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아이 유치원, 학원들을 바삐 오가며 아이가 이리저리 친구들을 사귀게 되자 나도 그 아이들의 엄마들과 친구가 되었다. 같은 Visiting scholar 과정에 있는 한국 비지터들과 다른 동네에 집을 구한 터라 자연스레 이 동네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경험은 돈 주고도 산다고 하지 않나. 이곳에 있는 동안 누가 "이거 해볼래? 여기 가볼래?" 하면 특별히 일이 있지 않는 한 거절하지 않고 따라나섰다.
그날은 동네 엄마들과 우리 집에서 내 생일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와 단 둘이 왔고 올해는 그저 매일매일을 여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자는 생각이라 특별히 외롭지 않았는데 막상 생일 전날이 되자 살짝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런데 고맙게도 언젠가 내 생일을 물어봤던 엄마의 제안으로 셋이 함께 생일 아침을 맞이하게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날의 멤버는 올랜도에서 몇 해 전 이사 온 한국맘, 캔자스에서 작년에 이사 온 중국맘, 그리고 나였다.
나는 몇 개월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입장이지만 그녀들은 이곳에 정착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하우스를 보러 다니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부동산 회사가 관리하는 신축급 타운하우스로 월세 $2000의 2 bed, 2 bath 형태가 대부분이고 우리처럼 어떤 목적 하에 단기 또는 몇 해 정도 살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아이들의 나이 또래도 같거나 비슷한데 나는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지만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 둘은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 사립학교는 교육환경이 아주 좋은 곳인데 만 4~5세 아이들이 다니는 pre-k나 K(Kinder) 기준 1년에 약 $10000 정도로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져보면 한국에서 영어유치원을 보낼 경우 드는 비용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다. 사립학교를 보내는 이유는 우리 단지가 속한 카운티가 아래 동네 카운티보다 학군이 좋지 않기 때문인데 그래서 아래쪽 카운티에 집을 살 경우 공립학교에 보내도 충분할 것 같다고 했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요즘 그녀들이 보러 다니고 있는 하우스의 모습과 가격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가 돌아가야 할 한국과 이곳은 정말로 다른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이 알아보고 있는 Oconee 카운티의 4 bed/4 or3 bath 기준 시세는 대략 6~7만 불 사이인데(물론 더 비쌀수록 더 좋은 집이 많겠지만), 현재 환율을 1300원으로 잡고 한화로 계산하면 대략 8~9억 대다. Oconee 카운티는 최근 2023년 NICHE가 Georgia에서 살기 좋은 카운티 1위(전미에서 2위)로 선정해 요즘 이곳 사람들은 동네 사랑이 샘솟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많이들 이용하는 부동산 사이트 zillow에서 해당 시세의 매물로 나온 여러 집들을 볼 수 있다. 그녀들이 눈여겨보고 있거나 이미 보고 온 집들의 사진과 내용을 보는 내내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이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그녀들이 갑자기 너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