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았수다>를 보며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보는데,
애순이 할머니가 애순이에게 묻는다.
“고달프냐.”
애순이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린다.
고달프다는 말 한마디가 목 끝까지 차올랐을 텐데,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그저 엉엉 우는 걸로 대신한다.
그 장면을 보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언젠가 "고달프겠다"는 한마디에 무너졌던 그날의 내가 겹쳐서 울어버렸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고,
그래야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괜찮아”를 뱉으며 살았고
괜찮다고 말하는 게 익숙했고,
그러면 괜찮은 줄 알았다.
"안 괜찮아"하는 순간 내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싫었고, 더 고달파질 것만 같아서 싫었다.
"괜찮다"는 세상에 지고 싶지 않은 나를 지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엔
‘안 괜찮음’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나 보다.
결혼하고 몇 해가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서,
그렇게 내 의지와 내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 앞에서 나는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였다.
매달 매번 조심스럽게 기대했다가, 조용히 실망하고.
‘왜 나만 안 되지?’
‘내가 뭘 잘못했을까?’
끝없이 이어지는 자책이 마음을 갉아먹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하늘도 원망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도 순탄치 않더니 왜 또 내 길은
순탄치 못한 거냐고 원망했다.
그건 단순한 슬픔이 아니었다.
괴로움이었고, 그 괴로움은 또 외로움이었다.
마음이 지쳤고, 가끔은 속이 텅 비기도 했다.
그날은 세차를 맡겨놓고 시간이나 보내려고
근처 카페에 들렀다. 마침 안면이 있던 사장님이 계셨고 주문을 해놓고 뜨개질을 하는 사이 사장님께서 주문한 커피를 들고오셔서는 내 앞에 앉으셨다.
한창 뜨개질 얘기를 나누고.... 어쩌다 보니 내 상황까지 얘기하게 되었다.
같은 경험을 하셨던 사장님은 나지막하게 말은 건네셨다.
“아이고 얼마나 고달플까…”
그리곤 내 등을 쓰다듬으셨다.
그 한마디에 그냥 무너졌다.
말은 나오지 않았고, 눈물이 꺼이꺼이 쏟아졌다.
옆에 누가 있었는지, 사람들이 날 보는지도
그 순간엔 아무 상관없었다.
꾹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그 한 마디에 터져버렸다.
한참을 울었다.
"그게 원래 세상에 혼자인 것 같고 외로워...... 언제든지 얘기할 곳 있으면 와요."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모른다.
나는 내 입으로 고달프다고 말할 수 없었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듣고 나니 속이 시원하기까지 했다.
그땐 정말 별거 아닌 일에도 흔들리고,
별거 아닌 말에도 울컥했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이
'별거'였던 거다.
이제는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고달프고 외롭지? 정말 괜찮아져, 고달픈 거 다 지나갈 거야."
그날의 나를
지금의 내가 안아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 나는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