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나뭐하나 May 17. 2023

대한민국에서 '내 집 한 채'의 무게-2

이곳은 상가 단지와 주거 단지가 꽤 멀게 분리되어 있는데 동네를 다니다 보면 주거단지 쪽으로 동네마다 게이트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하우스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데 오픈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입주민 이외에 출입이 제한된 곳도 있다.


규모는 다양하지만 처음 왔을 때 아파트 생활에만 익숙해져 있는 내 눈에는 모든 집들이 다 커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좀 더 흐르니 이제 그 집들 중에서도 '아, 이 집은 정말 좋은 집이구나' 하고 알 수 있는 요소들이 눈에 보인다. 게스트 룸이 있는 별채가 따로 있다거나 프런트 야드와 백 야드가 아름답게 관리되어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 정말 좋은 집들은 숲에 가려져 있고 게이트로부터 끝도 없는 잔디땅을 지나야 집이 나오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녀들이 눈여겨보고 있거나 이미 보고 온 집들은 4 bed/ 3~4 bath이고 관리 문제로 개인 수영장이나 테니스 코트 등은 없는 집이었는데 대략 이런 모습니다.

그녀들이 보여준 집들은 6~7만 불 사이의 집들인데, 집을 보는 사람들이 여럿이면 경쟁이 붙는다. 꼭 경매처럼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이 가격에서 조금 더 붙여서 가격을 부르면서 주인이나 부동산, 다른 경쟁자들과 흥정한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이 집들은 7만 불 이하, 한화로 약 9억 원 이내의 집들이다.



나는 한국에서 주말 부부로 어쩔 수 없이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데 직장을 옮길 수 없어 이 생활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어떤 방법으로든 서울로 합쳐야 하지 않겠냐고 남편과 방법을 모색 중이다. 남편이 직장과 멀지 않은 방이동 인근에 오피스텔 전세를 얻어 살고 있어 그 인근 아파트를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미국에서 6~7 만 불, 우리 돈으로 9억 이내에 지금 남편이 있는 곳에 가족이 함께 살고자 하면 어떤 집을 살 수 있을까 한 번 찾아보자며 부동산 앱을 켰다.

매매가 8억 5000만원의 빌라 매물 정보와 빌라 전경


중국맘이 묻는다.

"You're buying this building?"

".............. what? what do you mean building......?"

나의 지진난 동공을 보고는 이내 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


전에 집을 알아본 적이 있어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달랐다.

그날 저녁, 남편과 통화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미국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라고 집을 사면 보유세가 엄청나게 차이 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 미국은 보유세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

그리고 한국도 서울이 그렇지 시골에 가면 남는 게 땅이고 집이란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육과 생활환경 면에서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시골마을이 있나? 공립이든 사립이든 교육 환경이 좋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고 교통 체증도 없고 직장생활도 가능하면서 여가나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시골이 있다면,

그렇다면 아마 그곳의 집값은 이미 내 손이 닿는 가격이 아니겠지.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라고.

오늘따라 유난히 맛보지 못할 남의 그 떡이 너무 커 보인다.

이전 16화 대한민국에서 '내 집 한 채'의 무게-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