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3일은 짱구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식! 아이를 낳아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처음 받으면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들었는데 처음 입학통지서를 받는 날 우리는 둘이 손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라 했다. 그리고는 예비 소집일 날도 가서 입학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받아 들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되는데도 굳이 준비 리스트를 들고 마트로 직행해서 폭풍 쇼핑을 하고는 짱구의 책상 옆에 입학식 날 가져가려고 가지런히 놓아두었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하여 입학식 일정이 한주 두 주 연기되더니 급기야 온라인 입학식을 하게 되었다.
힘들게 준비하신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급작스럽게 결성되었음직한 선생님들로 구성된 밴드는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을 낯간지럽게 만들었지만 정작 짱구 본인은 좋아라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고, 초등학교를 직접 둘러보지 못한 짱구에게는 꿈과 희망의 입학식이 되었다.
온라인 입학식은 했지만 학교 한번 못 가본 짱구는 자신의 소속이 유치원인지 초등학교인지 헛갈리며 점점 정체성을 잃어가고 마음대로 집 밖에 나가서 놀 수도 없어 지루하고 답답한 나날을 보내야 했던 짱구는 계속되는 개학 연기 소식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급기야는 '학교 가고 싶어'를 외친다. 그런 모습이 안쓰럽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으니 짱구를 놀리기로 했다. 조금 전의 모습을 증거로 남기기로 한 거다. 갑작스러운 동영상 촬영에 재미있는지 시키는 대로 조금 더 극적인 절규를 핸드폰에 담고는 왜 찍었는지 묻는다.
지금의 마음을 기억해야 돼 알았지? 나중에 딴 소리 없기야.
왜?
짱구가 정상적으로 학교생활하게 되었을 때 지금 학교 가고 싶다고 절규했던 것을 기억하라고. 나중에 딴 소리 없기다.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한 적 있던 거 기억하지? 이젠 그런 말 안 하기다.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엄마가 이 영상 다 공개할 거야.
한마디로 빼박용이다.
개학을 늦출 수만은 없던 교육부는 급기야 원격수업을 방안으로 제시했고, 디지털 기계를 다루는 것이 미숙한 초등학교 저학년은 교육방송을 시청하기로 하면서 짱구는 호랑이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호랑이 모자를 쓰고 전혀 무섭지 않은데도 연신 어흥을 외치시는 호랑이 선생님이 수업하실 때면 짱구의 집중력은 최고다.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배를 잡고 웃는데 그런 짱구의 모습이 더 웃기다. 이 자리를 빌려 짱구에게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와 흥미를 한껏 올려주신 호랑이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주까지 3개월 가까이를 그렇게 잠옷을 입고 세수도 안 한 채로 책상에 앉아 빙글빙글 의자를 돌리며 온라인 수업을 듣고, 학교에서 받은 학습 꾸러미를 공부하며 짱구 말대로 이젠 교과서 '봄'의 수업이 끝나고 아마도 학교 가서는 '여름'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아니 '여름'만이라도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수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2주 전 드디어 개학을 하게 되었다. 아직은 코로나 19가 안심할 단계까진 아니기 때문에 짝수, 홀수번으로 나누어 일주일에 2번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집에서 종전대로 온라인 수업을 듣기로 했다. 또 아이들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등교시간과 점심시간을 학년별로 나누어 운영하겠다는 안내문을 받자 갑자기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여분의 마스크을 보관할 케이스와 손 소독약도 혹시 몰라 휴대용으로 담아 다닐 수 있도록 휴대용 용기까지 사서 개인용품을 가방에 넣고 몇 번을 짱구에게 위치까지 설명하며 확인을 시켰다. 그런데.... 또 한 번의 개학 연기. 과연 1학기 안에 학교를 갈 수는 있는 건가?
그리고 지난주 그렇게 목놓아 기다리던 개학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한 개 반을 3개 조로 나뉘어 일주일에 1번 학교 수업을 받기로 한 개학이지만 학교를 갈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정상적이였다면 처음 등교하는 아이에게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보내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 집중해서 들어야한다며 당부했겠지만, 지난 주말 내내 아침에 학교 일찍 등교해야 하니 일찍 자고 일어나서 학교 가면 친구들이랑 너무 가까이에서 이야기하면 안 되고, 자주 손 소독하고부터 시작해서 잔소리가 이어진다. 그리고 오늘 아침 A조에 속한 짱구는 제일 첫 번째로 등교를 했다. 짱구도 설레었는지 7시에 알람도 안 울렸는데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학교까지 계속 나보다 앞서 간다.
짱구의 학교 가는 길! 초등학교 첫 등교라 꽤 설레는지 줄곧 엄마보다 앞서 간다.
첫 초등학교 등교가 기특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놀리기로 했다.
짱구야! 그런데 짱구는 1학기 소풍은 못 가네?
잠깐 실망하더니 이내 훌훌 털어버리며 괜찮다고 한다. 코로나 19 때문에 소풍 가면 안 된다며 오히려 나를 꾸짖는다. 등교를 시키고 돌아와 조금 있으니 알람이 울린다. 온라인 수업시간을 알리는 알람 소리였다. 몇 달을 서로 부대끼며 지냈는데 혼자 알람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쓸쓸하기까지 하다. 지금쯤이면 수업 시작하니 빨리 오라며 몇 번을 다그쳐야 했을 텐데... 하지만 허전함도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