자의 비율이 높아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이 가톨릭 교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었거든요. 영화는 새로운 부임한 편집국장, 그러니까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이 사건을 재조명하는데, 그만큼 언론의 사명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대사이기도 하죠.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관한 제 해설이 조금 더 궁금하시면,
1월 10일(일) 오후 6시 18분, TBN(강원) <달리는 라디오> - ‘어떤 영화, 진짜 이야기’(FM105.9)를 들어주세요.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TBN 교통방송’ 앱을 다운로드하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