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너지는 마음 앞에서
그날의 나는 괜찮지 않았다.
담담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해도, 마음속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콩이가 쿠싱이라는 진단을 받던 날,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내내 머릿속이 하얬다. 수의사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긴 했지만, 마음은 그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저 나이 들어서 그런 줄 알았던 콩이의 느려진 걸음걸이, 자주 마시던 물, 시무룩했던 표정 그것들이 병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나는 숨이 막히듯 미안함에 사로잡혔다.
왜 나는 그걸 몰랐을까. 매일 보면서도 왜 몰랐을까.
더 빨리 눈치채지 못한 내가 밉고, 내가 한심스럽고,
아무 말도 없이 아팠을 콩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콩이 얼굴만 봐도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이후 3일 동안, 나는 쿠싱증후군에 대해 미친 듯이 찾아보았다.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뭘 조심해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그런데 그런 정보들보다 내 눈에 먼저 들어왔던 건 ‘쿠싱증후군에 걸리면 평균 수명이 2-3년’이라는 문장이었다.
다른 어떤 말도 그 문장보다 크게 보이지 않았다.
2-3년, 그 숫자에 마음이 쪼그라들었고, 핸드폰 글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엉엉 울기만 했다.
불안과 죄책감, 두려움이 뒤엉켜서 혼란스러운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해서, 그렇게 무너져 있으면서도 다시 해야 할 일을 찾게 된다.
해야 할 일들을 다시 정리하고 몇 달 동안 이주마다 병원에 가서 호르몬 검사를 하고, 약 용량을 늘렸다 줄였다, 부작용이 와서 응급실도 가기를 한 차례, 그렇게 어느덧 수치가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걸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것만이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날의 나는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 일을 하나씩 붙잡으며 간신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숨이 완전히 고르기도 전에, 또 다른 무너짐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