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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이렇게 자랐습니다.

살면 살아진다.

by 윤선

아빠는 내게 믿음이 뭔지를 처음 보여준 사람이었다.

혼자서 남매를 키우고,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만 세 번의 자살 시도 끝에 다시 살아낸 사람.

나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버거울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견디는지를 배웠다.


아빠는 늘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쉽지 않았고, 가난한 홀아비로 자식들을 키우는 일은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빠는 끝까지 우리 곁에 있었다.

어린 내 눈에도 아빠는 때로 무거워 보였고, 아빠는 때로 조금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결국은 책임을 내려놓지 않았다.


나는 그걸 보며 자랐다.

삶이란 걱정하면서도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 그 무게를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자연스레 터득했다.


내 안에 자리 잡은 그 자연스러운 책임감이 원래부터 아빠를 닮은 건지 아니면 보고 배운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거다.

그래서인지 나는 누군가를 믿어주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의 뒷배가 되어주는 것도 자연스럽게 내 역할처럼 느껴졌다. 그건 아빠가 내게 보여준 방식이었다.


그리고 강아지를 키우면서 그 믿음은 더 단단해졌다.

말 못 하는 작은 존재가 아플 때면 걱정이 먼저 찾아왔다. 그런데도 나는 강아지의 눈을 보고 믿었다.

너도 살고 싶구나 하는 마음을 느꼈다.

걱정과 믿음이 함께 있어도 괜찮다는 걸 강아지를 돌보며 또 한 번 깊이 배웠다.


나는 내 앞날이 잘못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게 내 안에 어떤 믿음처럼 자리하고 있다.

앞날이 무슨 일을 가져오든 그때 가서 내가 어떻게든 살아낼 거라는 감각. 그게 나를 단단히 지탱해 왔다.

걱정은 있지만 그 걱정이 나를 멈추게 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믿음이 자란다.

걱정하면서도 나는 믿고, 기다리고, 살아간다.

그게 내가 배워온 방식이다.


믿음은 그렇게 아빠를 통해, 강아지를 돌보는 내 모습을 통해,ㅠ그렇게 자연스럽고 단단하게 조금씩 자라왔다.


살면 살아진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그게 내가 가진 믿음의 가장 단순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걱정도 있고, 가끔은 삶이 버거울 때도 있고, 책임이 무거울 때도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지고 그 안에서 나는 계속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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