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에게 배운 행복

2부 책임에서 사랑으로

by 윤선


두부와 함께한 8년은 길고도 짧았다.

마음을 여는 데 걸린 5년은 길었고,

그 사랑을 내 손으로 온전히 전해줄 수 있었던 3년은 너무 짧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가 행동으로 보여준 사랑의 크기는 어떤 말로도 다 담아낼 수 없었다.

천천히 다가와 내 손끝을 허락해 주고,

말없이 옆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그 사랑은 어마어마했다.


두부가 떠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 마음들도 있었다.

처음엔 조심스러워서, 또는 나의 두려운 마음에, 혹은 두부가 무서워할까 봐 끝내 마음껏 쓰다듬어주지 못한 순간들.

두부는 결국 내 손길을 다 받아주었는데,

그제야 나는 많이 겁내지 않고 안아줄 수 있었던 걸 깨달았다.


그리고 두부를 통해 나는 한 가지 더 배웠다.


사랑은 꼭 사랑으로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때로는 책임으로 시작해 사랑이 된다는 것.


처음 두부를 데려왔을 때,

그 선택은 사랑보다 책임에 가까웠다.

그 아이를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어서,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어쩌면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하지만 두부와 함께한 시간은

그 책임이 어느새 사랑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었다.

기다리고, 헤아리고,

두부가 내게 마음을 열어주던 모든 순간들이

책임을 사랑으로 바꿔주었다.


두부는 내게 사랑은 기다림으로 완성되고,

책임으로 시작해도 결국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떠났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마음 앞에서 조급해하지 않는다.

두부가 내게 남긴 그 시간과,

그 조용하고 단단한 사랑을 품고 살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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