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왜 집에 안 가세요...?
몇 해 전, 아버님이 정년퇴직을 하셨다.
아버님이 집에 계시니 어머님은 하루 종일 붙어 있는 것이 힘들다고 하셨단다. (웃기게도 이런 건 친정 엄마한테 들었다.)
대충 때우던 끼니도 아주 번거로운 일이 되었단다. 그래도 아버님 연금으로 걱정 없이 산다고, 아버님은 잘 대접받고 살고 계신다.(이것도 엄마한테 들었다.ㅋ)
아이 보는 일이 힘은 들어도 먼저 제안하실 만큼 아이를 봐주고 싶어 하셨다.
워낙 손녀를 아끼시는 데다 아버님한테서 해방될 수 있고, 매주 아들 얼굴도 볼 수 있으니 어머님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주말에는 당연히 집에 가실 줄 알았다.
회사 동료들 중에서도 어머님이 아이를 봐주시는 집이 여럿 있는데, 금요일 저녁이면 가방을 챙겨서 문 앞에 딱 놔두시고 엄마 퇴근과 동시에 바이바이 하신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서로 좀 쉬어야 하니까.
주말에 집에 안 가시는 사례는 듣지 못했다.
남편이 말하는 이유는 이렇다.
대구-광주 집 간에 2시간이 걸리는데 어머니는 운전도 못 하시고(예전엔 하셨으면서... 다시 하시지...), 매주 아버님을 오 가 시라기가 힘들다.(왜?) 그리고 내가 매주 모셔다 드리기도 아이와 보낼 시간이 부족하니 힘들지 않나.(응??)
내가 데려다 드려도 되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그쯤 되니 내가 꼭 어머님을 못 돌려보내서 안달 난 사람처럼 되어버려서 입을 다물었다.
그 후로 내 휴가가 길거나, 명절 앞 뒤로 광주로 가셨다.(상상되십니까?)
그러다가 코로나가 왔다. 나와 남편이 번갈아가며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오고 어머님이 가셨다.
어느 주말, 아이와 뒹굴뒹굴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대충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창 밖을 보며 커피를 한 잔 하는데 실실 웃음이 나왔다. 집에 갇히고 나서 자유가 찾아왔다니. 웃기지 않나.
* 고부갈등 없고요, 그냥저냥 평범한 시댁과 며느리 사이입니다. 어머님 아버님도 정말 좋으시고요. 그래도. 혹시 며느리세요? 그럼, 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