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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Jul 03. 2019

'태양을 피하는 방법'의 재해석

비(rain) 에게 심심한 사과를...

햇살이 바삭바삭한 아침. 짱구가 눈부신 햇살에 눈을 찌푸린다. 어느덧 무더위가 성큼 다가와 짱구의 얼굴이 방금 전에 바른 선크림 때문에 일본 인형처럼 하얗다. 짱구가 내리쬐는 햇살이 불편한지 손으로 얼굴에 그늘을 만든다. 그 모습이 귀여워  농담을 건넨다.

짱구야. 태양은 그렇게 가리는 게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해?
이 노래 잘 들어봐. 그럼 알 수 있을 거야


슬그머니 핸드폰에 저장해둔 노래를 들려준다. 요즘같이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면 심심치 않게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명곡이다.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울고 있는 나의 모습
바보 같은 나의 모습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 싫어 태양이 싫어
누군가 날 알아보며
왜 우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해줄 수가 없는 게 너무 싫어서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너를 너무 잊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애를 써도 넌 내 안에 있어


비의 선글라스와 어우러진 멋진 댄스가 생각나는 곡이다. 리듬을 듣는 것만으로도 몸이 절로 움직이고 지금 나에게 선글라스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

한참을 노래에 푹 빠져  몹쓸 몸짓으로 나름 음악을 즐기고 있는데 같이 듣고 있던 짱구가 문제 제기를 한다.


엄마! 노래가 이상한데?
뭐? 노래가 이상하다고?


응. 태양을 피하려면 건물로 들어가면 되지. 이렇게 건물이 많은데 왜 계속 달려!  그럼 땀나서 씻어야 하고 얼굴도 까맣게 타잖아. 자외선이 얼마나 무서운데,
안 그래?

여기서 태양이 어떤 의미인지 7살 짱구가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처음부터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시작한  내 잘못이었다. 계속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짱구를 달래며 그래도 노래를 끝까지 듣고 싶다. 자외선이 무서우니 선크림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고 강조했던 내 입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요즘 태권도에서 쉬는 시간이면 BTS노래를 틀어줘서 집에 오면 가끔 BTS노래에 맞춰 춤을 추곤 하는 짱구에게 2003년에 나온 "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재미가 없나 보다. 

 


짱구야! 그래도 이 노래 부른 가수가 춤추는 거 보면 짱구도 좋아할걸? 얼마나 멋진데.
엄마! 방탄소년단 춤도 멋지거든? 


물론 방탄 소년단 노래도 좋고 춤도 멋지다. 빌보드 챠드에도 이름을 올리는 방탄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방탄소년단이 노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올림픽에서 애국가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질 때나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올랐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애국심을 불러일으켜 내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하며, 방탄소년단과  동시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감사할 일이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을 가본 사람이라면 그 압도적인 규모와 화려함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뉴욕의 중심부에서 많은 이들이 우리의 방탄소년단을 외치는 모습을 우리 모두 지켜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내 마음속에 월드스타는 비이고 콘서트에도 딱 한번 가봤던 팬으로서 짱구에게 소심한 복수를 한다.


짱구 너는 방탄 소년단이 BTS인 것도 몰랐잖아!


참 엄마가 못났다. 그래도 이 말이라도 하고 나니 후련하다. 찌질한 엄마지만 그래도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BTS 최고! rain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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